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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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국경이 없습니다. 시장을 볼 때 꼭 전 세계로 봐야합니다." 지난주 인터넷서비스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겸 GIO(글로벌투자책임)의 말이다. 이 GIO는 싸이월드를 예로 들며 "이기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살아남고 싶다"고 읍소했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처한 경쟁 상황을 보고 경쟁이라도 해볼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달라는 것. 싸이월드는 인터넷서비스 업계가 처한 경쟁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100원짜리 도토리 하나로 하루 수 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표 SNS가 됐지만 미국 페이스북에 밀려 이용자들의 머릿속에서 삭제됐다. 페북이 직접적인 서비스 쇠락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페북으로 옮겨 갔으며 싸이월드에는 관심조차 없다. 더 이상 서비스 경쟁이 국내 기업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이 공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페북은 합법적 조세회피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쌓은 자금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약은 총 29개나 되지만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신약은 미미하다. 이는 뛰어난 효능·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임상데이터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폐암신약 올리타가 경쟁약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와 환자들이 경쟁약 보험급여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임상데이터’ 차이 때문이다. 올리타는 임상2상을 통해 높은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지만, 무진행 생존기간 및 뇌전이 효과를 아직 입증하지 못했다.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 절반가량이 경쟁약을 선택한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앞선 이유도 보다 더 많은 '임상 데이터'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통상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약품 허가 이후에도 꾸준히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경쟁력’을 높인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출시 이후 임상데이터를 쌓기 보다는 영업 마케팅만 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들도
"집회에 그냥 나오면 심심할 것 같아서요. 재밌잖아요." 로봇 가면을 쓴 20대 남성이 모형 검을 든 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10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 1주년 집회 현장에서다. '자유로운 시민들의 촛불 1주년 기념축제 촛불파티'라는 명칭에 걸맞게 집회는 파티장이었다. 서방 문화인 핼러윈(10월31일) 명소 이태원에 있어야 할 인기 캐릭터 직쏘(공포영화 캐릭터)와 좀비, 공룡 티라노사우루스가 여의도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핼러윈 코스튬(의상)을 차려입고 집회를 즐겼다. 젊은 연인은 삐에로 분장을 한 채 나왔고 어떤 송파구 주민들은 직쏘 의상을 단체로 맞췄다. 거대한 공룡 의상을 입은 한 시민은 놀이동산에서처럼 어린이와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집회장 인근인 국회의사당역 출구 앞에는 분홍색 고깔모자와 망토 코스튬을 걸친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을 반겼다. 집회장 주변에 다가가자 DJ가 튼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집회인지 공연장인지 헷갈렸다. '
"철강, 조선 등 국내 어려운 산업이 많습니다. 산업부 기자로서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지난해 7월, 파주 사업장에서 진행된 LG디스플레이 하계 기자 간담회 종료 후 한상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 이 말이 유난히 머리 속에 남았다. 그는 기자단이 타고 서울로 돌아갈 버스에 올라 이 말을 한 뒤 정중히 배웅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CEO의 최우선 목적은 자사의 이윤 추구일 터다. 그런데 자사만도 아닌, 디스플레이 업계도 아닌,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 당부라니. 생소했다. 돌이켜보면 한 부회장은 유난히 '큰 그림'에서 국내 산업의 동반 성장을 강조했다. 국내 경쟁사와 경쟁이 치열할 때도 "마케팅이나 기술 포인트는 다를 수 있다"며 "확전을 자제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었다. 현재는 디스플레이협회장을 맡고 있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개발 관련 협력사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 '상생 생태계 강화'를 강조 중이
“‘지원자 모씨가 필기전형에 합격할 수 있는지’ 묻자 채용 담당자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금융감독원 채용청탁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중 한 대목.) “합격 여부 등을 미리 알려는 차원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다. 당락에는 영향이 없었다.”(특혜채용 의혹 문건에 대한 우리은행의 해명.) 금감원 채용비리는 필기전형 합격 여부를 미리 확인하려는 데서 시작됐고 우리은행의 채용청탁 명단은 결과를 미리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국 영업점에서 수많은 채용청탁이 오는데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다”며 “VIP들이 ‘어떻게 됐냐’고 물어오면 ‘붙었다’, ‘떨어졌다’ 대답은 해주기 위해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모 은행장도 “채용시즌이 되면 각계각층에서 인사청탁을 받는다”며 “나 혼자 청탁 명단을 적어 놓았다 채용이 끝나면 발표 하루 전날 부탁한 사람들에게 결과만 미리 알려준다”고 했다. 정관계 인사들의 부탁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그렇
"기자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코스닥이 정말 2부리그인가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관계자가 점심 식사 자리에서 대뜸 건넨 질문이다. 미국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코스닥이 '2부리그' 취급을 받는다는 탄식 섞인 질문이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까지 대표종목들이 연이어 코스피로 떠나면서 분위기가 꽤나 허탈했다고 했다. 앞선 이전상장 사례와 달리 IT(카카오)와 제약·바이오(셀트리온)는 코스닥시장 대표 업종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2500 시대가 열렸지만, 코스닥·코넥스 시장은 여전히 소외받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대비 24.5%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9.7% 오르는데 그쳤다. 그나마 이달 들어 약진하며 700선에 다가섰지만 셀트리온을 비롯한 일부 대장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 뿐이다. 더군다나 셀트리온은 내년 2월쯤 코스피로 이전한다. 코스닥 시장이 기관투자자로부터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는 '투자 불확실성'이
“내년에 채취할 골재물량을 끌어다 쓰는 것에 불과합니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회 소속 한 골재기업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바닷모래 추가 채취 허가조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남해 EEZ(배타적 경제수역)와 옹진, 태안 등 서해 연안사에 대한 바닷모래 채취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골재대란’을 우려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땜질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5일 서해 EEZ의 골재채취단지에서 200만㎥ 규모의 바닷모래를 추가 채취하도록 허가한다는 공고를 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해양수산부와 협의에 난항을 겪자 긴급조치에 나선 것. 현행법상 EEZ의 바닷모래 채취사업 허가와 운영은 각각 국토부와 수자원공사가 담당하지만 해역 이용의 적정성 등을 해수부와 협의토록 규정해 해수부 동의 없이는 사업진행이 불가능하다. “급한 불은 껐다”는 일부 골재업계의 기대와 달리 내년 채취 예정물량을 줄이면서 ‘조삼모사’식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자발적 상생’이라고 포장은 했지만 실제론 공정거래위원회가 원하는 대로 다 한 것이다. 그런데도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든다고 고치라고 한다.” 지난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주관한 ‘프랜차이즈 자정실천안(이하 자정안) 발표회’에 참석했던 한 가맹본부 대표는 “차라리 처음부터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하는 게 나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협회의 자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봤다”면서도 일부 내용이 미흡하다고 했다. 특히 △판촉·점포환경 개선비용 분담 기준 △필수품목 지정 최소화를 위한 기준△가맹점 피해보상 공제조합 설립 방안 등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좋게 말해 ‘행정지도’고, 나쁘게 말하면 ‘압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실상 ‘지시’를 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지난 7월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방안’이 있지만 법률 개정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자발적’이라는 표현에 목을 매는 까닭
"몇년 전부터 한국에서 방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구경만 하고 갔지 이후 투자나 협력 등 후속 성과는 별로 없었어요." (이스라엘 한 스타트업 관계자) 지난해 싸늘해진 바람과 함께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창조경제'는 국가적 어젠다(의제)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수년째 창조경제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는 이를 찾기는 힘들었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혁신 스타트업 기업들로 성장을 이룬 '창업국가'(start-up nation)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의 가시적 롤모델로 부각됐다. 자연스레 지난 정부의 공공기관과 대기업 신사유람단들의 방문도 잦았다. 문제는 '시찰'로 끝났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흔적이 곳곳에서 지워지던 지난 7월. 시대적 흐름이자 (창조경제를 대체할) 새 정부의 어젠다이기도 한 '4차산업혁명' 취재차 이스라엘 스타트업 현장을 찾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일부에선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당혹스러웠다. 그들에겐 '창조경제'니 '4차산업혁명'이니 하는 말
현재 금융감독원 내부의 최대 관심사는 임원 인사다. 이미 4자리 중 2자리가 공석인 부원장은 물론 부원장보 9명 역시 전원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 짙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2배수인 18명의 부원장보 후보들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거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검증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번주 부원장 인사에 이어 부원장보 인사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조직 쇄신은 금감원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최수현 전 원장 시절 발생한 변호사 채용청탁 비리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채용 특혜의혹, 불법 주식거래 등 방만경영 사항이 감사원 감사 결과 지적됐다. 지난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흥식 원장은 이를 질타하는 정무위원회 국회의원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강도 높은 인사·조직 개혁을 약속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빠른 시일 내 임원 인사가 단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조직 쇄신을 위해 모든 임원들을 물갈이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실질적인 책임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찍은 사진이다. 미국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한 두 사람은 회의 중 휴식시간을 이용해 인근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의 망중한을 즐겼다”고 한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두 사람의 관계와 그날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1년 전 IMF 연차총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국내 기준금리와 관련, “아직 ‘룸’(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의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이었고 경제수장들의 불편한 관계가 부각됐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한국은행은 방어하는 모양새였다. 최근 만난 유 전부총리는 “외신 인터뷰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특별한 의도가 담긴 발언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2008년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
"좋은 소식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부정 입사자의 취업 취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박수받는다." 지난 23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 도중 대뜸 한 말이다. 같은 날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를 모두 조사해 민·형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한 호평이었다. 이번 국감에서 상임위 구분없이 여야 의원들은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까발렸다.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자 대통령까지 나선 형국이다. 2012~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518명 중 493명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들 중 416명은 현재 강원랜드에 재직 중이다. 고용과 노동을 담당하는 환노위는 그동안 "채용비리의 뿌리를 뽑자"며 "비리로 채용된 사람의 취업을 무효로 해야한다"고 외쳤다.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자 환노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비리의 책임을 묻고, 채용 무효를 하는 게 환노위 역할의 전부는 아니다. 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