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유럽 동부 폴란드와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벨라루스가 가상통화(암호화폐) 합법화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지난 4월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했고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허용해 가상통화를 정식 투자상품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가상통화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오랜 고민 끝에 가상통화를 불법으로 규정하되 기존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거래를 예외적으로 인정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3일 거래소에 대한 자격요건 강화, 미성년자 및 외국인 거래금지 등의 규제 방침을 밝혔다.
결국 가상통화에 대해 전면 금지도, 전면 합법도 아닌 어중간한 입장을 세운 모양새다. 가상통화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코스닥시장 이상으로 커진 가상통화 거래를 전면 금지하기는 후폭풍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합법화할 경우 나타날 파장도 감당하기 어려워 고육책으로 중간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면 금지가 사실상 어렵다면 차라리 가상통화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제도권 금융회사까지 끌어들여 경쟁을 촉진해 시장 정화를 꾀하는 한편 주식 거래 수준의 규제를 가하는 것이 정부가 지향하는 투자자 보호에는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간주해 제도권 금융회사의 진입은 막되 기존 거래소의 거래를 예외적으로 인정하려다 보니 오히려 군소 거래소가 난립해 해킹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불법인 가상통화 거래차익에 과세하느니 마니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장부는 가상통화에 대해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책을 찾고 싶겠지만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선언한 거래에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은 어불성설이다.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어중간한 줄타기는 시장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하루빨리 전면 금지인지, 합법화를 통한 제도권 수준의 규제 강화인지 입장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