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일본에선 수 년 전부터 '파와하라'(Power harassment)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직장에서 힘 있는 상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을 함부로 대하거나 괴롭히는 것을 뜻한다. 우리 말로는 '직장 내 괴롭힘'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제시한 파와하라의 6가지 유형에는 △신체·정신적 공격(폭행·상해·협박·모욕 등) △인간관계 단절(격리·따돌림·무시) △과다·과소 요구(업무 강요 또는 업무 배제) △개인자유 침해(과도한 참견) 등이 포함돼 있다.
일본 사법부는 이미 직장 내 괴롭힘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일본 법원은 상사가 세 번에 걸쳐 노동자에게 "너 같은 건 살 가치도 없다" 등의 폭언을 내뱉고 폭력을 가한 사례(TKC 법률데이터서비스 사건·도쿄지법 2011년 12월26일 판결), 고등학교 졸업 후 갓 입사한 10대 노동자에게 "죽어버려" "때려쳐" "꺼져"와 같은 폭언을 반복한 사례(아카쓰키산업 사건·후쿠이지법 2014년 11월28일 판결) 등에서 회사 책임을 인정했다.
유럽은 20여년 전부터 직장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법제화에 나섰다. 스웨덴은 1993년 괴롭힘 금지 법규인 '직장내 괴롭힘 조례'를 채택하며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핀란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직장 괴롭힘과 기타 부적절 행동에 관한 특별조항'을 신설했다. 프랑스도 직장내 괴롭힘을 막기 위해 2002년 사회선진화법을 도입했다.
늦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조사한 국가 차원의 첫 보고서가 나왔다. 국가인권위가 최근 숙명여대 산학협력단에서 제출받은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가운데 73%가 최근 1년간 직장에서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 위협적, 모욕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되는 경험을 한 차례 이상 겪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법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는 이미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이를 위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젠 우리 국회가 나설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