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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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은 바람이 불면 눕는데 한국은행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눕는 겁니까?” 지난 6일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장병화 한은 부총재를 질타했다. 발단은 지난달 16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총량관리제 공약이었다. 가계부채가 가처분 소득의 1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총량규제에 반대해 왔던 이주열 한은 총재는 공약이 나온 일주일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은법에 따른 가계부채 총량제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원칙론적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정 의원이 문 후보를 의식해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 것이다. 사실 이런 스토리는 한은 독립성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늘상 존재했던 것이다. 이 총재 역시 이른바 ‘척하면 척’ 사건으로 회자된 적도 있는 당사자다.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가 “금리의 ‘금’자를 꺼내지 않아도 척하면 척이다”라고 말하면서 한은이 잇단 금리 인하로 초이노믹스(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
“만약 나노스가 상장폐지된다면 누가 법정관리 기업에 투자하겠습니까.” 최근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나노스의 거래 재개 가능성을 묻자 정색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2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나노스는 광학필터 및 OIS(광학손떨림방지)용 홀센서 제조업체다. 2015년부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블루필터 대신 블루필름을 사용하면서 실적이 악화했고 2016년 4월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광림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광림컨소시엄은 최고 금액을 써내지 않았지만 상장사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광림도 기술력 있는 회사를 인수했다며 잔칫집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나노스는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2016년 감사범위제한으로 한정의견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까지 인식한 재고자산과 자산의 손상에 대해 합리적인 확산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광림 입장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커피숍에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여자는 매장 구석에서 울고 있었고 남자는 그 옆에 서 있었다. 폭행사건이다. 남자의 위협에 비명을 지른 여자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친구에게도 빨리 와달라고 전화했다. 커피와 쟁반이 나뒹굴었다. 매장 직원들도, 주변 손님들도 화가 난 남자를 말리지 못했다. 10여 분이 훌쩍 지나 인근 지구대 경찰이 도착했다. 때마침 여자가 부른 친구도 커피숍으로 왔다. 경찰과 친구의 도착 시간에 별반 차이가 없었다. 현재 경찰 112신고는 지방청(접수)→경찰서(지령)→지구대·파출소(출동) 등 3단계로 진행된다. 긴급신고에서 3단계 대응시간은 빠르면 5분, 늦으면 8~9분대다. 최근 경찰청은 올해 안에 112 긴급신고 대응시간을 최대 40여 초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작 현장 경찰들은 “탁상공론”이라고 심드렁하다. 수도권 지구대 한 경찰은 “빨리 갈 수 있는데 안 가는 거냐”며 “인력이 없으니 신고가 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은 사고에 대비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꼬집는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농사꾼이 다시 소를 구해 농사를 지으려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기 위해선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농사꾼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외양간을 고치는 모습에서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을 고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가 오는 21일 출시하는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이하 갤S8)’은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단종 사태 이후 6개월 만에 내놓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갤노트7 단종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개발-생산-이용 등 제품 사이클 전 과정에서 안전성을 크게 강화했다. 다양한 안전점검 장치를 마련해 배터리 발화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외양간을 고친 수준이 아니라 시스템을 확 바꿨다. 삼성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스마트폰’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사실 고동진 삼성전
최근 경기도 과천주공 1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놓고 건설업체 간의 경쟁이 뜨거웠다. 시공권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대우건설에 돌아갔다. 대우건설은 경쟁 업체 중 가장 높은 3.3㎡ 3313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한 반면 공사비는 3.3㎡당 440만원으로 가장 낮게 책정했다. 미분양 물량에 대해선 3.3㎡당 3147만원의 대물변제를 약속해 미분양 부담까지 떠안았다. 도급공사치고는 이례적이다. 분양가가 높을수록 미분양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다만 일주일도 안돼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과천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관리지역 지정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10% 이상 웃돌면 HUG의 보증이 불가능하다. 결국 분양가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3313만원은 지난해 5월 분양한 과천 7-2단지의 3.3㎡당 분양가(2700만원)보다 20% 이상 비싸다. HUG의 제동이 아니어도 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의 시공권 획득에 대해 '승자의 저주'라며 우려의 목
"증권업계 인수합병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증권사 수가 줄어든다고 중소형사한테까지 온기가 도는 상황은 아닙니다." 한 중소형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18년차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2011년 이후 국내 증권시장은 코스피 지수 1800을 저점으로, 2100을 고점으로 하는 박스권에 갇혀 있다. 그러다 보니 증권사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식 거래대금 규모가 매년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주식 거래대금도 전년대비 11.9% 줄어 53개 증권사가 한 해 벌어들인 수탁수수료가 19% 줄어든 8697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그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 1조원 안팎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최근 수년간 해외 부동산, 항공기, 사회간접자본(SOC) 등으로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과감히 지점 정리에 나서는 등 대체투자와 비용 줄이기에 집중했다. KTB투자증권이 지난해 중국
‘차들은 오른쪽 길~♪ 사람들은 왼쪽 길~♪’. 30대 중반 이상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동요다. 해외 대부분 국가는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방향이 같다. 반면 한국은 2010년 7월 ‘우측보행’ 시행 전까지 차량과 보행자의 이동 방향이 각각 다른 규칙이 60년 이상 이어졌다. 1921년 조선총독부가 사람과 차량의 통행 방향을 좌측으로 결정했지만 미 군정 이후 우측통행을 차량에만 도입하고, 보행방향을 그대로 유지한 탓이다. 우측보행이 사고위험을 2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규칙이 바뀌었지만 오랜 관행을 바꾸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혼돈, 홍보예산을 들여야 했다. 최근 국내 경제와 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핀테크 등 새로운 산업이 등장,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일제 강점기 영향으로 대륙법의 포지티브 시스템에 기반한 한국의 법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법률에 열거한 허용 조항만 합법으로 인정하는 포지티브
이랜드가 또 다시 '약속'을 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연내 상장이 무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아픈손가락' 이랜드파크를 이랜드리테일에서 떼어내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 IPO(기업공개) 재추진을 선언했다.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이랜드파크 지분 85.3%를 이랜드월드(현재 지분율 14.7%)로 모두 넘겨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당초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2월 상장예비심사 청구, 지난달까지 심사를 완료해 올 상반기 중 상장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요건도 충족해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 건 이랜드파크 임직원 임금 체불 이슈가 불거지면서다. 이랜드는 공식사과에 이어 아르바이트생의 정규직 전환, 체불 임금 순차 지급 약속, 이랜드파크 대표이사 해임 등 발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는 이어졌고, 한번 떨어진 기업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블랙기업'이라는 오명과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합니다. 정비구역을 해제하면서 서울시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답답합니다.” 얼마 전 서울시가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한 옥인1구역 재개발 조합장의 말이다. 옥인1구역은 6·25 직후 피난민이 모여 살며 형성된 지역이다. 낡은 주택이 얽히고설킨 채 슬럼화가 진행돼 골목길마저도 제대로 없다. 조합은 조만간 법원에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다른 재개발 조합인 사직 2구역 조합 관계자도 “요즘엔 한숨 쉴 일만 많다”며 “(서울시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도 낡은 집은 물론 폐가가 밀집했다. 가파른 비탈길 때문에 자동차 진입도 어렵다. 골목 한쪽 벽면에서 세 걸음만 걸어도 반대편에 닿는 곳도 있다. 주민들은 길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화재가 나면 소방차는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걱정했다. 해당 지역들은 서울시가 ‘역사문화가치 보전’을 위해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한 곳이다. 지역 주민들은 서울시가 ‘역사와 문
"한 시간 뒤 통화합시다" 지난 달 30일 대우조선해양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 본사 열정관. 주총이 끝난 오전 10시 30분쯤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측과 진행 중인 임금 10% 반납 협상 진행 상황을 듣기 위해서였다. 정확한 시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이날 노조위원장과 인터뷰 약속을 한 상태였다. 한 시간 뒤인 11시 30분 통화를 하고 만나기로 했다. 임금 10% 감축은 또다시 대규모 혈세가 투입될 대우조선이 추진해야 할 자구안 가운데 핵심이자 최소한의 양심이었다. 자구안은 △내년 상반기까지 직영인력 1000명 이상 추가감축 △해양플랜트 사업 사실상 정리△자산매각 신속 추진 등으로 구성됐지만, 이는 기존에 추진되던 사항이 반복된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된 주총에서는 사측의 목소리를 들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노조와의 임금 10% 감축 협상 진척 여부에 대한 질문에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임금 10
파면에서 구속에 이르기까지 끝내 한마디 사과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앞에 서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두 차례 기회를 모두 차버렸다.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모습을 보였던 지난달 21일. 전날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준비한 메시지가 있으며 검찰에 출두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박 전 대통령의 입을 바라보던 소환 당일, 그가 내놓은 메시지는 단 29글자였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란 말을 남기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8초였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일제히 “저게 다야?”라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9일 만에 카메라 앞에 다시 섰다. 구속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 이번엔 다를 줄 알았다. 여론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한만큼 조금이나마 자세를 낮출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리 마련된
"사실상 간판만 바꾼 셈인데 환골탈태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서울의 한 대학 경영대 교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발표한 쇄신안을 접하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용을 아무리 뜯어봐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개명한 것 말곤 허창수 회장이 그동안 내내 강조했던 것처럼 '강도 높은 혁신'이라고 불릴만한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경련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같은 법정 경제단체나 공적조직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론 임의단체다. 일종의 사적모임이나 마찬가지인 전경련은 지난 56년 동안 정부와 기업들의 경제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방식으로 산업이나 기업정책 흐름을 조율하는 등 공적인 역할을 수없이 많이 해왔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기업, 특히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분명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경련은 기업과 정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오면서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