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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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5월 ‘장미대선’이 기정사실화했다. 정부의 11·3 부동산대책 시행으로 냉각기를 맞았다가 최근에야 조금씩 해빙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은 ‘대선 복병’을 만났다. 청약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봄 성수기에 맞춰 분양계획을 짰던 건설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일정을 대선 이후로 미루자니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계획대로 진행하자니 관망세로 돌아서는 수요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대선이슈에 묻혀 제대로 된 홍보 한번 못해보고 분양 흥행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당장 이달에만 전국적으로 4만7000여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등 청약열기가 여전하거나 다시 살아나는 지역에선 당초 이달과 다음달 물량 밀어내기가 집중될 것으로 관측됐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대한 대선을 피해 분양일정을 잡으려고 노력하겠지만 비용문제도 있고 부동산과 관련해 어떤 공약이 나오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또
12일 저녁 7시16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났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후 55시간55분 만이었다. 온 나라의 축복 속에 청와대에 입성한 2013년 2월25일로부턴 1476일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보수 등을 이유로 관저 퇴거를 이틀 넘게 미뤘다. 이해할만한 일이었다. 아무리 파면된 대통령이라도 '폐가'나 다름없는 집으로 무작정 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즉각적인 퇴거 요구는 '야박'하다고 했다. 비록 불명예 퇴진이라지만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전직 대통령의 귀갓길 아닌가. 박 전 대통령의 퇴거를 대하는 국민들 대다수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을 거다. 그가 사저로 돌아가는 장면은 그의 잘잘못을 떠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애처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뒷모습은 결국 아쉬움만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는 순간까지 헌재의 결정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파면된 대통령에게 승복까지
“혹시 사드 피해 관련해서 하소연할 곳 없을까요?” 지난 밤 늦게 다급하게 한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 A사 임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 당국의 갑작스러운 소방 점검 이후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며 대책을 상의하려 전화를 했단다. A사는 올해로 중국에 진출한 지 17년이 됐다. 기습 소방점검은 중국 공장 설립 이후 처음이란다. 당장 생산 차질도 문제지만 변압기를 내린 탓에 R&D(연구개발) 센터가 중단돼 고객사와의 신뢰에 문제가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면서 A사와 같은 기업이 속출하는 분위기다. A사 인근 십여개의 공장이 모두 소방점검을 당했다. A사 임원은 중국 정부의 까다로워진 통관, 인증심사에 수출이 어려워진 기업들과 달리 중국 현지 공장이 있는 기업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사드와 관련된 기업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것도 싫다고 했다. 만약에 공장 중단 소식이 한국에 알려져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2층짜리 벽돌조 사저는 주인의 현재 처지를 대변하는 듯했다. 바로 옆 철근콘크리트조 고층건물들 탓에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어둑어둑했다. 수년간 사람이 살지 않아 음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던 날씨가 무색했다. 사저 환경이 원래 이랬던 건 아니다. 동네 토박이들을 만나보고 주변 건물의 등기를 떼봤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여기로 이사 온 1990년에는 주변에 사저와 비슷한 높이의 저층 주택밖에 없었다. 햇볕도 잘 들었을 터다. 공교롭게 이후부터 고층 건물이 하나둘씩 지어졌다. 사저에 입주한 다음 해인 1991년 사저 남쪽에 5층짜리 상가 건물이 들어섰다.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내던 2005년에는 동쪽에 11층짜리 아파트가 자리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패배하고 이명박 정권 2년 차를 보내던 2009년에는 서쪽에 7층짜리 아파트가 신축됐다. 그나마 북쪽에 일반 건물이 아닌 초등학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다. 보완할 시간이 없어서 재청구를 하지 못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성공했다면 민정수석이 어떻게 직권을 남용했는지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는데…” 지난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임무를 마무리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기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박 특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 수사에 마침표를 찍지 못한 데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러나 특검이 애초부터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특검 내부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법조계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특검이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120여 명 규모로 꾸려진 특검에는 파견 검사, 검찰 수사관 등 50여 명의 검찰 ‘식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은 결국 공을 검찰로 넘겼다. 박 특검의 ‘핑계 아닌 핑계’를 접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기한 내
“이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강하게 반대하지만 판결을 수용합니다. 우리 민주주의와 국민 단결을 위해 모든 결과에 대한 승복을 선언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위대한 패배자’로 일컬어지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2000년 12월 13일 연설한 내용 중 일부다. 당시 진행된 미 대선에서 고어는 전국 투표 결과로 조지 W 부시에 54만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간발의 차이로 뒤졌다. 그런데 부시에게 패한 플로리다주에서 문제가 생겼다. 재검표 결과 고어의 득표 중 다수가 무효로 처리된 것이 드러났다. 소송전이 이어졌고, 연방대법원은 재검표 중단 명령을 내렸다. 고어는 이 결정에 불복할 수 있었지만,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당시 미국은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여론이 양분되는 등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했다. 이에 고어는 개인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렸다. 불복 절차를 통해 혼란을 계속 이어가는 것보다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3년 전 한진해운의 중국 상하이법인을 찾았을 때다. 세계 1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상하이항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선사간의 치열한 경쟁을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기자를 안내해주던 한진해운 직원은 상하이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곳은 냉정하다. 글로벌 수위 기업 중 어느 한 곳이 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나머지가 살아남으까." 그는 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한국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꼽히고 있다며 넌지시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타국처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글로벌 선사들의 희망사항은 현실이 됐다. 그때 이 말을 했던 직원도 정말 한진해운이 망할지는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한진해운의 파산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된 스토리의 끝일 수 있다. 한진해운이 망한 지금 글로벌 선사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졌을까. 아직 실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한진해운이 빠진 만큼 점유율은 소폭 올랐다. 1월 북미항로의 경우 현대상선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1.64%포인트 올랐지만 한
"돈을 벌 만한 곳이 없을까요?" 건설부동산부 기자라는 이유로 자주 받는 질문이다. 고용 불안과 저금리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매'는 물건에 따라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주된 투자처 중의 하나다. 하지만 경매 환경은 점점 녹록지 않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 진행 건수는 8942건. 지지옥션이 통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숫자다. 경매 물건의 60%가 은행 연체로 나온 물건인데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연체율이 낮아진 결과라고 업체측은 분석했다. 물건이 줄어들면서 경쟁은 더 치열하다. 올 들어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율)은 오름세다. 지난 1월 71.7%에서 2월은 72.1%로 0.4%포인트 올랐다. 3월(7일 기준)은 76.8%를 기록해 80%를 내다보고 있다. 다시 말해 감정가의 80%는 줘야 낙찰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
“30년 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뇌를 능가할 것이다.” 지난주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슈퍼 인텔리전스 컴퓨터의 출현을 예고하며 한 말이다. 그의 말이 현실로 와 닿는 건 지난해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알파고 쇼크’의 기억 때문이다. 구글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대국은 국내 ICT 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AI가 현실 사회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SK텔레콤, KT 등이 순차적으로 AI 기반의 음성비서 스피커를 잇따라 출시했다. LG전자 역시 곧 출시할 프리미엄 스마트폰 G6에는 구글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삼성전자 차기 전략폰 갤럭시S8 역시 자체 음성 비서가 각각 탑재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각각 AI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고 AI 시대를 준비 중이다. 금융, 유통업계도 속속 AI를 입힌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AI를 앞세운 과도한 마케팅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증시 이곳저곳에 상처를 냈다. 표적이 된 롯데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면세점, 항공, 여행, 화장품주 등이 특히 하락 폭이 컸다. 문제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이 실체보다 과도하다는 점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 강화 차원으로 한국행 관광을 금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3일, 장 시작과 동시에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건 지난해 7월이다. 반년 넘게 중국의 '사드보복'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사드 배치에 의한 불확실성은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지만,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관련 업체 주가가 급락세를 반복하고 있다. 주가는 기대감에 오르고 불확실성에 떨어진다. 주가를 예상하기 어려운 이유는 센티멘트(감정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투자의 기본은 기업 펀더멘탈(기초체력) 이라지만, 증시에선 '보이는 게 다가 아닌'게 분명하다. 주가는 기업 실적과 항상 정비례하진 않는다. 특히
1955년 개봉해 한 시대를 풍미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은 2가지 명장면을 남겼다. 하나는 주인공 '제임스 딘'이 멋지게 담배를 피는 모습, 또 다른 하나는 자동차 경주다. 제임스 딘과 사랑의 라이벌 관계인 '버즈'는 여주인공을 놓고 내기를 한다. 각자의 차로 절벽을 향해 달리다 먼저 차에서 뛰어내린 사람이 지는 게임, 이른바 '치킨게임'이다. 둘의 치기 어린 대결은 결국 버즈의 사망으로 끝난다. 1950년대 미국 갱들의 주도권 싸움 과정에서 담력을 겨루는 방법으로 생겨났다는 '치킨게임'. 요즘은 국제정치학적 용어로 더 많이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중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세계 전략이 부딪히는 가운데 나타난 상황이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중국 제품 불매 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수입맥주 시장 1위인 중국 '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들이 한 것이 관광이었습니까? 쇼핑이었습니까?" "유커들 때문에 찬밥 신세였던 국내와 다른 나라 관광객들 소중함도 생각해봐야겠죠."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한 데 대해 한 여행사 임원이 한 말이다. 한국 관광의 질적인 개선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중국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나 일본,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다변화 할 수 있는 기회란 설명이다. 또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관광 패턴이 바뀌어야 한다. 면세점 등의 프로모션 행사는 대부분 중국 단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동남아 등 다른 국가 관광객들은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있다"며 "그런 정책들을 하나하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항공권을 구매해서 방한하는 여행객을 위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거나 저가 여행 상품, 쇼핑 중심의 단체 관광 등을 개선하는 질적인 성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