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계부채 억누르기 전에 경기 활성화부터

[기자수첩]가계부채 억누르기 전에 경기 활성화부터

권화순 기자
2017.05.07 14:00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정상화."

유력 대권 주자 중 하나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 중 하나로 LTV·DTI 정상화를 공약집에 담았다. 가계대출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방안인 LTV·DTI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9월 경기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대폭 완화됐다. LTV·DTI 완화 후 2014년 6.7%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5년과 2015년 각각 11.0%, 11.7%로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문 후보가 말한 '정상화' 공약에 대해 LTV·DTI를 2014년 이전 수준으로 돌려 놓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정상화는 다른 의미로도 읽힌다. LTV·DTI는 사실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에 불과하다. 경기 조절 수단이 아닌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경기가 부진하거나 부동산 경기가 조짐을 보이면 손쉽게 LTV·DTI 규제를 완화해 경기 부양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금융안정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할 대출규제가 경기 조절 수단으로 동원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LTV·DTI가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LTV·DTI 강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4년 9월 이전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맞선다. 하지만 단순히 대출 증가액을 억제하는 '총량규제' 위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한 자릿수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기로 하면서 서민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부작용은 이미 시작됐다.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계대출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가처분소득을 늘려 가계의 빚 갚을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기 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은 경기를 살려 임금 수준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최저임금 1만원'도 가계소득 증가에 일조할 수 있지만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려 오히려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규제 이전에 경제가 살아나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는데 주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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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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