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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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업체들이 숨겼던 병을 드러내듯 연이어 응급실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조선기자재를 비롯한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는 졸지에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일감이 끊기고 자금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에 빠진 지 오래다. 늘 그렇듯 위기가 닥치면 자생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중소기업청이 줄초상 분위기인 조선분야 중소기업의 생존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들어 주영섭 중기청장이 여러차례 현장을 내려가 간담회를 연 것도 그런 이유다. 급한대로 대출금리를 연 3.52%에서 2.47% 로 내리고 1000억원 한도로 지원 중인 특례보증을 1조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문 닫기 일보직전인 기업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셈이어서 임시방편이란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최근 경남 창원서 열린 간담회에서 중소 조선업체가 '민간은행의 조선업 융자제한'을 '수주감소'에 이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걸 보면 이미 극심한 신용경색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적인 연명이 아니라 생존할
【리우데자네이루=뉴시스】오종택 기자 = #1. "죄송합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경기를 마친 우리 선수들에게서 유독 많이 들었던 말이다. 사격의 진종오 선수가 대회 첫날 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때도, 금메달이 기대됐던 유도 남녀 간판 안창림-김잔디 선수가 16강에서 조기 탈락했을 때도,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펜싱의 김지연 선수도, 양궁 세계랭킹 1위 김우진 선수도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오심 논란과 부상 투혼으로 천신만고 끝에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 레슬링의 김현우 선수도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쁨의 눈물이 아닌 비통함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들은 왜 하나 같이 죄송할까. 4년간의 노력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지만 죄송할 일은 아니다.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얼마나 고된 훈련을 이를 악물고 버텨왔을지는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국민들의 낙담'이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가슴 아픈 사람은 선수들 자신이다. #2. "아쉽지만 후회는
"교육부가 대학을 망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앙대가 발표한 학사구조개편안에 반대하던 한 사립대 교수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교육부가 대학 정원을 줄이려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대학구조개혁 사업이 중앙대를 비롯한 대학사회 전반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말이었다. 1년 후 똑같은 얘기가 들려왔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 반대 농성을 바라보는 교수들은 입을 모아 교육부의 졸속 행정을 비판했다. 2차 모집 공고부터 선정대학 발표까지 불과 두달밖에 걸리지 않았던 절차적 문제부터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흔든다는 근본적 원인까지 다양한 분석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제는 정말 교육부의 지나친 통제에 있는 것일까.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수천억원 규모의 특정목적 사업을 늘리면서 대학은 경쟁적으로, 때로는 이화여대처럼 무리수를 두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교육부가 대학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잡음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의 한 전직 고위관료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1년6개월 남았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임기 4년차에 접어들면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기존에 진행한 정책 마무리에 집중한다. 차기 정부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 박근혜 정부 들어 자취를 감춘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전략회의를 갖고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국의 미래성장동력을 발굴,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장 10년간 진행되는 중장기 사업이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할 정책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사례를 되짚어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산업’을 선정하고 이들 분야에 대한 집중 육성을 천명했다. 이명박 정부 또한 ‘17대 신성장동력 산업’ 지정 및 지원에 나섰다. 이들 미래동력 정책은 차기
또 다시 기존 질서에 균열이 일어났고, 거센 저항이 뒤따랐다.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기업 티몬이 최근 고급 수입차 재규어를 판매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온라인을 통해 고급 자동차를 시중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에 소비자들은 환호했고, 자동차 유통 혁신이라는 찬사가 나왔다. 그러나 기존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는 반발도 거셌다. 쿠팡 로켓배송과 쿠팡맨도 이미 같은 논란을 겪었다. 유통회사가 직접 배송을 하자 물류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법적 공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기술과 산업, 소비·시장 환경, 비즈니스 모델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은 세계 시장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온라인 기반의 차량 공유 업체 우버와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본거지인 미국에서는 물론 진출 시장마다 논란을 겪었다. 택시 및 숙박 업계의 저항에 직면했고 규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각각 80조원, 30조원의 기업가치로 애플과 구글에 이어 미국의 대표적 혁신기
얼마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던 굴착기 국내판매 제한 방침을 두고 업계 관계자의 제보를 받았다. 건설기계 임대업자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판매 제한 결정이 내려질 경우, 굴착기 업체들의 경쟁력 상실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으로 인한 무역분쟁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제보를 검토하고 취재한 이후 기사를 작성했다. 얼마 뒤 국토부는 해당 방침을 철회했다. 이런 '제보'는 다음달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일까. 아직 법 시행 이전이라 판례가 없지만, 김영란법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 1항의 9호(공공기관 관리 재화 및 용역) 또는 12호(공공기관 실시 평가·판정 업무)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도 김영란법 제5조는 1항 2호(인허가 취소, 조세 등 행정처분)를 통해 현행법 상 개선의 지점이 필요한 행정제도에 대한 당사자의 문제제기를 막을 수 있고, 6호(입찰, 개발, 군사, 과세 등 직무상 비밀 누설)을 통해 내부고발자
캠퍼스의 낭만을 꿈꾸는 대학 생활은 이미 사라진 것 같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과 심화되는 취업난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힌 대학생들은 많은 고민을 한다. '헬조선'과 '다포세대(다포기하는 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 각종 신조어와 함께 금흙수저 계급론까지 생겨나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금수저 못 물었으며 스펙이라도 쌓아'라는 식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전국 대학을 취재하면서 만난 대학생들은 사는 곳, 나이, 학과 다들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고민은 진로였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취업스펙을 쌓아 취업만 준비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입시 준비에 열을 올려 목표 대학에 진학한 뒤 연애, 캠퍼스의 낭만, 대학생활도 잠시. 학년이 올라갈수록 각박함과 취업고민뿐이라는 것은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가 반문해본다. 올해 무더위에도 학생들은 취업 걱정에 토익 학원과 도서관, 스터디 룸을 돌아다니며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토익과 각종 자격증 학원이 빼곡한
여야가 조선·해운산업 부실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이달 말 열기로 확정했다. 이번 청문회에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대책회의인 ‘서별관 회의’에서 지난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데 대한 책임이 집중 추궁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청문회가 이처럼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책임을 묻는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지금까지 대우조선 사태로 치른 ‘수업료’의 상당 부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대우조선은 한 때 조선업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던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공기업의 자회사가 된 지 15년만에 수 조원을 수혈받지 못하면 독자생존이 불가능하게 됐다. 청문회는 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규명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4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우조선 전직 경영진과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정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줄곧 비판해 오던 고용노동부가 청년들에게 ‘취업수당’을 주기로 했다.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한정해 차별성을 뒀지만, 유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되고, 서울시는 안 되느냐”는 비판이다.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특히 ‘취업수당’의 재원이 정부 예산이 아닌 민간에서 충당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고용부는 협약을 통해 이번 사업의 재원 전액을 청년희망재단의 기금에서 마련했다. 2만4000여명에 60만원의 교통비, 면접비 등을 지원하는데, 연간 72억원이 들어간다. 정부 사업이 민간 재원으로 이뤄지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의 10%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재 사업만으로 재단 기금 전체의 5% 이상이 쓰여진다. 내년, 내후년에도 취업수당이 주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정당성도 확보되지 않는다. 서울시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정책이라면, 사회보장위원회 논의 등의
동양매직의 지난 2년은 시험대였다. 동양그룹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섰고 주인은 사모펀드(PEF)로 바뀌었다.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2년 만에 또다시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국내외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탐내는 알짜 기업으로 거듭났다. 국내에선 CJ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AJ네트웍스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대만 홍하이그룹, 중국 메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그룹 등도 도전장을 냈다. 10여곳의 국내외 후보가 동양매직을 인수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다. 동양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동양매직은 2014년 7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NH-글랜우드 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사모펀드의 품안에서 동양매직은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이는 수치로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903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2013년
“누진제 완화는 1%를 위한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 가격을 낮춰서 과도한 수요를 유발하게 되면 정부가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이다” 지난 8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말이다. 누진제를 완화할 경우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사람들의 요금은 오르고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요금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얘기다. 또 ‘전력 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여름철에 에너지절약 유도’라는 누진제 도입의 목적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누진제 개편에 강경하던 산업부의 입장이 불과 이틀만에 번복됐다. 이정현 새누리당 새 대표가 “누진제 개선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둘 중 하나다. 산업부의 입장변화는 에너지소비의 변화상을 읽지 못하고 국민적 불만이 쌓여온 누진제에 대해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거나 당과 청와대가 요구하니 마치못해 ‘코드맞추기’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어느 쪽이든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201
기자가 사는 집 앞 아파트 상가에는 이디야, 탐앤탐스, 쥬씨 등 10여 개 커피 프랜차이즈가 들어차 있다. 길 건너까지 합하면 커피전문점 15곳이 지척에서 치열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 희한한 풍경이 생겼다. 아메리카노의 1500원화(化)다. 상권 특성상 저가 커피브랜드가 많았는데, 어느샌가 1500원 대용량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진짜 저가 커피전문점이 들어섰다. 견디다 못한 주변 커피숍들도 하나둘씩 '한정이벤트'를 내세워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으로 낮췄다. 점포가 2곳 있던 이디야커피 중 한 곳은 아예 간판을 타 저가 프랜차이즈로 바꿔 달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가커피 유행이 반갑다. 불황 속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에게 1500원 커피는 한턱 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가 커피전문점 열풍 이면에는 퇴직자들의 팍팍한 삶이 숨겨져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2014년 현재 1만2000여개로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특히 '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