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수당 정책목적·대상 모두 '불명확'…취업지원인지, 생활지원인지 목표 분명히 해 '지급대상' 좁혀야

예상된 논란이었다. 매달 50만원씩 미취업 청년들에게 주는 '서울시 청년수당' 얘기다. 지난달 3일 청년 2831명에 첫 지급이 됐는데 일부가 고액 연봉을 버는 가정의 자녀에게 갔다. 연봉 2억원이 넘는 가정의 자녀까지 50만원을 받았다는 소식에 논란이 불 같이 번졌다. 서울시는 지원대상 설계를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고액 연봉 가정 출신 자녀에게도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선정 기준' 때문이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대상자 선정시 가구소득(50%), 미취업기간(50%), 부양가족(12%, 가산점)등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다 보니 고액 연봉 가정 출신도 백수 기간이 길면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미취업 기간이 짧아도 가구소득이 낮으면 청년수당 대상자가 된다.
청년수당의 선정기준이 모호한 것은 '사업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50만원을 주는 이유가 '어려운 청년'을 돕겠다는 것인지, '취업 성공'을 돕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어려운 청년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면, 저소득층으로 분명히 제한했어야 한다. 취업 지원에 한정하려는 것이었으면 취업목적 이외의 수당 사용을 명확히 막았어야 했다.
하지만 서울시 청년수당의 사업 설계는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형태로 돼 있다. 심사시 소득기준을 감안하지만, 저소득층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청년수당의 사용 용도도 취업 목적을 위해서만 쓰게 한다던지, '유흥비'는 안된다던지 등 별도 제한사항이 없다.
그러다 보니 정작 청년수당을 받겠다고 지원한 청년들의 신청 목적도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청년수당 지원서 관련 자료를 살펴본 결과 "많이 배우며 열심히 하겠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 등의 막연한 지원동기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 마음으로 매달 50만원씩 6개월을 받는다고 한들 청년문제가 얼마나 해결될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이 같은 형태로는 사업시행도 제대로 되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의 견제만 받다 끝날 공산이 크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청년수당 사업을 직권취소한 상태고, 정치권에서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어려운 청년들만 돕겠다"던지, "현금 사용을 자기계발에만 한정한다" 등의 반박할 논리가 부족하다. 향후 청년수당이 유흥비로 낭비된 사례가 단 한 건이라도 나오면 반발 여론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청년수당' 사업의 장기적 성과를 얻으려면 목적과 대상을 다시 분명히 정하고 사업설계를 섬세하게 다시 짜야 한다. 기존의 정부가 시행한 청년사업과의 차별화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청년들에게 필요한 사업이면서도 현금 낭비가 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