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왜곡된 이케아 '나비 효과'

[기자수첩]왜곡된 이케아 '나비 효과'

김하늬 기자
2016.09.13 05:00

"정부가 한 달 만에 예비안전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업계 의견은 듣지 않고 미국에서 규정을 통째로 '수입'해 온 겁니다. 그리고는 전부터 만들어진 제품을 다 리콜하라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최근 만난 국내 한 가구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처럼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이 최근 예비안전기준을 근거로 국가 통합인증인 KC마크를 받은 국내 유통 서랍장 27개에 대해 리콜을 권고한 것에 대한 성토다.

사태의 발단은 '이케아' 였다. 미국에서 이케아의 말름 서랍장이 넘어지면서 여기에 깔린 어린이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권고에 따라 이케아는 지난 6월 미국에서 2900만개, 캐나다에서 660만개의 서랍장을 리콜했다. 그런데 이케아는 국내에서 말름 서랍장을 버젓이 팔면서도 글로벌리콜 대상국가에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과 국표원이 결국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게 됐다. 국표원은 이케아를 포함, 국내 유통 중인 서랍장의 안전성 조사까지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문제는 조사할 '규정'과 '기준'이 없다는 점이었다. 기존 가구 안정성 검증은 유해물질 방출량, 국가통합인증(KC) 정도에 불과했다. 가구의 넘어짐 정도 등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 보니 가구 업체별로 15~20kg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

국표원이 지난 8월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의 전도시험(넘어뜨림)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면서 엉뚱하게 애꿎은 가구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예컨대 전도시험 예비안전기준인 23kg은 미국의 만 5세 아동의 평균 몸무게다. 4단 서랍장과 6단 서랍장의 경우 가장 위층 서랍의 열림 정도와 눌림 각도가 다른데 전도성 테스트 무게를 동일하게 적용한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다는 데 모든 관련 업자들이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갑자기 미국 규정을 갖고와서 제품과 브랜드에 낙인을 찍는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영세한 업체들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비안전기준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왜곡된 '이케아'의 나비효과가 영세한 국내 가구업체들만 잡고 있는 것은 아니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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