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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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 토요일에 전북·광주 출장 결정을 통보하자 아내는 주말 출근의 연유를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 취재라고 말하자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더민주 전당대회(이하 전대)가 진행 중이냐는 질문과 함께. 성급한 일반화일수 있지만 평소 정치에 관심이 적지 않은 정치부 기자 가족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현재 더민주의 전대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진행 중이다. 물론 전대 흥행저조가 더민주 만의 일은 아니다. 9일 끝난 새누리당 전대는 '사상 최초 호남 출신 대표 탄생'이라는 의미가 무색하게 흥행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선거인단 사전투표율은 20.7%(지난 7·14전대 29.7%)에 불과했고, 전국 대의원 9135명 중 5720명(62.6%)만 투표에 참석해 지난 전대(74.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핵심 지지층 호응조차 얻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거대 양당의 전대 흥행 저조를 '올림픽'과 '무더위' 때문이라며 스스로 자조하는 정치권 인사들도 있다. 하지만 여
"투자금 회수는 가능한가요?" 영국 창업기업이 밀집한 테크시티에서 액셀러레이터(창업 보육·투자기관)를 운영하는 교포 A씨는 현지 투자자에게 한국의 벤처기업 투자를 권유할 때마다 듣는 반응이라고 한다. 대다수가 투자를 결정할 때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언제 휴지조각으로 변할지도 모를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적어도 투자금을 언제쯤 거둬들일 수 있는지 정도는 확신이 서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A씨의 난감함은 여기서 시작된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등 외국의 대형 벤처캐피탈이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 국내 벤처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외자유치펀드'의 결성액과 투자실적을 아무리 홍보해도 반응이 시원찮다는 것이다. 역시 벤처펀드를 청산한 후 얼마나 벌었는지 드러낼 만한 실적이 별로 없어서다. 주변에 있는 경쟁 벤처캐피탈이 한국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퇴로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포켓몬 고’ 열풍이 빠르게 사그라지고 있지만 “우리는 왜 저런 게임을 못 만들었냐”는 의문은 여전하다. 이미 널리 쓰이는 기술들을 활용한 게임이라면 한국 게임사들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혁신적인 제품을 먼저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한 질책은 당연하다. 다만 한국에서 ‘포켓몬 고’가 탄생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너 나 할 것 없이 증강현실(AR) 게임 개발에 뛰어들기에 앞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다. ‘포켓몬 고’는 닌텐도의 ‘포켓몬스터’라는 지적재산권(IP)이 없었다면 이 정도 흥행을 거두긴 어려웠을 것이다. ‘포켓몬스터’는 게임에서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문화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1996년 등장한 이후 20년째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포켓몬스터’와 같은 콘텐츠가 존재할까.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콘
"덩치를 키우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느냐를 먼저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 초대형IB로 허용되는 업무나 규제 완화가 대규모 증자를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당근일까요" 정부가 증권사 자기자본 기준 3조원, 4조원, 8조원으로 초대형IB 기준을 두고 신규업무 등 단계별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한 데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장에서 언급됐던 법인지급결제 허용이나 예금자보호상품 허용 등의 규제 완화는 빠져 기대치에 못 미친데다 대규모 증자를 할 만큼의 메리트 있는 규제 완화책인지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 중개업무나 부동산 담보 신탁 등 신규 업무의 경우 추가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지만 대규모 자본을 확충할만큼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증권사들의 대형화나 증권업계 구조 개편 등의 영향은 분명 나타날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가 충분히 드러났고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위헌'결정을 내심 바랐던 이들도 이에 대비하느라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김영란법은 국민 일반의 지지를 강하게 받고 있다. 반면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이들은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과연 사회 지도층 등이 그간 접대를 많이 받고 청탁을 해오던 관례가 아쉬워 반대하는 것일까. 그렇게만 본다면 우리 사회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게 아닐까. 전원책 변호사는 최근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3류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취지는 좋으나 입법만능주의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적에 동감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부정청탁은 사라져야 한다는 당위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잘못에 형벌을 규정할 순 없다. 법은 도덕의 최소화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포털 댓글에서 흔히 보이는 ‘모든 위법에 사형이 답’은 그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인사시스템은 어느 조직,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그 조직과 기관의 명운을 가르는 핵심요소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하물며 한 회사의 수장을 결정하는 일은 그 회사의 생사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궁극적으로 회사를 하나의 목표로 나아가도록 하는 출발점이 바로 '사장 인사'인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공급 1위, 시공능력 4위의 건설사로 총자산과 연매출이 각각 10조원에 달하는 대우건설 차기 사장 선임과정을 보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규정과 절차가 오락가락했고 납득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이 반복됐다. 지난 5일 대우건설 차기 사장 최종 후보로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이 내정됐다. '해외건설 경험이 전무하다' '유력 정치인이 밀고 있다' 등의 논란이 일었지만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끝까지 박 고문을 밀어붙인 결과다. 박 고문은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영업본부 개발담당
"관행이요, 확인해보니 그럴 수 없던데요?" 최근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서류 조작 등을 이유로 인증취소, 판매정지를 당한 것에 대해 수입차 업계의 관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들은 모 수입차 업체 임원의 말이다.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 사건부터 최근의 판매정지 사태까지 일련의 논란을 수입차업계 공동의 관행으로 묶는다면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저지른 행태는 운 나쁘게 걸린 공통의 잘못일 뿐이다. 그러나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단칼에 그럴 수 없다고 자신했다. 아무리 관행이라고 양보해 보더라도 득 볼 게 없어 관행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차를 쉽게 많이 파는 것이 수입차 사업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11년 10만5037대 △2012년 13만858대 △2013년 15만6497대 △2014년 19만6359대 △2015년 24만3900대 등으로 폭발적인 판매증가세를 보이며 성장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국내 수입차업체들은 그동안 판
정부가 과열된 아파트 분양시장을 진정시키겠다며 분양권 불법거래 행위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서겠다고 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나아 보이지 않는다. 모델하우스에는 여전히 떴다방(이동식 불법 중개업소)이 활개를 치고 있고 인기가 높은 신도시 현장에는 암암리에 불법전매와 다운계약이 이뤄진다. 떴다방이나 불법거래를 알선하는 공인중개사에게 혹시 단속에 걸릴 일은 없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온다.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자신만만한 데는 이유가 있다. 분양권 거래는 사인 간의 거래라 불법행위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고, 단속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교묘한 편법들이 수 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모델하우스 주변에서 대 놓고 불법 영업을 하는 떴다방은 금방 단속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단속 공무원이 오면 떴다방은 "단순히 분양 상담만 해 줄 뿐"이라며 발뺌한다고 한다. 지도·감독 권한만 있고 수사
“알파고를 만든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SW 아키텍처(architecture) 역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도 이를 키워야 살아 남는다” 중소기업에서 들을 법한 이 내용은 삼성이 지난 6월~7월 만든 ‘삼성 SW 경쟁력 백서 1부, 불편한 진실’과 ‘삼성 SW 경쟁력 백서 2부, 우리의 민낯’ 중 일부다.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의 통렬한 자기반성인 만큼 당시 백서는 IT(정보통신) 업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른바 ‘민낯 파장’ 이후 삼성이 SW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택한 전략은 ‘인내심’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삼성은 왜 기다림을 택했을까.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미국 뉴욕 ‘갤럭시 언팩’ 사전 간담회에서 “하드웨어(HW)가 김장 김치라면 SW는 묵은지 같다”며 “적절한 인력을 확보한 다음 그 사람에게 시간과 권한을 주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의 이날 발언은 백서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 입니다."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장익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이같이 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약품 심사관으로 7년간 활동한 이 교수는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한국의 현주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 그가 '글로벌도약' 조건으로 지적한 부분은 '국가'가 아닌 '업계' 역할이었다. 사실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올려놓은 공의 8할은 업계에 있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신약 기술수출은 실적 부진을 감수하고 연구개발에 '올인'한 한미약품의 뚝심에서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연달아 들려오는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출시 역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투자 덕이었다. 오히려 '국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세제, 인허가 등 정부 규제 문턱이 높아 신약 개발과 세계시장 진출에 별다른 도움이
"매각을 추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들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은 착잡합니다." 국내 한 LNG 발전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원자력·석탄을 쓰는 공기업 발전과 달리 LNG 발전은 민간 사업자들이 투자했다. 하지만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며 업계는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 계열 별내에너지와 대륜발전이 대표적이다. LNG 발전·소각열 생산을 하는 집단에너지업체인 별내에너지와 대륜발전은 지난해 인수자를 찾지 못해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하자 도시가스업체인 대륜E&S를 함께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별내에너지와 대륜발전은 지난해 각각 180억원과 2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천리의 자회사 에스파워 지분 매각도 마찬가지다. 에스파워가 경기 안산에서 운영 중인 LNG 복합발전소는 작년에 준공됐다. 효율성이 좋지만 가동 1년밖에 지나지 않아 좋지 않은 마진에 매각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을 받고 사업을 접겠다는 생각이다. LNG 발전시장은 급격
"피해자들은 옥시의 간담회 일정도 미리 알지 못했습니다"(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성준이 어머니) "피해자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조금씩 배상 규모를 늘려가는 겁니다. 이건 수사를 받게 되니 '물타기' 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강찬호 가습기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 옥시(옥시레킷벤키저, 현 RB코리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배상안은 '또 일방적'이었다.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배상안에 대해 언론 보도, 또는 간담회 소식을 접하고 '입장'을 묻기 위해 연락한 기자들을 통해 듣게 됐다. 이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을 터. 피해자들은 옥시를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다, 너는 대답만 해) 같다"고 한다. 사건 원인과 피해 규명부터 사과, 배상까지. 수년간 이어진 옥시의 대응은 피해자라는 상대방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일방적 발표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