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친 구글과 불안한 EU와 지켜보는 韓

[기자수첩]거친 구글과 불안한 EU와 지켜보는 韓

이해인 기자
2016.09.02 03:00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반(反) 미국 IT기업 정서가 심상치 않다. 유럽연합(EU)이 애플에 130억 유로(약 16조원)에 달하는 세금폭탄 추징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아일랜드가 애플에 불법적인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구글도 유럽 시장에서 자사 가격 비교 서비스 ‘구글 쇼핑’에 특혜를 줬다는 이유로 조만간 천문학적 과징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EU의 미국 IT기업 견제는 전방위적이다. EU는 지난달 미국 정부와 ‘프라이버시 쉴드(Privacy Shield)’ 협정을 체결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은 유럽에서 본국으로 데이터를 보내려면 유럽이 정한 정보보호 기준 준수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미국 IT기업을 경계하는 건 EU 뿐 아니다. 러시아 정부도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675만달러(약 76억원)을 부과했다. 인도가 구글의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보안상 이유로 거부했듯 구글 서비스 진출을 거부한 곳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특정 소수 기업들이 과실을 독차지하고 있는 미국식 인터넷 경제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로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 서비스의 클라우드화가 급진전되면서 이들 소수 기업으로 전세계 데이터가 몰리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자국이 확보하고 있는 정보의 양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일까. 세금 문제와 반독점 문제는 고사하고 미국 정부까지 동원해 지도 데이터를 달라고 떼쓰는 구글에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심사기한만 연장했다. 이를 두고 “구글에 특혜를 준 거나 다름없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눈치 볼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 경제 시대 이제라도 우리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심도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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