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학원 시간 10시 제한, 안 하나 못 하나

[기자수첩]학원 시간 10시 제한, 안 하나 못 하나

최민지 기자
2016.09.06 05:30

"안될 줄 알았다."

5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9월 총회 현장. 학원운영 제한시간을 밤 10시로 통일하는 안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청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현재 학원 교습시간은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이 조례로 제한하고 있다. 안건을 발의한 서울은 초·중·고교생 학원 종료 시간을 모두 밤 10시로 묶어둔 상태다. 하지만 대전,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제주 등은 고등학생 대상 학원 운영 시간을 자정까지 허용하고 있다.

기자와 함께 총회 장소에서 대기하던 한 교육청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협의가 결렬될 것"이라며 확신에 찬 표정을 보였다. 실제로 결과는 뻔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사교육 유발 요인은 학원이 아닌 어려운 교육과정"이라는 이유조차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사실 교육계에서 학원 영업 시간 제한은 논란이 오래된 주제 중 하나다. 영업 시간 제한에 찬성하는 이들은 학생들의 행복추구권을, 반대하는 이들은 학습권 보장을 주장해왔다. 지금까지는 팽팽한 이 논쟁에서 후자가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충북의 경우 2013년 초등학생과 중·고생의 학원교습 제한 시간을 밤 10시로 당기는 내용의 조례가 도의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뒤집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초·중·고교생의 심야 학원 교습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시의회에서는 박호근 서울시의원 등이 학원 시간을 1시간 연장하자는 취지의 토론회를 열다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청소년 행복추구론'이 조금씩 힘을 얻고있는 것이다.

심지어 학원 업계에서도 학원 영업시간을 통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추민규 전국학원강사총연합회장은 "차라리 학원 시간이 밤 10시로 다 같이 제한됐으면 좋겠다"며 "일부 유명 강사들은 야간 수업이 가능한 지방 학원으로 원정을 가서 고액의 강의료를 받는데 이걸 보는 서울 강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은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교육감들은 학원 영업 시간이라는 논쟁에 대해 또 다시 책임을 미뤘다. 하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 한 학원을 단속할 수 있는 주체가 교육감밖에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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