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고된 노사갈등, 시험대 오른 안방보험

[기자수첩]예고된 노사갈등, 시험대 오른 안방보험

전혜영 기자
2016.09.12 03:23

"동양생명을 인수할 때와는 확실히 다를 겁니다."(금융당국 관계자)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이하 알리안츠생명)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중국 안방보험이 달라졌다. 지난해 동양생명을 인수할 때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피하며 최대한 잡음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 알리안츠생명 노조와는 날선 대립도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 최종 인수에 앞서 인력감축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고용조건을 업계 수준으로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실시한 명예퇴직으로 200여명의 직원이 퇴사했지만 추가 인력감축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을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사측은 최근 노조에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안방보험과 알리안츠생명 노조의 갈등은 사실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안방보험은 올 초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알리안츠생명을 정상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한국에서 실패한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에 당시 국내 4위 생보사인 제일생명을 인수하면서 노조를 비롯한 기업문화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알리안츠생명은 생보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근속연수에 따라 가산율을 정해 퇴직금을 지급하는 퇴직금 누진제를 유지하고 있고 지점장의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뒤늦게 부담을 느낀 알리안츠그룹이 수차례 고용 조건을 개선하려 했으나 노조 반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2008년 노조는 사측의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해 234일간 파업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알리안츠그룹이 한국에서 실패한 결정적 이유는 강성 노조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첫 손에 꼽힌다"며 "향후 동양생명과의 합병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하는 안방보험 입장에서는 인수를 포기할지언정 구조조정에서 물러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노조와 상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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