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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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사건' 이후 3년이 흘렀지만 변한 건 없었다. 경찰은 112 신고를 접수하고도 무려 30분을 허비해 국민의 목숨을 지키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운용하는 '사람'이 방심한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다. 사건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12일 밤 9시12분쯤 이모씨(34)는 "어머니가 여자친구와 전화로 다툰 뒤 칼을 갖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서울 용산경찰서 한남파출소 소속 순찰차 42호와 43호는 이씨의 신고 현장으로 가라는 상황실 지령을 듣지 않았다. 당시 이들은 이씨의 신고가 있기 10분 전 접수된 가정폭력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42호는 두 사건의 신고 지점이 68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같은 사건에 2개의 신고가 접수된 것"이라고 오인 보고했다. 파출소 근무자도 신고 정보가 표시된 모니터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42호의 보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누구든 한 번만 제대로 살펴봤다면 인근에서 발생한 2개의 별도 사건
어느 날 갑자기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좌표’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돈다. D-데이는 바로 다음 날. 시간은 새벽 6부터. 알음알음 소개받은 사람들은 좌표가 가리키는 곳에서 긴 줄을 늘어선다.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기습 보조금 ‘대란’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긴 줄을 늘어선 사람은 대란의 승자가 됐고, 나머지 대다수 이용자는 ‘호갱’이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불과 1년 전이다. 보조금이 대량으로 살포된다는 정보만 있으면 휴대폰 구매의 승자가 되고, 나머지 이용자는 패자로 만드는 ‘이용자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법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이름도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 법 실행 이후 각 판매점에서는 이전처럼 휴대폰을 팔지 못한다며 아우성쳤고, 받을 수 있는 지원금 수준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비자들의 원성도 커졌다. 1년 내내 법을 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도 주
"가격제한폭 확대로 10만원짜리 주식이 5만원 밑으로 떨어지는데 이틀 하한가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의무보유기간이 5일이라니 그 기준은 대체 어떤 논리에 의해 설정된거죠?" 최근 증권사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화두 중 하나는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증권사 임직원 자기매매 규제방안이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불건전 자기매매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임직원 자기매매 빈도와 횟수 제한이다. 금감원 방안에 따르면 증권사 임직원의 자기매매 횟수는 일 3회, 월 회전율 500% 수준으로 제한된다. 또는 약 5일 가량의 의무보유기간을 지켜야 한다. 이는 올해 4월 초 결성된 태스크포스(TF)팀에서의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인데 막판까지도 그 기준 설정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현재 월 회전율 제한선은 증권사별로 100~1000%까지 다양하다. 당국도 제한기준 마련에 고심을 거듭
“1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겨우 3.3㎡ 정도 살 수 있겠네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3.3㎡당 3000~4000만원을 호가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이 한 말이다. 평생 죽도록 일해 돈을 모아도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말이였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1200만원에 달한다. 서민에겐 결코 만만한 돈이 아니다. 현행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인 70%를 적용해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다고 하면 한 달 이자만 100여 만원(금리 3.5% 가정)에 이른다. 집값이 부담돼 전세로 눈을 돌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0.9%였고 성북구는 서울 자치구 최초로 80%를 넘어섰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전세가격은 끝 모를 듯 오르고 있지만
지난달 26일 대학생들의 주거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 한 다가구주택을 찾았다. 주변 시세(월 50만~60만원)보다 싼 값(월 30만~40만원)이어서 찾는 학생들이 많은 원룸 건물이었다. 지하층 3가구, 1층 7가구, 2층 6가구, 3층 8가구, 옥탑방 등 총 25가구 중 24가구에 대학생이 세들어 살고 있었다. 3층에서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도 방문이 달려있었다. 실제 등기부등본에는 층당 연면적이 111.4㎡로 등재돼 있다. 3층의 경우 8가구를 단순 계산해도 한 가구당 14㎡가 채 되지 않는다. 복도와 공용 보일러실 등을 감안하면 실제 방 크기는 훨씬 작은데도 월세가 30만~4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가장 큰 옥탑방의 경우 50만원이다. 집주인은 이 건물을 2008년 3월 12억8500만원을 주고 샀다. 은행에서 대출을 6억5000만원가량 받았으니 실제 투자금은 6억3500만원이다. 방 1개당 보증금 200만원에 월 40만원을 감안하고 4% 금
정부의 정책명이 화려하고 요란하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속빈 강정'이거나 부적합한 경우가 상당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로 쓰는 정책 작명법은 '한국형+000'이다. 뒤에 해외의 정책·제도·프로그램 등이 붙는 식이다. 이렇게 지으면 국제화시대 흐름에 능동적으로 편승해 간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홍보 효과 만점이다. '한국형'이라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재설계해 도입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별 고려없이 그대로 베껴온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이런 이름을 단 정책으로 몸살을 앓는다. "무턱대고 다른 나라 정책 모델을 흉내내 혼란만 야기한 탁상행정"이란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우선, '한국형 프라운호퍼', 산업형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민간 수탁 실적에 따라 출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 재원 의존도를 낮추고, 저조한 기술사업화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연간 예산 3분의 2를 지역 대·중소기업 위탁연구
"피코크 묵은지 찌개 먹어봤어? 이마트에서 만들었다는데 맛이 끝내주더라고. 조금 비싸긴 한데 이 정도 퀄리티면 대박이지. 마트가 만든 게 이 정도인데 식품업체들 진짜 반성해야 돼." 최근 만난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식품업계를 출입한다"고 하니 돌아온 말이다. 2년 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세종시로 내려가 기러기 아빠가 된 그는 저녁 약속이 없으면 혼자 이마트에서 사온 피코크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피코크는 이마트가 내놓은 PB(private brand, 자체브랜드) 상품이다. 이마트가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업체에 의뢰해 생산한 상품에 붙는 브랜드다. 찌개, 국은 물론 우동, 커피, 탄산수 등 제품군만 700여종에 달한다. 올해 매출만 1500억원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이마트가 식품을 기획, 개발한다'는 점이 아니라 그 제품이 '맛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피코크는 조리된 제품을 데워 먹는 간편식이 대다수다. 그런데 가격도 만만치 않다. 피코크 제
사법부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전관예우' 의혹이다. 과장이 아니다. 판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빼면 법원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 퇴임한 판·검사가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유리한 판결을 받아낸다는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법원은 껍데기만 남는다. 이 때문에 사법부는 전관예우 의혹을 씻기 위해 외연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형사사건에 대한 성공보수가 무효라는 판결을 확정했고, 한 대법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들을 굳이 '외연적'이라고 한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과연 법원의 의지가 확고한지 의문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를 막기 위한 노력 가운데 최근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서울중앙지법 형사부가 내건 재판부 재배당 방침이다. 재판부와 일정한 연고가 있는 변호사가 선임되면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넘긴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재판부를 기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
"LG전자 정말 괜찮은가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LG전자를 걱정했다. 업무상 이해관계는 직접적으로 없지만 경제 관련 당국자로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염려하는 차원이다. 회사 내부 분위기, 제품전략,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등 이것저것 궁금증이 많았다. 한국을 대표하던 금성(GoldStar) 시절부터 떠올리며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는지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LG전자에 대한 우려는 산업계를 넘어섰다. 자본시장 참여자, 정부 관계자 등 LG전자를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주가는 불안감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2013년 4월만해도 한때 9만원을 넘겼던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하염없이 떨어져 지난달 4만원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시가총액은 LG디스플레이나 LG생활건강에 한참 밀렸고 중견업체로 불리는 한샘이나 코웨이와 비슷한 수준까지 줄어들며 그룹 주력사로서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다행히 3분기 실적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최근 분위기
얼마 전 국립국어원이 트위터를 통한 국어상담을 중단했다. 국립국어원의 트위터계정은 가나다전화, 온라인가나다, 카카오톡과 더불어 우리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또 헷갈리는 맞춤법을 쉽게 물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터라 왜 운영을 중단했는지 궁금해졌다. 국립국어원 측은 카카오톡 등 증가한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 ‘누리소통망’(SNS) 상담서비스 창구를 카카오톡으로 단일화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상담건수로 볼 때 이미 국립국어원 트위터계정 이용자가 카카오톡으로 유입됐다는 게 SNS 상담창구 단일화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면 트위터의 위세가 약화됐다고 하지만 28만 팔로워를 보유한 계정을 없애는 것은 국립국어원 측이나 SNS 이용자 모두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의 트위터계정은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어달라고 요청하자 ‘노동자’는 ‘근로자’로 다듬어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개편과 자회사 분할 등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발의됐다. 의아스러운 대목은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가 거래소 담당 기관인 금융위원회를 관할하는 정무위원회 의원이 아니라 산업자원통상위원회의 이진복 의원이라는 점이다. 당초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것으로 기대됐던 의원은 정무위의 박대동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금융감독위원회(금융위 전신) 감독정책1국장과 상임위원을 역임해 이번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적임자로 꼽혔다. 하지만 박 의원은 개정안 대표발의를 맡기 위한 조건으로 거래소 노조의 동의를 요구했다가 노사합의가 결렬됐다는 이유로 발의를 거절했다. 이 때문에 산자위 의원이 정무위 관할 법안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됐다. 거래소의 지주사 개편과 자회사 분할은 각 시장 특성에 맞게 기업들의 상장을 활성화해 경제 활력을 살리고 거래소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육성하기
최장기 전면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사의 교섭이 파국을 맞았다. 노조는 21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사측은 이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난 5월27일 상견례로 시작해 3개월 넘게 진행돼온 임단협 교섭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교섭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노사가 불필요한 자존심을 너무 세웠기 때문이다. 합리적 대화는 없고 감정이 앞선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노조는 지난달 17일 전면파업을 개시했다. 지난해 말 5년만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졸업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이다. 노조는 힘들었던 워크아웃 기간 겪었던 서러움 등을 보상받고자 하는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워크아웃을 졸업할 때까지 애쓴 노동자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투쟁'의 구호는 이해하기 어렵다. "워크아웃 졸업이후 관계정립을 위한 중요 싸움이 될 것"이라거나 "박삼구 회장 퇴진 입장을 사회적으로 표명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는 등 교섭과 전혀 상관없는 말로 회사를 자극해왔다. 사측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