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먼지 쌓인 보고서의 현재진행형 경고

[기자수첩]먼지 쌓인 보고서의 현재진행형 경고

권다희 기자
2015.11.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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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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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계기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장래성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유예성격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적극 지양해야 한다.

최근 화두가 된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이 경고는 1년 반전 나온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이 '한계기업 퇴출 필요성'을 부쩍 강조한 건 최근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이다.

영업력이 없음에도 낮은 이자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기업 경영환경 악화와 저금리 정책의 결합으로 수년 간 누적돼 왔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정책 차원에선 제대로 제기되지 못했다. 작년 여름부터 한동안은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 탓에 그나마 제기되던 한계기업에 대한 지적이 금기시 되는 분위기까지 있었다.

조선·철강 등 주요 제조업 업황이 중국 경기둔화와 맞물려 심상치 않게 전개될 것이란 연구보고서도 몇년 째 숱하게 쏟아졌다. 하지만 부실이 쌓인 기업에 채권단이 수조원을 쏟아부은 채 가까스로 생존하는 상황은 이러한 경고에 아랑곳 않고 수년째 이어져 왔다.

조선업의 경우 2010년 이후 자율협약에 들어간 중형 조선사 4곳에만 채권단이 8조원(출자전환 제외)을 수혈한데 이어 앞으로도 최소 수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상기업'인 대우조선엔 내년까지 국책은행들을 중심으로 4조2000억원이 수혈된다.

급한 불 끄기 식의 기업 살리기가 이어지고 구조조정이 외면되는 동안 기업 부실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더 많은 업종으로 번졌다. "결국 누구도 수건돌리기의 술래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란 한 채권단 관계자의 말처럼 숙제를 미뤄온 대가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에 부실기업에 대한 심사를 철처히 해달라고 주문하고, 산업차원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로 기류는 바뀌었지만 그래도 불안한 대목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이 문제가 '정말 의미있게 추진될 수 있느냐'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그나마 저금리일 때 구조조정이 진행돼야 퇴출기업들의 정리가 쉬운만큼 이번엔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고 우려했다. 빼든 칼이(칼을 빼들었냐는 의구심도 물론 있다) 이번엔 늦지 않게 필요한 곳으로 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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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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