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문재인, '교과서 올인'에서 빠져나와야

[기자수첩]문재인, '교과서 올인'에서 빠져나와야

김성휘 기자
2015.11.01 14:46

[the300]교과서 블랙홀 속 野 신뢰받을 조건은

"

경남 고성군수 당선시켜 보이겠다." 10.28 재보선 전 새정치연합 고위 당직자가 호기롭게 한 말이다. 뚜껑을 열자 빈 말이 되고 말았다.

이번 재보선이 아무리 소규모였더라도 선거는 선거다. 여기서 야당은 또 졌다. 그나마 주목받았고 여권 후보의 표분산으로 야당이 가능성도 있다고 봤던 경남 고성군수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무소속보다 득표율이 낮았다.

야당이 선거에 집중할 여건이 아니긴 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때문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여론이 찬성보다 높게 나오는 가운데서도 이를 지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여파 속에서도 야당은 승리하지 못했다.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섞인 말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다양한 패인이 제기되겠지만 무엇보다 교과서 '올인'의 비용이 크다. 문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민생을 외면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지만 야당 자신부터 민생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메시지는 사람과 장소, 즉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느냐에서 나온다. 문 대표의 공개행보는 교과서로 시작해 교과서로 끝나고 있다. 재보선 일주일 전 기간만 보면 교과서 이외의 일정은 경찰의날(21일) 청년문제(27일) 정도다. 마치 국정화 반대 전국투어에 쓰는 버스 전체를 '랩핑'으로 뒤덮은 것처럼 온통 교과서 문제에 집중하는 듯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관악산 입구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서명과 의견서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2일 황우여 교육부총리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2015.11.1/뉴스1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관악산 입구에서 열린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반대서명과 의견서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마지막 날인 2일 황우여 교육부총리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2015.11.1/뉴스1

적어도 공개일정만 보면 진짜 '민생'을 걱정하는 건 여야 중 어느 쪽인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같은 기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가뭄 현장을 방문하고 재보선 지원도 나섰다.

문 대표의 선명한 투쟁이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됐다고 말할 지 모르겠다. 문 대표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19대 대선주자 국가 과제 실현 적합도 10월 조사 중 '전반적 적합도'에서 지난달보다 7.1%포인트 급등, 20.1%(2위)로 뛰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지지층을 확장하거나 여당 지지층의 마음을 돌린 결과로 단정하기 이르다. 교과서 이슈를 두고 당정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그동안 부동층으로 이탈했던 옛 지지층이 다소 결집한 측면이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민병두 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치'란 책을 냈다. 지난달 27일 책 출간 기념 토론회의 화두 중 하나는 "반대만 하는 게 아니라 내 목소리를 내는 정당"이었다.

야당은 정부여당을 향해 국정우선순위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야당 자신부터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여당을 더욱 압박할 수 있고 야당에 대한 국민신뢰도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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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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