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양·임대간 갈등 키우는 '소셜믹스'

[기자수첩]분양·임대간 갈등 키우는 '소셜믹스'

김사무엘 기자
2015.10.28 05:23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한 단지에 섞어 계층 간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도입된 소셜믹스. 이 제도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흐른 지금, 그 통합의 의도는 제대로 기능하고 있을까.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답은 “아니올시다”다. 공간만 공유할 뿐 분양주민과 임대주민 간의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가는 느낌이다.

분양주민은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린다며 임대주민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반대로 임대주민은 차별받는 현실이 원망스럽다. 갈등은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분양주민은 관리비가 더 나오더라도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임대주민은 현재의 살림살이가 더 중요하다. 관리비는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좋다. 양측의 상반된 입장 사이에서 분양주민은 아파트 관리에 돈을 쓰지 않는 임대주민이 밉고 임대주민은 지출을 강요하는 분양주민을 이해하기 힘들다.

같은 단지에 살고 관리비도 내지만 결산, 수선계획 수립 등 아파트 운영과 관련한 결정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도 임대주민들에겐 고통이 된다. 주택법은 아파트 관리에 대한 사항을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집주인이 아닌 임대주민은 참여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 데도 갈등을 해결해야 할 관리규약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 현행법에 따르면 분양주택은 주택법, 임대주택은 임대주택법 적용을 각각 받는다. 공통사항으로 혼합단지에 적용할 수 있는 관리규약도 정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동주택, 임대주택, 혼합단지 등 한 단지 안에 3개 관리규약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엇갈리는 규약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면 으레 자신에게 유리한 잣대를 들이밀려는 목소리가 커진다. 갈등 해결이 아니라 분쟁만 격화되는 꼴이다.

켜켜이 쌓인 갈등을 해결하고 나아가 갈등 발생의 소지를 막을 수 있는 보다 세밀한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 분양·임대 공동주택대표자회의를 의무화하거나 자치단체에 분쟁을 조정할 중재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주민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공간을 공유하며 같이 살아가는 이웃사촌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아파트 문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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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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