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처구니 없는 한은 현금도난 사건

[기자수첩]어처구니 없는 한은 현금도난 사건

유엄식 기자
2015.10.30 03:20

“부끄러운 일이죠.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는데..”

지난 16일 오후, 인천 인재개발원에 확대연석회의차 모였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수뇌부는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전 부산본부에서 발생한 현금도난 사건 때문이었다.

부산본부에서 2년 넘게 근무해 온 외주업체 직원 김모씨(26)는 손상화폐 재분류장에서 5만원권 1000장을 훔쳤다가 뒤늦게 적발됐다.

한은은 매일 시중은행으로부터 손상화폐를 받아 재사용할 수 있는 지폐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정사기(화폐재분류기)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김씨가 눈 앞의 돈다발에 견물생심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한 공간에서 작업을 했던 한은 직원들은 물론 부산본부에 설치된 200여대의 CCTV도 김씨의 범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훔친 5000만원을 집에 가져다 놓고 다시 한은 작업장으로 복귀해서 태연하게 일을 했다.

오전 정산작업 중 현금도난 사건을 인지한 한은은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사라진 돈은 전액 회수됐고 범행도 자백 받았지만 일어나선 안 될 보안사고였다.

이 총재는 사건 보고를 받자마자 곧바로 본부 감사실에 특별감사를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본부장을 긴급 소집해 화폐 재분류 업무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조만간 인책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특별감사는 거의 종료됐고 임원진 보고와 관계자 소명절차가 남아있다”며 “매우 위중한 사건이므로 관련자에 대한 인사조치가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했다.

한은이 실추된 조직 위상을 되찾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관련자 문책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화폐 제조장 보안을 강화하고 외주업체 직원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이전부터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다. 업무시간에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직원들 개개인의 보안의식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한은이 위기의식을 반영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