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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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새벽 3시에 카카오톡에서 보이스톡이 하나 들어왔다. 필리핀 세부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난 지인이 인천공항면세점에서 535달러 짜리 가방을 구입했는데 필리핀 세관에 붙잡혀 있다고 보낸 하소연이었다. 주한 필리핀대사관에 따르면 필리핀 입국 시 면세한도는 사실상 0원이다. 담배 2보루나 주류 1리터짜리 이하 2병을 제외한 모든 물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다. 대사관 홈페이지에도 가급적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해 필리핀에 가져오는 것을 삼가라는 안내문이 있다. 지난해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수는 116만명. 이중 필리핀의 이 같은 관세 규정을 명확히 알고 있거나 필리핀 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를 확인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천공항면세점에서 토리버치 크로스백을 535달러에 구입한 지인도 면세 한도가 600달러로 상향됐다는 것만 알았지, 필리핀 관세 규정은 전혀 몰라 낭패를 당했다. 필리핀 세관에서 지인에게 부과한 벌금은 300달러. 한국의 면세 규정 등을 이야기해
연말연시가 되면 기업들은 저마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다.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연탄을 돌리는 장면이나 임직원이 모금한 성금을 전달하는 사진이 첨부된 보도자료만도 수십 통이 넘게 메일함에 쌓이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알리는 데는 단순히 기업들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우리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해마다 수억 달러씩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 대서 특필되는 것도 할리우드 스타를 보고 동참을 할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거노인들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것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누구나 손쉽게 동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연말연시에 연례행사처럼 굳어져 버린 기업들의 판박이 사회공헌 활동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무덤덤해지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벤처기업인들이 소방장갑을 구
국민연금이 대체투자에 관한 사후관리 전담반을 만든다는 뉴스가 나오자 내부는 혼란스런 모습이다. 이 문제가 단지 투자를 더 잘하고 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순수한 대책이 아니라 의외의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어서다. 내부에선 해묵은 조직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일반직과 기금운용 전문직의 대립이다. 일반직은 사후관리를 자신들이 맡겠다고 주장하고 기금운용직은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맞선다. 그래서 이 문제는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문제와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의 정원은 반기 말 기준 5149명. 이중 대부분인 4900여 명은 일반직으로 연금 징수와 지급 등 제반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일반인이 생각하는 기금 450조원의 실제 투자 및 관리는 이 일반직이나 임원, 연구직 등을 제외한 기금운용본부 소속 전문직 199명이 집행한다. 이렇게 돈을 걷고 나눠주는 사람들이 실제로 굴리는 이들에 비해 24배나 많다보니 조직 내에선 관료제가 나타난다. 세력이 강한 일반직이 기금운용직을 거느리려는
"계속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이나 후두암에 걸리는 것이 더 끔찍하겠습니까, 폐암이나 후두암 사진을 담뱃갑에서 보는 것이 더 끔찍하겠습니까. 담뱃갑 경고그림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금연정책입니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의지에 따라 내년부터 흡연자들은 2000원 오른 담배를 구입해야 한다. '서민증세'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명분이 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담뱃값은 2004년 이후 10년 동안 동결돼오다 지난 9월 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담뱃값을 최소 4500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말을 꺼낸 지 4개월 만에 80%나 오르게 됐다. 반면 담뱃갑에 혐오그림을 넣는 경고그림 도입은 국회통과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됐다. '예산부수법안'이 아니기 때문이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담
무단 이적으로 논란이 된 황희찬(18, 잘츠부르크)이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해명하는 것뿐이다. 오스트리아 프로축구단인 FC 레드불 잘츠부르크는 지난 17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잘츠부르크가 포항으로부터 황희찬을 데려왔다. 그의 계약기간은 2019년까지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다수 축구 팬들은 유망한 선수가 유럽 무대에 진출한 것에 설렘을 표현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이적의 뒷이야기가 공개되자 팬들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당시 황희찬의 원 소속팀 포항스틸러스는 "황희찬이 포항과 협상도중 일방적으로 해외로 완전 이적했다. 연맹 규정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팬들은 황희찬에 대해 "도의를 저버렸다" "포항 뒷통수 제대로 쳤네"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여론이 좋지 않다. 황희찬은 이미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를 풀어낼 수 있는 건 황희찬 본인뿐이다. 황희찬은 구체적인 이적 내막에 대해 직접 밝혀야 한다. 에이전트의 집요한 회유로
"서민주거안정도 필요하지만 세입자만을 위한 법만 있으면 임대사업자들이 제대로 되겠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부동산3법'에 최종 합의한 지난 23일. 새누리당 한 의원이 전·월세대책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세입자 주거안정보다 집주인 부담 축소에 초점을 맞춘 정부·여당의 인식을 보여주는 얘기였다. 당정의 이 같은 인식을 감안하면 여당이 한 발 물러선다며 야당과 합의한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도 과연 서민주거안정에 대한 진정성에서 비롯됐는지 의문마저 든다. 이 위원회는 주거급여 확대와 적정 임대료를 산정·조사하고 임대료 등 집주인과 세입자간 분쟁을 중재하는 기구가 될 예정이다. 여야는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조정위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논의 과정을 거쳐 관련법 개정 후 실제 시행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 수준인 전·월세전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인하키로 한 것도 사실상
'땅콩게이트(Nut-Gate)', 몇몇 외신에서 '땅콩회항' 사건을 이렇게 불렀다. 하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게이트'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개인의 잘못으로 빚어진 '회항'사건이었다. '게이트'는 정부 또는 정치권력과 관련돼 일어나는 대형 스캔들, 불법행위를 의미한다. 보통 연루된 사람이 많은 사건에 쓰인다. 이제 '땅콩 회항'은 '땅콩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사건은 점점 커졌다. 조 전 부사장을 향하던 비난의 화살은 그동안 폐쇄적인 문화를 강요한 오너일가로 향했다. 이제는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국토부가 '땅콩게이트'에 휘말렸다. 검찰 조사 대상도 넓어졌다. 사건 당시 기내에 있었던 기장과 승무장 외에 객실승무를 담당하던 여모 상무, 박모 대한항공 법무실장까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여기에 대한항공 조사에 참여한 국토부 조사관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24일 검찰은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에 대해 사전구
"연예인이 성형을 했는데 기획사가 돈을 냈습니다. 그렇다면 기획사는 이 성형 비용을 투자로 처리해야 할까요,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까요?" 한 회계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회계는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예인이 성형을 통해 더욱 인기를 얻었다면 기획사는 성공적으로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성형을 한 뒤에도 인기가 없다면 단순히 비용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투자와 비용을 정확히 나눠 회계로 구분하기는 힘들다. 성형 비용을 회계에 기록해야 하는 시기와 연예인이 실제로 인기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성형이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2~3년 뒤에 외모에 적절한 배역을 얻어 성공할 수도 있는 일이다. 성형을 통해 인기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연예인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외모를 어떻게 감가상각 해야 하는지의 문제도 남는다. 머리 아픈 회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상장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기존에 상장된 SM엔터테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정당해산을 선고하면서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정당해산 이후 이를 규탄하는 집회·시위가 불법이냐 아니냐를 따져 대응해야 할 역할을 맡은 탓이다. 경찰은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세워 불법성을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모호한 기준과 자의적인 해석으로 집회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헌재의 정당해산 선고 이후 있었던 집회들에 대해 불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현장에서 친북적 발언이 나온다면 바로 사법조치, 해산명령이지만 경계선상이라면 전후 관계를 종합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의 목적과 주최, 참석자, 발언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법성을 사후 판단하겠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즉각적인 조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앞서 경찰은 대검찰청과 통진당 해산에 따른 긴급 공안대책 협의회를 열고 불법 집회·시위의 기준과 처벌 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 상황(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기간 물가안정목표의 하한을 하회)은 실물경제 면에서 심각한 수요 위축을 반영하는 것이라기보다 다수의 일시적 공급요인과 제도변경의 효과가 중첩돼 나타난 데 주로 기인하는 것이며 점차 완화될 것이다." 작년 이맘때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의 한 대목이다. 한은은 이 성명에서 "2014년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소비자물가는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국내경제가 올해 중 "글로벌 경기회복, 소비 및 투자 증대 등에 힘입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에 의거해서다. 1년전 낙관론은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월 1.0%로 떨어지며 25개월 째 1%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한은 스스로도 1월 2.3%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월 2.1%, 7월 1.9%에 이어 10월 1.4%로 낮췄다. 10월부턴 통화정책방향 성명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5~3.5%) 범위
"그래도 발표는 할 겁니다. 일단은 대략적으로라도 발표를 해야겠죠." 지난 19일 열린 노사정위 특위에서 만난 한 정부 인사의 말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위 회의가 자정을 넘겨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 시점이었다.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당초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 발표에 앞서 '사회적 합의'로 노사 간의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사회적 합의'는 비정규직 대책을 돋보이게 할 '장식'에 불과하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고용부는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오는 29~30일쯤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전에도 노측에서는 여러 차례 정부의 일방통행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19일 특위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는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노동계 합의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본 합의문에 반발해 사무총장이 회의에도 불참하고 있는데,
"현대차가 고성능 모델 개발자로 영입할 만한 사람은 지금 BMW M 디비전에서 나온 비어만밖에 없는데…." 얼마 전 자동차 업계 지인들과 가진 송년회에서 나눈 얘기다. 이 얘기는 현실이 됐다. 현대차는 22일 BMW M의 연구소장이었던 알버트 비어만을 기술개발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BMW의 고성능 모델을 책임지는 'M' 부문은 원래 1972년, BMW의 모터스포츠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자회사였다. 1983년 BMW에 입사한 비어만은 M의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근 인기 있는 스포츠카와 고성능 모델의 개발을 도맡았다. 최근 10년 사이 BMW가 성장하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메이커로 돋보이게 만든 핵심 멤버 중 하나다. 비어만은 흔히 차에 미쳤다고 비유하는 '카 가이(Car Guy)'다. 엔지니어링 기술자로서 뿐 아니라 '자동차의 스토리 텔러'로서 유럽 내 팬 층이 두텁다. 특히 지난 7년간 M 디비전을 이끌면서 여러 통로를 통해 기존 양산차에 'M' 버전을 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