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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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리모델링 공사 중이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상가건물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무리한 리모델링 공사가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리모델링 수직증축'이란 민감한 현안과 맞닿아 있어서다. 관련업계와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리모델링 시 몇개 층을 더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수직증축을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해왔다. 안정보강기술이 발전해 수직증축을 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는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을뿐 아니라 가구수를 늘려 일반분양하면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초과이익부담금, 소형의무비율, 임대주택 건설, 기부채납 등 여러 제약을 받는 재건축과의 형평성문제도 거론된다. 구조물의 상당부분을 뜯어내 단지 전체를 '상전벽해'식으로 바꾸는 것만이 리모델링인지도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이런 식의 대
"현재 우리 식품 소재산업은 존폐 위기 수준에 까지 놓여있습니다." 한 식품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기자에게 작심한 듯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의 강력한 가격 압박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인 셈이다. 이 '메이저' 식품업체의 CEO가 이렇게 느낄 정도니 다른 업체들의 분위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대다수 식품 업체들은 '눈칫밥' 속에서도 한 차례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국제 원가 상승세로 벼랑 끝에 몰려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나마 '9% 안팎'의 인상률로 맞춰 심한 가격 저항은 다소 피해갈 수 있었다. 야권에선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인상률과 시기에 대해 정부와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식품업체들은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이다. 한 자릿수 인상률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얘기다. 사실 올 상반기 식품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단순히 엄살로만 보긴 힘들다. 요즘 속속 발표되고 있는 업체들의 상반기 실
얼마 전 한국선주협회의 주선으로 주요 해운업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선박의 동력원인 벙커C유 가격이 국내에서 유난히 비싸다는 데 공감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유가는 오르고 영업환경은 좋지 않아 적자의 늪에 빠진 해운업계로선 원료비를 줄이기 위한 당연한 움직임이었다. 실제 해운사들이 자주 급유지로 이용하는 싱가포르에서 최근 벙커C유 가격이 톤당 660달러선을 형성한 반면 한국은 이보다 5%가량 비싸다. 그런데 이 모임 이후 정유사에 쏟아질 줄 알았던 해운업계의 불만은 엉뚱하게도 선주협회로 향했다. 유가상승과 벌크선을 중심으로 한 운임하락 등 이중고를 겪어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공무원집단을 연상시킨다는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미 선주협회는 벙커C유 가격 안정을 정부에 요구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그로부터 4개월여 지나 선주협회가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업계가 '생색내기용'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건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한 국책은행 임원이 한 숨을 내쉬었다. 최근 입사한 신입행원들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다. 돈, 연봉 문제가 나오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까움을 너머 심각한 표정까지 지었다. 마치 자신의 연봉이라도 깎인 냥 흥분했다. 얘기는 이렇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금융권의 고임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위기를 초래한 이들이 수혜만 입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명분이었다. 그렇다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 자연스레 금융공기업이 총대를 멨다. 금융감독원이 선봉에서 임금 삭감을 외쳤고 산업은행 거래소 등이 뒤를 따랐다. 그런데 정작 임금 삭감의 대상은 신입 직원이었다. 기존 직원의 기득권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슬쩍 넘어갔다. 이런 '신 임금 체계'의 결과는 사내 계급 분화다. 이른바 금융 공기업중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감원만 봐도 확인된다. '신 임금 체계'로 뽑힌 공채 11기와 12기의 초임 연봉은 10기에 비해 795만6000원이 적었
동반성장 얘기가 나오자 코스닥업체 E사 대표는 한숨부터 쉬었다. 헛구호, 공염불, 상대적 박탈감…정부의 중소기업 대책이 나온 뒤면 바늘에 실 가듯 뒤따랐던 익숙한 단어가 쏟아졌다. E사는 지난해 하반기 대기업 K사와 600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전년 매출의 70%에 달하는, 오랜 실적 가뭄 끝의 단비였다. 실적 부진 압박에 주가까지 반토막 났던 밑바닥에서 몸은 바빠졌지만 마음은 가벼웠다고 했다. 들뜬 기분은 반년을 채 못 갔다. K사는 시장 상황을 이유로 계약 이행을 늦췄다. 그 사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재 재고와 금융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E사가 떠안아야 했다. 시장 자체가 3개 대기업이 나눠가진 과점 형태라 다른 판로를 찾을 수도 없는 실정. 변변히 항의도 못 했다. 행여 미운 털이 박히기라도 하면 퇴출을 각오해야 할 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사 한마디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E사에 부품을 댔던 30여개 하청업체 사정은 더 급했다. 경영 상황이 부실했던 일
19일 오후 2시 30분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 외교부 청사 합동 브리핑룸.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 모두 발언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매체의 한국 주재 기자들이 서툰 한국어로 우리 정부의 대책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일부 기자는 조 대변인의 답변에 대해 집요하게 추가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 대변인은 내달 일본 국회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계획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이용 자제 조치에 대해서는 "특별한 어떤 대응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한지 의문시 된다"며 대응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대책을 당장 시행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최근 한일 간 독도 영유권 갈등이 격화되면서 다시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최근 한일 간 독도 영유권 갈등의 단초를 제
"외국계 은행요? 헤드오피스(본사)의 방침이 '법'인 외국 은행이죠". 해외 자본이 대주주인 국내 은행은 한국 은행일까, 외국 은행일까? 이에 대해 한 금융당국자가 내놓은 답이다. 외국계 은행은 사실 영업 활동이나 업무 및 규제 범위가 국내 일반 시중은행들과 같다. 그래서 '한국 은행'에 가깝다. 뿌리도 토종이다. SC제일은행은 영국계 금융회사인 스탠다드차타드(SC)가 옛 제일은행을 인수해 만든 은행이다. 미국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설립한 한국씨티은행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외국계 은행들과 국내 시중은행들은 차이가 많다. 영업 창구를 찾은 일반 고객들이 당장 그렇게 느낀다. 은행들을 오가며 취재하는 기자만 해도 '외국 은행'이란 느낌이 더 강하다. 외국계 은행들이 '해외 선진 금융기법'을 들여와서가 아니다. 국내 시중은행들과는 다른 외국계 은행 특유의 '문화' 탓이 더 크다. 예컨대, 한국 금융시장의 특수성이나 한국
지난해 봄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위기의 불길이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지난주에는 급기야 이탈리아로까지 번졌다. G7 멤버인 이탈리아의 침몰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넘어서는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유로존에서 그칠 '찻잔속의 태풍'이 어느새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메가톤급 핵폭풍으로 발달한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유럽 정부들도 협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아직도 독일과 유로존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 간 이견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민간 채권단이 부채 부담을 일부 지고, 그리스 채권을 유럽재정안정기금으로 다시 사는 선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 위기는 같은 통화권이나 다른 주권 국가라는 특수한 구조와 더불어 매 고비를 미봉책으로 넘겼던 당사자들의 안일함이 빚어낸 '인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스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실이 자명함에도 '유로존 국가의 디폴트는 없다. 왜냐하면 유로존 국가들이 그런 사태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더벨|이 기사는 07월14일(08:34)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교수 출신의 벤처기업 A사장이 있었다. 5년간 열심히 기업을 경영했지만 매출액은 10억원을 넘지 못했다. 영업이익을 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름 기술력에 자신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자본력이 없는 마당에 사업화가 어려웠다. 그 와중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자신이 보유한 휴대폰 부품 기술의 공동개발을 제안했다. 물론 공동 특허보유를 전제로 했다. 갈등이 됐지만 A사장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회사를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다. 사업은 순풍에 돛 단 듯 순항을 거듭했다. 2년만에 매출 70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돌파했다. A사장은 3년만 잘 성장시키면 기업공개(IPO)도 가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대기업은 이 회사와 공동으로 보유한 특허기술을 경쟁사에 이전시켰다.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피 터지는 단가 인하 경쟁이 이어졌다. 매출은
더벨|이 기사는 07월15일(18:2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벤처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생소한 사업 모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데다 기업가치를 후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주 거론되는 곳 중 하나가 미국의 알토스벤처스(Altos Ventures, 이하 알토스)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알토스는 지금까지 총 7곳의 한국 기업에 투자했다. 최근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에 투자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알고보면 알토스는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회사다. 알토스의 고문으로 활동 중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지난 1996년 금융 네트워크 세계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회사 설립에 참여했다. 현 회장은 스탠포드대 MBA 시절 은사인 황승진 교수를 통해 한인 파트너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알토스의 주요 LP(유한책임투자자)로 나섰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알토스의 1호 펀드(Altos Ve
"잔소리 하려면 그냥 우리 주식 팔고 나가세요." 얼마전 한 외국계 연기금 A사의 애널리스트가 국내 대표기업 B사를 방문, 인명사고 대책을 물었다가 회사 투자자관계(IR) 담당자에게서 들은 말이다. B사는 최근 몇년간 작업장에서 질병과 사고로 직원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논란이 돼왔다. 이 애널리스트는 대량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아니지만 1%에 가까운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할 말이 맞나 싶어 "황당했었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의 연기금인 A사는 특히 사회책임투자(SRI)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사회책임투자란 투자대상 기업의 재무적 요인 뿐 아니라 ESG 즉,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 요인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투자 트렌드이다. SRI 원칙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해당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즉 ESG 부문에서의 경영전략을 얼마나 잘 이행하는지 체크하고 미
"어떻게든 삼성과 LG를 끌어들이면 들어올 곳이 많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과 서울 마곡지구 투자유치 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이구동성으로 들은 충고다. 토지보상비만 약 3조7000억원이 들어간 마곡지구는 서울시가 정보기술(IT)·생명과학기술(BT)·녹색기술(GT)·나노기술(NT) 등 첨단산업의 메카로 키우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열린 '서울시 외국인투자자문회의(FIAC)'에 참석한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롤랜드 빌링어 서울사무소 대표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벤처 캐피털(VC)'과 함께 삼성·LG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앵커기업으로 유치해야 마곡의 투자 유치가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앵커기업은 누구도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를 해주는 선도 기업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앵커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다양한 '당근(혜택)'이 필요하다. 오 시장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