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계부채 경제뇌관이 은행이라고?

[기자수첩]가계부채 경제뇌관이 은행이라고?

배규민 기자
2011.08.23 16:50

"북한도 아니고 어떻게 은행들이 당국의 지시라면서 대출을 안 할 수가 있나요?"

지난 18일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고객들은 "말도 안 된다", "믿을 수 없다"면서 격한 반응들을 내놨다. 이날 은행 영업점은 고객들의 문의 전화와 항의 전화로 한동안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여론이 안 좋아지자 금융당국은 "대출을 당장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지 않냐"면서 은행 담당자들을 불러 꾸짖었다. 이에 은행들은 전면 중단이라는 초강수 대신에 자금 용도의 심사를 엄격히 해 신규 대출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전면 중단이라는 칼을 뽑아든 것은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인 연간 7%대 수준(월별 증가율 0.6%)에 맞출 것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들어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0.6%를 넘거나 근접하자 아예 8월 말까지 신규 대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8월과 9월에도 대출 증가속도가 조절되지 않으면 예대율 규제와 초과 증가분에 대한 충당금 적립이라는 또 다른 카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당국이 은행의 가계부채에만 매달리면서 비은행 부문의 가계부채 문제를 간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히려 실질 소득이 줄어 생활이 어려워진 가계가 금리가 높은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대출의 80%는 소득 상위 20%가 받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가 터져도 은행들은 버티고 고객들도 버틸 여력이 있다.

정작 문제는 신용이 취약하고 가계 자금이 취약한 2금융권 대출자들이다. 그런데 시중은행에서 가계대출을 제한하면서 시중은행 고객들 가운데 가장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군이 2금융권을 향하면서 금리부담이 커진다. 시중은행 창구를 이용했던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늘면서 더욱 가계부채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실제로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은행의 2.5배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올해 5월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대비 5.9% 증가한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의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16.1%나 늘었다.

지난해도 서민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16.7% 증가해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5.4%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금융권 가계대출에서 서민금융회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9년 말 25.4%에서 2010년 말 27.4%로 높아졌다.

한 전문가는 "한 명의 환자(은행)에만 신경 쓰느라 다른 환자의 병세가 나빠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다"면서 "2금융권이 위태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인해 그동안 열심히 관리하던 은행은 물론 국가 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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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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