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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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증권사들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증권사 빅5(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의 3분기 연결기준 잠정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90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75% 증가했다. 합산 영업이익은 47.27% 증가한 2조2601억원을 기록했다. 연말 성과급잔치도 기록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권가 분위기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연이어 증권사 내부통제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지난달 NH투자증권 IB(기업금융) 담당 고위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로 이 회사의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또다른 대형 증권사 지점 직원이 고객 돈 수억원을 횡령해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지난 5월에는 DB증권 직원이 회사를 사칭해 상품권을 대량 구매하고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상품권 깡'을 해온 사실이 적발됐다. 최근 만난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상 금융당국 제재에 안 걸린 증권사가
중년판 '미생'으로 불리는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화제다.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둔 이동통신 업계에선 "웃으며 보다 울며 끝난다"고 한다. 임원 승진을 목전에 두고 지역 공장의 안전관리팀장으로 좌천되는 김부장의 처지가 업계 사람들에겐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아서다. 더욱이 유·무선 본업보다 AI 신사업이 주목받는 시대엔 한때 '영업왕'이던 베테랑도 하루아침에 조직의 짐이 될 수 있다. 극 중 김부장은 자신을 내치려는 상사에게 "나 일 잘하잖아. 큰 건도 한 건 했잖아" "나한테 어떻게 이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라며 읍소한다. 하지만 이 대사가 마냥 짠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소비자를 기만한 데 대한 최소한의 반성조차 없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을 잃었지만, 신규 고객을 유치했으니 된 것 아니냐는 식이다. 김부장은 승진에서 밀릴까 전전긍긍하며 보여주기식 대처만 했을 뿐, 정작 고객사에 대한 사과는 후배들에게 미뤘다. 김부장을 좌천시킨 사건은 2021년
"지금도 예약이 어려운데 통합하면 더 어렵지 않을까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을 앞두고 항공업계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항공 마일리지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지만 원하는 시점에 사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은 공급 좌석이 적어 경쟁이 치열하고 인기 노선은 예약이 열리는 출발일 기준 360일 전부터 대기를 걸어야 간신히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사 통합이 진행되자 이용객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회원 수는 그대로인데 중복 노선 조정으로 특정 노선의 공급 좌석이 줄면 마일리지 좌석 경쟁이 지금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좌석 비중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점도 불안을 키운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공급 좌석의 10% 수준을 마일리지석으로 운영 중이지만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이 실제로 얼마나 배정되는지는 알 수 없다. 이에 항공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비즈니스석이 텅 비어 갔는데도 마일리지로는 예
"두렵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그냥 도입될 경우 우리 외환시장의 환율 변동성과 자본유출이 걱정됩니다." 지난달 2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 말이다. 중앙은행 총재가 공식 석상에서 '두렵다'는 표현을 쓰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 총재의 우려 강도가 크다는 의미다. 한은은 최근 157페이지 분량의 이른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백서'를 발간했다. 스테이블코인의 현황과 7가지 리스크, 정책 대응 등을 총망라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단계적인 발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토론회에서 한은의 보고서를 '7가지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한은이 7가지 괴담 논쟁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괴담치곤 한은의 걱정은 구체적이다. 우려의 핵심은 자본유출이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먼저 쓸 사람들은 자산을 해외
"왜 하필 지금 그런 얘기를 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 등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9월말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달 22일(현지시간) 운용자산 13조4000억달러(약 1경9000조원)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시작으로 25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씨티그룹, 블랙스톤 등 월가를 대표하는 금융사 수장 20인과 회동했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일정들이었다. 그러나 당시 국내 여론의 관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청문회를 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때문이었다. 최근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여당은 이른바 '재판중지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며 주목받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3일 "이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들이지 말기를 당부드린다"고 한 뒤에야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대
우리나라에 특별검사 제도가 도입된 건 1999년이다. 한국조폐공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터진 게 계기가 됐다. 이후 지난해까지 25년 간 총 15개의 특검이 가동됐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평균 약 1.6개의 특검이 출범한 것이다. '특별'이라는 표현의 전제는 희귀성이다. 특검은 말 그대로 특별한 상황에만 출범하는 조직이다. 왜 그럴까. 특검엔 수많은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 에이스들이 차출되며 별도 예산이 배정된다. 일반 수사팀보다 폭넓은 공보 활동이 가능하다. 평소라면 인권 탄압으로 비판 받았을 수사 방식도 특검이기에 양해 받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런데 특검이 지닌 특별한 조직이라는 특성이 옅어지고 있다. 올해는 무려 4개(또는 5개)의 특검이 출범한 초유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관봉권 띠지 분실 및 쿠팡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상설 특검을 지시해서다. 이전부터 특검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현실화는 어려울
정부 조직개편안 철회 이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을 중심으로 조직 쇄신을 선언했다.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액 손실이 난 '벨기에 펀드' 관련 불완전판매 여부를 중점 점검하기 위해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KB국민은행·우리은행에 대해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직접 상담원으로 나서 민원인을 응대하기도 했다. 민원인 중 1명은 벨기에 펀드 투자자였다. 이 원장은 벨기에 펀드와 관련해 모든 투자자의 배상기준 재조정을 시사했다. 그는 "향후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관련 내부통제 위반 사실 등이 확인되면 이미 처리된 분쟁민원을 포함한 모든 분쟁민원의 배상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하겠다"고 했다. 벨기에 펀드는 벨기에 빌딩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2019년 판매됐다. 벨기에 정부기관이 임차인이라는 점이 부각돼 인기몰이했다. 1호 펀드가 하루 만에 완판돼 물량을 늘려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전액 손실이 났다. 이에 일부 펀드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 전쟁을 해결한 적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노벨평화상 발표를 앞두고 내놓은 이 발언은 스스로 '피스메이커'(peacemaker·평화중재자)로 인식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취임 이후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분쟁 지역은 가자지구(이스라엘·하마스)를 비롯해 이란·이스라엘, 태국·캄보디아, 인도·파키스탄 등 다양하다. 하지만 그가 휴전을 선언한 지역에 진정한 평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는 많지 않다. 가자지구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구상'에 합의했고, 현재 인질 석방 및 교환과 구호 물품 반입 등 휴전안을 이행 중이다. 하지만 가자지구 내 총성과 민간인 피해는 여전하다. 표면적으로는 전쟁이 멈춘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한 평화는 아직인 것이다. 6월 이란·이스라엘 휴전 역시 불안한 평화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휴전 합의를 "중동의 평화를 끌
"인공지능(AI)을 빼고는 비즈니스 화제가 없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진짜 주인공은 '인공지능(AI)'이었다. 특히 지난달 29~31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CEO 서밋'에선 모든 논의가 AI에 집중됐다. 이런 가운데 구글, 오픈AI,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은 물론 국내 주요 대기업 CEO들은 AI의 시대의 가장 큰 과제로 '전력 문제'를 꼽고 있다. AI 연산에 쓰이는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기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 대책은 미비한 상태다. 대표적인 게 원전이다. 발전 단가가 낮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지만 정부는 '원전 감축'을 시사하고 있다. 설계 수명 40년이 다했다는 이유로 멈춘 고리 2호기의 재가동 결정은 계속 미루고 있다. 미국은 신규 원전 건설에 1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중국도 2035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내 참모들은 그가 '터프한 협상가'라고 한다."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기조연설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에서 "김정관"이라는 세 글자가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장관을 "터프한 협상가"라 칭하면서 "좀 덜 까다로운 사람이었더라면"이라는 농담을 덧붙였다. 외국 정상의 공개석상 발언으로는 이례적인 찬사다. '터프(tough)'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거친, 냉정한, 어려운 등 다양한 뜻을 가진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터프함'은 단순히 까다로움을 의미하지 않았다. 실제 협상장에서 김 장관이 보여준 모습은 '터프' 그 자체였다. 김 장관은 관세 후속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9월 기자들과 만나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평소엔 조용한 편이지만 러트닉 장관과 마주할 땐 책상을 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최근 8년만에 방문한 프랑스 파리는 재정·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사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여전히 여유로우면서도 고유의 낭만적인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이전과 달리 도심 곳곳에서 한국 화장품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현지 최대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에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마트 체인인 모노프릭스에는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 등이 놓여있었다. 모노프릭스 매장 한켠에는 한국의 스킨케어 루틴 10단계를 소개하는 코너가 따로 자리를 잡고 있기도 했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 만난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를 좋아하고 있는 이유로 피부 개선 효과가 뚜렷한 기능성 제품들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 살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레티놀 등이 들어간 프랑스산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하려면 최소 5~6만원 이상이 들지만, 한국산 제품들은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제품의 품질과 효과, 안정성까지 두루 살피는 프랑스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100GW(기가와트)를 달성하기 위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기존 목표치인 78GW에서 100GW로 목표를 바꾼 후 풍력·태양광 업계를 연이어 만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확대라는 명분과 목표를 차치하고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른 78GW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33GW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누적치는 22GW에 불과하다. 매년 3~4GW 확보가 최대치란 의미인데, 100GW를 확보하려면 단순한 계산으로 평소의 두배만큼 일해야 한다. 입지 규제를 반영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가능성은 어떨까. △태양광 369GW △풍력 65GW △수력 2.5GW가 최대치다. 각종 법적 규제를 적용하면 태양광은 100GW로 떨어진다. 태생적 재생에너지 빈국의 현실이다. 송전망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기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