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악재로 되레 명확해진 K바이오의 체급 성장

[기자수첩]악재로 되레 명확해진 K바이오의 체급 성장

정기종 기자
2026.02.19 05:00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고무적인 상승세를 보였던 바이오 섹터는 연초부터 기대를 모았다. 대형 기술이전과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그러나 새해 벽두부터 잇따른 변수들이 불거지며 시장은 다시 술렁였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에서 나온 소식이라 파장을 더욱 키웠다. 알테오젠의 실제 로열티율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술수출 물질의 개발 순위 조정이라는 변수를 맞았다. 한창 달아오르던 투자심리에 제동이 걸린 배경이다.

이 같은 흐름에 과거 바이오의 실패 사례가 재차 언급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내 바이오 산업은 기대와 실망이 반복돼온 역사를 갖고 있다. 굳이 특정 기업을 꼽지 않아도 신약 개발 기대감만으로 기업가치가 급등했다가, 가시적 성과 없이 신뢰를 잃은 기업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실체보다 서사가 앞섰던 시기의 기억은 여전히 시장에 각인돼 있다. 때문에 이번 악재 역시 '거품 붕괴'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과거와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미 글로벌 파트너십과 임상 성과를 통해 실체를 증명해온 기업들이다. 특히 로열티율 공개나 개발 우선순위 조정은 기대치를 낮춘 요인이었지만, 동시에 계약 구조와 사업 조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낸 계기이기도 하다. 추상적 기대가 아닌 현실적 잣대로 기업가치를 보다 명확히 들여다볼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과거처럼 성과 부재가 드러난 상황과는 결이 다르다. 실제 눈에 보이는 성과 기반의 기대감이라 가능한 전개다.

바이오 산업의 성숙도 역시 달라졌다. 단일 이벤트에 휘청이던 과거와 달리, 복수의 파이프라인과 다양한 수익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조정이 곧 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는 체력이 약해서라기보다 체급이 올라갔기에 겪는 재평가 과정에 가깝다.

K바이오가 잠시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다만 이번 사례는 기대의 허상을 드러낸 사건이 아니라, 기대의 근거를 점검한 과정에 가깝다. 악재 속에서도 기업가치의 산식을 설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산업은 한층 진화했다. 이제 시장이 고민해야 할 것은 기대의 크기가 아니라, 그 기대를 얼마나 냉정하게 계량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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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정기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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