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란 타격, 중동은 안전한 '주유소' 아니다

[기자수첩]이란 타격, 중동은 안전한 '주유소' 아니다

세종=조규희 기자
2026.03.03 05:40
1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록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 당 3.0원 오른 1,691.3원, 경유는 전주 대비 6.5원 상승한 1,594.1원으로 판매됐다. 2026.3.1/사진=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1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록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 당 3.0원 오른 1,691.3원, 경유는 전주 대비 6.5원 상승한 1,594.1원으로 판매됐다. 2026.3.1/사진=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작전명 '에픽 퓨리')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정학적 상수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 사건 발생 이튿날 산업통상부가 긴급 소집한 '제2차 실물경제 점검회의'의 풍경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에너지 안보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이란 정권 교체의 기회"로 명명하며 중동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공급망은 유례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은 막연한 우려가 아닌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관리돼야 한다. 다행히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 항로를 운용하고 있어 당장의 물류 대란은 피했으나 장기화 시 운임 상승은 피할 수 없다. 산업부는 이미 여수와 거제 등 9개 비축기지의 방출 태세를 점검하며 비상 매뉴얼 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비축유는 '버티기'를 위한 수단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중동 지역 수출 비중이 2025년 기준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는 자칫 안일한 판단을 부를 수 있어 위험하다. 에너지 말고도 난연재용 브롬이나 합성섬유용 에틸렌글리콜처럼 중동 의존도가 높은 특정 화학제품들은 우리 제조업의 핵심 고리다. 산업부의 '신통상전략'이 주로 미국의 보편 관세와 칩스법 보조금에만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봐야 한다. 공급망 자립을 위해 편성된 약 2조 원의 예산이 중동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우선 투입돼야 하는 이유다.

정부 조직 개편 이후의 행정적 효율성도 점검 대상이다. 전력 수급과 인허가를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자원 안보,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산업통상부 간의 유기적 협조는 이번 사태 대응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중동은 더 이상 우리에게 안전한 주유소가 아니다. '에픽 퓨리' 이후의 세계에서 생존하는 법은 외교적 수사가 아닌 정교한 데이터와 과감한 공급망 재설계에 있다. 산업부는 이번 위기를 단순한 '비상 관리'를 넘어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는 정책 대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것만이 글로벌 강대국 간의 패권 다툼 속에서 한국 제조업의 기초 체력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