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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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은행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전망했다. 코스피 띄우기와 부동산 규제를 마무리한 이재명 정부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은행을 정조준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근거가 명확하진 않지만, 은행권에선 비슷한 우려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려의 중심엔 은행의 '호실적'이 있다. 내수 부진 속 주요 시중은행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데 대해 국민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다수의 국민들이 부동산 매입 등의 이유로 꼬박꼬박 이자를 내는 상황에서 은행에 불편한 심기를 갖는 건 자연스럽다. 이 대통령의 계속되는 '잔인한 금융' 언사는 이같은 민심에 기댄 듯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15%대인 최저 신용대출자 금리를 두고 "어려운 사람 대출(이자)이 더 비싸다.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영역 같다"고 했다. 지난 14일엔 "우리는 한 번 빚지면 죽
지난 주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설치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국회와 정부가 추진하는 3가지 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인데, 이 중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이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 저지다. 대의원 찬반 투표 결과 찬성 50표, 반대 121표, 기권 2표로 부결됐지만 김택우 회장 집행부가 쫓기는 상황에 놓인 만큼 제2의 '의정갈등'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전운이 감돈다. 정부는 '필수 의약품 공급 안정화'를 위해 성분명 처방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존에는 의사가 특정 의약품을 골라 '상품명 처방'했는데, 이를 약사가 동일 성분이라면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코로나19 이후로 해열제 품귀 현상 등 의약품 공급난이 사회적인 주목을 받으며 이재명 정부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게 바로 성분명 처방이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이 '필수 의약품' 수급난을 얼마나 해소할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동일 성분의 다른 상품을 고르려고 해도 채산성이 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도발 국면을 만들 때 수년간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빠지지 않고 내놓은 메시지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북한이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22일 합참의 공지에는 이런 문구가 없었다. 대북 유화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에서도 규탄 메시지는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사흘 만에 북한이 첫 탄도미사일을 쏘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무장한 북한군 2명이 지난 19일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넘어 우리 측 감시초소(GP) 200m 앞까지 침범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군이 닷새 만에 공개한 일도 있었다. 당시 우리 군이 경고사격을 했는데, 200m 거리에서 북한군이 맞대응했다면 실제 교전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
서울 도심에 이란 강경파 무장 세력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를 받는 회사가 있었다. 30대 외국인이 국내에 설립·등기한 A법인은 2022년 미 재무부로부터 IRGC(이슬람 혁명수비대)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제재 명단에 올랐다. 국내에선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지만 한동안 주소를 바꾸며 법인을 유지하다 폐업했다. 기자가 제재 발표가 있던 해에 명패도 없는 새 주소지를 파악해 찾아가보니 A법인은 입주 중이었다. IRGC는 2021년 한국 국적 유조선을 나포했던 단체다. 제재가 없었다면 굳이 서울을 거점으로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돌리거나 선박 나포에 나설 유인은 약했을 수 있다. 이란은 불법 핵개발을 이유로 제재를 받고 있다. 제재의 당위가 아니라, 제재에 따라 우회경로가 생기고 돌발사건이 벌어지는 풍선효과를 말하려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은 캄보디아 기반 사이버범죄 네트워크를 대규모 제재했다. 정의 구현을 위한 중대 절차이겠지만 유사 범죄도 근절될지 미지수다. 한때 마약시장을
"이런 국정감사는 처음 봅니다. 말싸움하다 보면 감정이 격앙돼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고 하지만 반말에 욕설까지..." 10년 넘게 국회 밥을 먹은 한 보좌관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보좌관은 "이건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의 문제"라며 "본인들의 인지도가 높아질지 몰라도 그만큼 국회에 대한 비호감도가 커지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었다. 여야가 공히 민생을 앞세우며 출발했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첫날부터 고성이 오갔다. 원색적 비난에 욕설, 색깔론과 드잡이까지 이어지며 장내가 연일 소란스럽다. 욕설 문자메시지 공개에 이어 입에 담기도 민망한 설전을 벌인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최고의 국감스타'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번 국정감사를 두고 벌써부터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의 공방이
국정감사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핵심 기능 중 하나다.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잘못된 부분의 시정, 입법 및 예산심사를 위한 정보수집을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특히 민생현안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개선으로 이어지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 가운데 통신분야에서는 이러한 본래 취지를 찾기 어려웠다. 가계통신비 인하, 요금제 구조개선, 알뜰폰 활성화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핵심의제는 사실상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일하게 '통신3사의 카르텔 구조'를 지적하며 제4이동통신사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이는 전체 흐름 속에서 예외적인 목소리에 불과했다. 정부가 28㎓(기가헤르츠) 대역만 고집해 제4이통사 시도가 8차례나 무산됐다는 비판과 일본 저가 5G(5세대 이동통신) 사례가 언급됐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도 이에 "전
"이 정도 수익을 내려면 몇 개를 팔아야 할 것 같으세요?" 최근 베트남에서 불고 있는 'K푸드' 열풍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호치민시를 다녀왔다.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지 상점 매대에는 수많은 한국 스낵들이 놓여있었고 베트남 소비자들도 한국 제품이 좋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한글이 적혀있는 제품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통용될 정도라고 하니,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이렇게 국위선양을 하는구나 싶었다. 해외 성과를 설명하던 국내 한 식품기업 관계자의 표정은 실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내 어두워졌다. 한국보다 구매력이 낮은 국가에서 개당 1000원도 되지 않는 제품으로 수년간 이런 실적을 냈다면 몇 개나 팔았을 것 같냐는 질문이 역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K푸드'가 하나의 브랜드로 해외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건 반짝 인기가 아닌, 땀과 발품이 묻어있는 결과였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을 통해 식료품 물가 상승 문제를 지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에 별도 질병코드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놓고 민관협의체가 2019년부터 논의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현행 체계로도 진료가 가능한 데다 주요 국가 가운데 선례가 거의 없음에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에 게임이용장애를 공식 등재했다는 이유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논의가 길어지자 게임업계는 불안에 떤다. 플랫폼 다변화로 이제 막 서구 시장에 진출한 산업인데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위축될 수 있어서다. 이미 게임에는 '현실도피' '폭력성 조장' 같은 부정적 낙인이 찍혔다. 대부분 명확한 의학적 근거도 없다. 현재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 가운데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 대부분 국가는 게임이용장애를 중독장애로 분류해 치료하지만 국가보건체계 내에서 질병코드를 부여하진 않는다. 국내에서도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대신 기
서울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혼란의 한복판에 섰다. 백약이 무효하다. 손발이 안맞아서다. 정부와 서울시가 잇따라 내놓은 대책은 방향부터 다르다. 국토교통부는 '규제' 프레임을 강화하고, 서울시는 '도시 특화 정책'을 강조한다. 서울시는 부동산 거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RTMS(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접근 권한이 없다. 거래정보를 확인하려면 각 자치구에 일일이 문의해야 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 자료를 서울시가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은 행정 모순의 극치다. 국토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지만, 익명화된 통계조차 공유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서울시의 정책 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 데이터 비대칭 속에 시장 진단이 어긋나면 정책의 정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국토연구원이 수행하는 주거실태조사는 2025년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2024년 결과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자체 예산으로 참여한 데이터조차 활용이 제한된다. 중앙정부가 관리권을 쥔 탓에, 서울시는 '자신의 도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대해 세 가지 통제장치를 갖게 됐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했을 때는 보완수사(요구), 불송치했을 때는 재수사요청, 수사중지 결정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요구를 할 수 있다. 겉으로는 경찰 수사의 적절성을 점검할 수 있는 맞춤형 체계가 마련된 듯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사건을 서로 떠넘기며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경찰 사이 소통은 서면으로 이뤄진다. 검찰이 송치사건의 특정 부분을 보완해 달라며 사건을 돌려보내면 그 시점부터 검사는 손을 뗀다. 경찰이 이행결과통지서를 작성해 다시 검찰로 보내면 공은 다시 검사에게 넘어간다. 검찰은 이를 검토해 필요시 또 보완을 요구한다. 이런 핑퐁이 길게는 1~2년씩 이어지면 사건 처리가 늦어지기 일쑤다. 상대가 서면을 보낼 때까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고 한다. 불송치나 수사중지 사건은 더 심각하다. 경찰이 불송치나 수사중지 결정을 내리면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소비쿠폰은 소비 진작의 '즉효약'으로 평가받는다. 1차 지급 당시 참여율은 98.9%에 달했고, 직후 소매판매액지수는 2.7% 급등하며 29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100선을 넘어서며 위축된 심리가 회복된 것이 확인됐다. 유통업계는 숨을 돌렸고, 소비자는 지갑을 열었다. 단기 성과만 보자면 반박하기 어렵다. 하지만 쿠폰이 쏘아 올린 소비 불씨가 언제까지 타오를지는 미지수다. 세금으로 만든 재원이 한시적 지갑 열기에 그친다면 경기부양 효과는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1차 쿠폰 지급 후 단기간의 지표 개선은 뚜렷했지만, 장기적 추세를 바꾸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대비 2.4% 감소하며 지난해 2월(3.5%)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0.1로 여전히 100선을 상회했지만 5개월간 유지돼온 상승세가 꺾였다. 소비쿠폰은 '마중물' 역할일 뿐 구조적 소비 회복을 대신할 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시절 주요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 부르며 내건 구호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1기 재임 기간 3만573건의 거짓 발언을 했다. 하루 평균 21건이다. 2기 행정부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짜뉴스를 비난하던 그가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허위 정보 생산자가 된 셈이다. 그의 거짓말 중 일부는 정책 성과 과장 정도였지만, 어떤 발언은 과학을 부정하고 특정 집단을 공격하며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먹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엄마에게 자폐증 책임을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다음 날인 23일 트럼프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또 허위 주장을 쏟아냈다. 특히 기후변화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며 각국 정상을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