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던진 말의 무게[기자수첩]

장관이 던진 말의 무게[기자수첩]

김도균 기자
2026.01.27 05:50

"배터리 산업이 저물어가는 국면이라면 모르겠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는 않잖아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달 초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398,500원 ▼6,000 -1.48%)·삼성SDI(438,500원 ▼4,500 -1.02%)·SK온) 임원을 만나 "3사 체제가 존속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이후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김 장관의 소집 자체가 배터리 기업들의 연쇄 계약 취소에 따른 '긴급 점검' 성격이 짙었던 만큼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신호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후 김 장관 쪽에서는 "다양한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지만 배터리업계는 "석유화학에 이어 배터리업계에도 칼을 들이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LG·삼성·SK(312,500원 ▲4,500 +1.46%)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그룹의 주축으로 삼은 사업인데 쉽게 접을 수 있겠냐고 반문하는 분위기다. 배터리 3사 체제 개편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는 얘기다. 실제로 호황기였던 2022년 한해에만 3사 합산 약 2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그룹의 향방을 내건 베팅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중국의 저가 공세·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리막 산업'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운게 사실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ESS(에너지저장장치)와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연계 저장 등 배터리의 수요처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어서다.

업계가 더 당황스러워하는 건 그간 투자세액공제와 생산세액공제, 전기요금 특례 등 기업들의 지원 요구에는 침묵하던 정부가 갑자기 칼을 들이대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렇게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지도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 장관이 구조조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던지는 것은 업계의 사기마저 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이 LFP(리튬인산철)로 시장 판도를 바꾼데 이어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어 기업의 힘만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정부가 배터리 산업에 수백조원을 지원해온 반면 한국은 연구개발 지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게 현실이다. 기업들이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구조조정 신호를 보내는 것보다는 산업 지원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다각도로 발굴하는게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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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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