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달러 불패'를 넘어서려면

[기자수첩]'달러 불패'를 넘어서려면

최민경 기자
2026.01.28 05:40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미국 관세 인상 소식에도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1.03 포인트(1.03%) 오른 5000.62 포인트를 나타내며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40원(0.65%) 오른 1450.00원, 코스닥 지수는 9.08 포인트(0.85%) 오른 1073.49 포인트. 2026.01.27.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미국 관세 인상 소식에도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51.03 포인트(1.03%) 오른 5000.62 포인트를 나타내며 상승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40원(0.65%) 오른 1450.00원, 코스닥 지수는 9.08 포인트(0.85%) 오른 1073.49 포인트. 2026.01.27.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다시 방향을 틀었다. 엔화 급등 속에 달러 매도 물량이 늘며 20원 넘게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에 즉각 반응했다. '달러 불패 신화'의 균열도 잠시, 시장 분위기는 다시 달러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는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만으로 설명되는 숫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엔화 강세'와 '관세' 같은 이벤트가 환율을 크게 흔들지만, 충격이 증폭되는 배경엔 구조적인 '달러 수급 불균형'도 깔려 있다.

경상수지 흑자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민간은 달러를 '장기 축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국내 주식시장의 성과가 높은데도 해외 투자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투자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자산을 상대적으로 더 신뢰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 연장이나 세제 인센티브 같은 수급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이를 달러를 싸게 사는 '저점 매수 기회'로 학습했다. 외환당국의 정책 발표든, 미국 재무부의 구두개입이든 환율 안정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단기적인 안정 조치만으로는 기대 심리와 자본 흐름을 완전히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의 발언에 환율이 널뛰는 것도 수요가 한쪽으로 쏠린 시장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체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이 긴 호흡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환율을 억지로 '잡으려' 하기보다 시장의 쏠림을 완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외환정책은 단기적인 환율 안정과 함께 자본의 흐름을 설계하는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줄이고 국내 자산의 장기 투자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세 등 대외 통상 변수로 시장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도 함께 따라야 한다. 외부 충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시장의 불안이 환율에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갖추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환율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의 성적표'다. 신뢰는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달러만이 답'이라는 시장의 확신을 바꾸는 일은 말이 아니라 체질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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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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