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5000피 축포'가 가리는 것들

[기자수첩]'5000피 축포'가 가리는 것들

박소연 기자
2026.02.05 05:10

"공부 열심히 해서 로스쿨 가서 김앤장 1억원 초봉 받는 것보다 아버지 잘 만나서 10억원 받아 투자하는 게 더 돈 잘 버는 시대다."

대학 교단에 서는 A교수는 최근 제자들에게 이같은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근로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기보다 자산 가격이 올라 부를 축적하기 쉬운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꿈의 코스피 5000피 달성에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저평가돼 있던 한국기업의 가치가 정상화되는 건 환영할 일이다. 기업의 주가가 올라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 신기술 투자 등 생산적 금융으로 돈이 흐르고, 고용 확대로 가계 소비가 증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75%에 달하는 반면 실물경제 성장률은 1%에 머문 '괴리'는 선순환에 의문을 품게 한다. K자형 양극화 심화도 그 중 하나다.

10년 전(2016년 1월) 은행 정기예금에 100만원을 넣었을 경우 현재 115만~12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는 반면, SK하이닉스 주식을 샀을 경우 2000만원이 넘는 액수를 손에 넣는다. 저금리 시대에 주식을 하지 않고 은행 예금을 택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할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 관련 정보와 접근성은 계층·세대간 비대칭적이란 걸 고려해야 한다. 자산 가격의 폭등 시기엔 시드가 적은 2030 세대와 소득이 없는 고령층이 불리한 위치에 있기 쉽다.

2030세대는 절대적 자산이 적고 대다수의 임금인상률은 연 2~3%에 머물러 자산과 달리 배수효과가 없다.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원천징수 되지만 국내 주식은 대주주가 아닌 한 세금도 매기지 않는다. 부동산으로 수억원을 벌어도 장기거주하면 아예 세금이 거의 없다. 현금흐름이 없는 고령층은 과거 고금리 시절과 달리 연금과 예금 이자로 생활이 어렵다. 그렇다고 주식 등 위험자산에 손 대서 원금손실이라도 생기면 노후에 돌이키기 힘들다.

국가는 정책의 수혜자뿐 아니라 소외 계층도 고려해야 한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구조에서는 부의 격차가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산시장 띄우기도 좋지만, 적정 금리를 유지하고 세제도 정상화해야 한다. 예·적금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이나 근로소득 기본 공제 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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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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