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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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청년 세대들에게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도입부에 스쳐가는 장면으로 기억되는 1988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 이날의 주인공은 노태우대통령이었다. 석달전 치러진 대선에서 2, 3위를 한 김영삼(YS)과 김대중(DJ)은 그 자리에 없었다. 차마 그 자리에 설 염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970~80년대를 거쳐온 사람들의 삶에는 화면 속 노태우 보다는 화면 바깥의 YS와 DJ가 흑백사진 배경처럼 늘 자리 잡고 있었다. 36.6%의 지지율을 얻은 노태우 대통령의 취임을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은 쓰라렸다. '후보단일화'를 놓고 서로 YS냐 DJ냐를 다투며 그들의 이름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들은 YS와 DJ가 그렇게 미울수 없었다.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거치며 테러를 당하고, 국회의원직을 빼앗기고,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해가며 대통령 직선제로 대표되는 이른바 '87년 체제'를 만들어냈지만, 그 결과물을 허무하게 '독재
“다른 날도 아니고 회사창립 기념행사를 한 날이니 허탈하고 충격일 수밖에요.” 지역 예선을 거친 탁구대회에 조별 행사를 하면서 팀워크를 다졌던 날이니 CJ헬로비전 직원들에게 날아든 인수합병(M&A) 소식은 마른하늘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할 예정이다.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내년 4월이면 가입자 700만여 명을 보유한, 1위 사업자인 KT 뒤를 바짝 쫓는 대형 유료방송사 탄생이 예고돼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료 인상 압박에 통신방송 결합상품을 앞세운 통신사의 공격적 영업까지 사업 환경이 쉽지 않다. 그래도 케이블TV 방송 시장 1위 사업자다. 2014년 기준 가입자 수나 영업이익 면에서 CJ헬로비전은 SK브로드밴드보다 월등히 앞선다. 직원들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일정 수긍 간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지금 느끼는 CJ헬로비전 직원들의 상실감은 회사가 인수 주체가 될 수 있는 조
“다 어렵습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매년 올해 감기가 제일 지독하고, 올해 경기가 제일 좋지 않다는 말을 한 번도 안들어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죽었나요? 안 죽었잖아. ” 영화 ‘베테랑’에서 밀린 임금 420만원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한 화물기사(전웅인 분)에게 재벌가 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빈정거리며 내뱉은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기업들은 경기가 늘 어렵고 ‘위기’ 상황이라고 말해왔다. 아마도 70~80년대 고도 성장세가 꺾이고, 단군 이래 최대 경제 재앙인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2008년 금융위기를 연거푸 겪으면서 ‘위기’란 말이 자연스레 기업에 체화된 듯 싶다. IMF 땐 삼성그룹마저 위태로웠다. 1997년말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위한 외화부채를 망라해 차입금이 13조원에 달했다. 환평가 손실, 해외사업 손실 등으로 전체 부실이 6조원을 기록했고, 자본은 거의 잠식상태였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대로 두면 2~3년 내 회사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특징짓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안개'다. 안개로 인해 아침 출근길 시정거리가 5m도 채 안되다 보니 요즘 주변 차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상등에, 거북이 걸음이다. 세종살이가 얼마 되지 않은 3단계 이주 공무원들이 잦은 접촉사고 등 '아찔한' 경험에 노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나 안개가 자주 끼고 짙었으면 '안개(연기를 연상케 함)가 많아 옛 지명이 연기군'이라는 농담이 생겨났을까. 물론 안개와 연기군(燕岐郡)의 지명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세종시 안개는 오래 전 부터 악명이 높았다. 원수산, 전월산 등 해발 200~300m 높이의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盆地)라 다른 곳에 비해 일교차가 심한데다 주변에 금강과 여러개의 호수가 위치하다보니 습도가 높아 안개가 자주 발생했다. 대기 포화상태에서 기온이 내려 갈 경우, 공기내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히며 생겨나는 게 안개인데 세종이야말로 안개 생성지로는 최적지인 셈이다. 기상학에서는 안개가 끼었을 때
옛날 어떤 나라의 신하들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이웃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단단한 철을 쉽게 만들어내는 기술을 알아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몇몇 대신들은 백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이니 얼른 배워, 널리 퍼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이나 농기구 등의 도구를 철로 만들 수 있으니 쓰임새가 늘고 효용도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다른 대신은 이와는 반대로 사람들이 철을 쉽게 만들게 되면 무기가 늘어나 치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존 철 기술자들이 일을 못하게 되면 먹고 살 방법이 없어지고 세금도 제대로 걷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 나라의 대신들은 철 만드는 기술을 배워 와야 할지 말지, 의견을 정하지 못해 시간만 보냈고 결국 철 기술을 가장 마지막에 쓰는 나라가 됐다. 갑자기 늘어나는 무기를 어떻게 통제할지, 예전 기술자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빈 항아리만 손에 든 채 안에 물건을 담을지 말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샤즈꽈즈(바보 씨앗)'는 197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이다. 안후이성 우후시에서 과일 행상을 하던 넨광지우라는 인물은 샤즈꽈즈라는 브랜드로 호박씨 같은 구운 씨앗을 팔아 신중국 최초의 백만장자가 됐다. 투기죄로 3번이나 감옥에 갔다 왔을 정도로 넨광지우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했는지 잘 보여준다. 넨광지우는 타고난 장사꾼이었다. 그는 과일 장사로 큰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공안(경찰)에게 끌려가 9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법원이 그에게 씌운 죄명은 사과 투기죄였다. 1963년 당시 중국은 입에 풀칠 할만한 돈 이상을 벌면 감옥에 가야 하는 시절이었다. 출소 직후 그는 과일이 싫어졌고, 우연히 볶은 호박씨 장사를 하게 된다. 넨광지우는 손님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호박씨 한 봉지를 사면 한 봉지를 덤으로 줬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바보라고 놀렸다. 그가 파는 꽈즈도 자연스럽게 '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해외도박설을 접한 건 수년도 더 된 일이다. 2012년 미주한국일보에서 보도됐다고 하는데 우리 언론은 추종보도 하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접했다. "사업 구상하면서 좀 놀았나 보다", "공소시효도 지났다는데 뭘". 김 의장에겐 미안하지만, 이런 식의 술자리 안주거리였다. 잊힌 줄 알았던 내용이 기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수사할 수 있다"는 비실명 검찰 관계자 말까지 인용된다. 새누리당 의원은 대놓고 수사를 촉구했다. 적어도 2014년 10월 옛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을 결정한 후부터 김 의장과 카카오에는 시련이 닥쳤다. 1년 전, 감청을 둘러싼 정부와 대립은 꽤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감청 거부’를 선언한 카카오는 사정 당국에 ‘괘씸죄’로 밉보일 만하다. 보완 장치를 뒀지만, 감청을 다시 허용했다. 집권여당은 네이버와 함께 카카오에 좌편향 딱지를 붙여 닦달한다. 올 국정감사에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공정위원회, 국토교통
건설산업은 크게 종합건설과 전문건설로 나뉜다. 종합건설업체는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수주해 원도급자로서 전체적인 계획과 관리 조정 역할을 하고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통해 시공을 맡긴다. 이 같은 역할분담은 관련 법이 개정됐던 1958년 이후 5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이런 구도는 정부가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종합적인 계획이나 관리 및 조정이 필요하지 않은 3억원 미만의 소규모 복합공사는 예외적으로 전문건설업체들도 원도급으로 공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소규모 복합공사제도'를 도입하면서 깨졌다. 이 제도는 국내 건설업계의 업역간 대표적 갈등으로 '밥그릇 싸움'이란 비아냥까지 들어가며 수많은 논란 끝에 4년 뒤인 2011년 11월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또다시 4년이 흘렀다. 올 4월10일 국토교통부가 소규모 복합공사 적용 범위를 기존 3억원 미만에서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시작됐다. 앞서 2013년 11월
“정부는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현재 추진중이거나 앞으로 추진 예정인 모든 FTA(참여결정시 TPP포함)에서 쌀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이동필 농림축산식품장관, 2014년 7월18일, 쌀 관세화 발표시) 70여만 가구에 이르는 국내 쌀생산 농가의 걱정을 진심으로 헤아려서였을까.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쌀시장 개방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양허(상품의 관세를 일정세율이상 올리지 않거나 서비스의 경우 특정업종을 개방하기로 한 약속) 대상에 결코 쌀을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유독 힘을 주었다. 그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국내 쌀 산업을 보호 하겠다”며 당시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을 설득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이동필 장관은 그동안 취약해진 국내 쌀 농가의 권익보호와 이를 위한 시장대책 마련에 주력했지만 그 효과를 농민들이 체감하기에는 현실과의 괴리가 여전히 큰 것 같다. 현재 80kg 쌀 값은 지
다시 노벨상 시즌이다. 노벨상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우리나라는,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무슨 연례행사를 치르듯 비슷한 제목의 글과 기사가 쏟아진다. 요지는 ‘왜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를 못 내느냐’는 것이다. 마치 올림픽 경기에서 메달을 집계하는 것처럼 국가별로 배출한 수상자 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수상자들이 어떻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과를 냈는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하는 이야기도 살짝 고명처럼 곁들여서.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지를 정부 차원에서 정책과제로 연구할 정도다.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거는 기관도 나온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당위'는 자연스럽게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돈을 많이 투자했는데 우리는 거기에 한참 못 미친다는 식의 지적이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분야를 중심으로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전통의학 연구가 인정을 받으면 한의학 분야에
혹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청춘이 고통받는 시대’다. 꿈과 희망마저 빼앗는 고통의 시간은 결코 ‘내일을 위한 성장통’이라는 위로의 말로 미화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청춘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일자리 문제다. 부푼 희망을 안고 학교를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청년실업률은 10.2%에 달한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여기엔 취업을 스스로 포기한 청년을 비롯한 비경제활동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체감으로는 청년 3명 중 1명이 백수라는 분석도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춘들은 학생도 아닌 그렇다고 직장인도 아닌 어쩡쩡한 신분으로 주변부를 맴돈다.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꿈과 희망은 좌절과 자포자기로 바뀐다. 최근 인터넷에서 '3포세대', '4포세대' 등 포기세대를 넘어 ‘흙수저’ ‘헬조선’ 등의 단어들이 유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청춘의 좌절이 개인적 자포자기를 넘어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
TV를 없앤 지 두 달 반이 지났다. 거실 한가운데를 차지한 TV 때문에 괜한 싸움도 잦고, 특히 채널이 많아지면서 시간만 아까운 프로그램이 많아 결단을 내렸다. TV를 워낙 좋아한 내가 40 여년의 인생 동안 TV 없이 살기는 처음이었다. 중국에 거주하는 동안 중국 TV까지 열심히 보았고, 나중에는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 한국 TV를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TV가 소음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연예인 A씨의 이혼과 정치인 B씨의 막말에 필요이상으로 분개하고 싶지 않았다. 북한의 누군가 머리스타일을 바꾸었다는 걸 내가 왜 알아야 하지? 일단 TV를 없애자 금단현상까지는 아니어도,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뭘 해야할지 헤맸다. 보통 퇴근하면 거실 소파에 기대앉아 리모콘으로 TV를 켠다. 이 행위는 “나는 휴식모드에 돌입했다”를 나 자신과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다. TV 내용과는 상관없는 일종의 세레모니다. 수십년간 몸에 배인 이 절차가 없어지다 보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