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혹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청춘이 고통받는 시대’다. 꿈과 희망마저 빼앗는 고통의 시간은 결코 ‘내일을 위한 성장통’이라는 위로의 말로 미화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청춘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일자리 문제다. 부푼 희망을 안고 학교를 졸업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청년실업률은 10.2%에 달한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여기엔 취업을 스스로 포기한 청년을 비롯한 비경제활동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체감으로는 청년 3명 중 1명이 백수라는 분석도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춘들은 학생도 아닌 그렇다고 직장인도 아닌 어쩡쩡한 신분으로 주변부를 맴돈다.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꿈과 희망은 좌절과 자포자기로 바뀐다. 최근 인터넷에서 '3포세대', '4포세대' 등 포기세대를 넘어 ‘흙수저’ ‘헬조선’ 등의 단어들이 유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청춘의 좌절이 개인적 자포자기를 넘어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청춘의 고통이 개인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선 셈이다.
정부도 청년실업에 대한 고민이 크다. 청년취업과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최근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의 핵심 명분으로 청년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청년들과 청년 관련단체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말이다.
더나아가 청년희망펀드까지 등장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1호로 가입하면서 “제1호기부가 밀알이 되어 앞으로는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가 활짝 열리기를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청년희망펀드는 한마디로 사회 각계 각층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펀드를 조성하고, 그 돈으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목표다. 좋은 명분과 막강한 대통령의 지원이라는 성공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일시금 2000만원과 매달 월급의 20%인 340만원을 기부키로 한 대통령의 선의와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그 진정성이 어떤 식으로 우리 사회에 수용되거나 전파되느냐다. 아무리 명분이 좋더라도 주변에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기부 행위는 그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어떤 은행에선 직원들에게 강제적인 기부를 종용했다는 둥 여기저기서 잡음들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기업들이 과연 얼마를 내야할지 고심하며 서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지도자의 등급을 4단계로 구분했다. 최하의 지도자는 백성이 경멸하는 지도자다. 그 다음은 백성이 두려워하는 지도자이고, 그 다음은 백성이 친근히 여기고 찬양하는 지도자다. 그럼 최고의 지도자는 어떤 모습일까. ‘백성이 단지 그의 존재만을 아는 지도자’(太上, 下知有之)라고 노자는 말한다. 즉 백성이 지도자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사회가 이상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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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통령의 힘과 권한을 생각하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있어 대통령의 역할이 기부의 첫 밀알이 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긁어 부스럼만 만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이 알든 모르든 현재 정부에서 추진중인 청년 취업과 창업 지원사업들을 하나라도 더 꼼꼼히 챙기는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 백배는 더 효과적이다.
몇 푼의 돈과 혜택만으로 ‘청춘이 고통받는 시대’를 살아내야하는 청년들을 위로하기엔 그 상처가 너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