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CJ가 SK 제안을 거부했다면

[광화문] CJ가 SK 제안을 거부했다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임부장
2015.11.20 03:10

“다른 날도 아니고 회사창립 기념행사를 한 날이니 허탈하고 충격일 수밖에요.” 지역 예선을 거친 탁구대회에 조별 행사를 하면서 팀워크를 다졌던 날이니 CJ헬로비전 직원들에게 날아든 인수합병(M&A) 소식은 마른하늘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SK텔레콤(81,600원 ▲1,200 +1.49%)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CJ헬로비전(2,230원 ▼10 -0.45%)을 합병할 예정이다.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지만, 내년 4월이면 가입자 700만여 명을 보유한, 1위 사업자인 KT 뒤를 바짝 쫓는 대형 유료방송사 탄생이 예고돼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료 인상 압박에 통신방송 결합상품을 앞세운 통신사의 공격적 영업까지 사업 환경이 쉽지 않다. 그래도 케이블TV 방송 시장 1위 사업자다. 2014년 기준 가입자 수나 영업이익 면에서 CJ헬로비전은 SK브로드밴드보다 월등히 앞선다. 직원들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일정 수긍 간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지금 느끼는 CJ헬로비전 직원들의 상실감은 회사가 인수 주체가 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지 않는 한 언제고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SK와 CJ의 거래가 성사되기 전, SK가 또 다른 케이블TV 업체에도 동시에 인수를 제안했고, CJ가 그쪽보다 앞서 결단을 내렸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CJ 역시 인수 주체가 돼 매물로 나온 C&M 인수를 논의했다는 점도 알려진 사실이다. CJ가 C&M 인수를 포기하고 반대로 SK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셈인데, 만일 CJ가 SK 제안을 거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업계 한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이 케이블TV 방송 진영의 1위 사업자라는 간판을 내리게 되는 건 마찬가지 결과”라고 말했다. SK가 다른 진영과 손을 잡았다면, 후 순위 사업자로 밀려 생존법을 모색해야 하는 또 다른 형태의 비참한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지금 CJ헬로비전 직원이 느끼는 불안감보다 더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인수를 바라보는 나머지 유료방송사들의 복잡한 심사가 CJ헬로비전 못지 않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이번 M&A를 유료방송 시장재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은 틀리지 않는다. 지역 개별 SO가 복수SO(MSO) 우산 밑으로 들어가는 게 1차 모습이었다면 앞으로는 이번처럼 대형 방송사 간, 경계를 넘어선 합종연횡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떠들어온 방송통신 융합의 실체이기도 하다. 서비스나 기술의 융합 종착지가 기업 간 M&A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는 CJ헬로비전 직원들의 3년 고용승계를 약속했다고 한다. 간판이 무엇이든, 최종 인수가 마무리돼도 케이블TV 방송의 1인자였던 CJ헬로비전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건 M&A 귀재로 통하는 SK의 실력에 대한 평가고, SK가 CJ를 M&A를 한 근본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관심사는 시장의 변화를 수용할 규제 당국의 정책 판단이다. 방송 통신 영역 간 교차 M&A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심사가 1차 합종연횡에서 선택하지 못하고 남겨진 기업들의 추가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중요하게 인지해야 한다.

시장 활성화 방식이 신규 사업자 선정만이겠는가. 자유로운 M&A가 가능한 환경 조성이야말로 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방법이다. 칸막이 간 경쟁을 넘어 경계를 깬 융합 환경의 조성과 시장 경쟁 활성화. 규제 당국의 정책 의지는 늘 그랬듯 개별 기업의 전략만이 아닌 시장과 산업의 성장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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