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머니투데이 데스크들이 금융, 증권, 산업, IT, 정치, 경제, 사회 및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취재현장에서 갈고 닦은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을 통해 혼란스러운 세상, '중심' 잃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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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맺길 원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람은 많지만 자기 맘에 쏙 드는 사람을 찾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점 때문에, 어떤 사람은 저런 점이 눈에 거슬린다. 거꾸로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문제 덩어리,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람을 만나야 할까. 사람을 만나려면 자신이 먼저 손해를 봐야하고, 지고 들어가야 한다고들 말한다. 이는 처음에 사람을 만나는 수단이나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그런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사람이기보다는 성인에 가까울 것이다. 만남에는 크든 작든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듯, 이유없는 만남도 없다. 물론 우연하게 만나는 경우도 있고, 첨에는 어떤 이유 때문에 만났다가 나중에는 이유없이도 만남이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
'100일'동안 진행됐던 국회 미디어발전위원회(이하 미발위) 논의가 결국 아무 소득없이 끝날 모양이다. 15일에 이어 17일 또 한차례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여야 대표단의 합의된 최종보고서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3월 13일 첫 회의를 시작해서 꼭 100일째 되는 15일에 진행된 회의에서조차 미발위 여야 대표들은 여론조사를 놓고 '하자''하지말자' 입씨름만 하다 끝냈다. 그것도 무려 5시간동안.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자문기구로 출발한 미발위가 별다른 결실없이 마감된다는 것은 사실 처음부터 예상됐던 바다. 여야가 추천한 대표들로 구성된 미발위는 지금까지 대여섯번의 공청회를 거치는 동안 '여야 대리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나선 순회 공청회는 주제토론을 시작도 못한 채 절차 문제로 공방을 벌이다가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였고, 시한이 임박해진 지금도 여론조사 문제를 놓고 신경전이다. 이처럼 수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미디어관련법'의 핵심법안은
지난 1999년 초 뉴욕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이스트 리버변 유엔 본부 건너편에 위치한 미 유엔대표부앞에서 느끼는 삭풍은 특히 매서웠다. 홈리스들마저 주일 5일 근무를 철저히 지키는 맨해튼이다보니 주말 황량한 '타향 땅'에서의 ‘노상 뻐치기’는 서울에서의 경험보다 더 춥고 삭막했다. 회담은 거의 주말마다, 몇 시간씩, 몇 주째 이어졌다. 피곤한 몸보다 무거운 것은 마음이었다. 당시 외환위기의 한가운데 놓였던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NK) 팩터’는 자력으로는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올가미’였다. 무디스, S&P 등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마다 두번째 단락정도에서 예외없이 꼽던 최대 불안요인중 하나이다. NK 문제의 해결 없이는 위기 탈출도 요원해 보였다. 촉각은 온통 대표부내에서 진행되던 미국과 북한간의 미사일 협상에 쏠렸다. 하지만 매번 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리근 북측 대표의 입에서는 고작 “다음에 봅세다”라는 말이 고작이었다. 지루한 협상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몇
한글은 쉽지 않다. 쓰면 쓸수록 어렵다. 초중고교에서 읽고 쓰기를 배우고, 사회에 나와서는 글로 먹고 삶에도 한글은 어렵다. 한글을 어렵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조사다. 주격조사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글의 뜻과 맛이 크게 달라져 더 어렵다. 예를 들면, ‘그는 갔다’와 ‘그가 갔다’는 말은 하늘과 땅 차이다. ‘그는 갔다’는 그가 갔다는 객관적인 팩트에 그가 가는 것을 지켜본 자의 주관적인 정서, 느낌이 가미된 것이다. ‘그가 갔다’는 그가 간 팩트를 객관적으로 서술할 뿐이다. ‘그는 갔다’와 ‘그가 갔다’의 차이와 다른 맛, 쓰임새를 구별하지 못하면 글을 읽을 때도, 쓸 때도 참 재미가 없거니와 혼란스럽기도 하다. 좋은 글은 짧고, 명료하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랑해.” 이거면 충분하다. “정말 사랑해” 따위나, “진실로 사랑해”, 혹은 “진짜로 사랑해” 등과 같이 부사가 붙는 고백은 거짓일 수도 있고, 사실이더라도 거짓으로 들릴 수 있다. 큰 목소리로 웅변하는 고백이나, 절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대미문'이라는 그간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주가나 소비자심리지수 등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경기가 다시 하강하면서 'W자형'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소한 금융위기의 쇼크에서 신속히 탈출한 것은 위기의 발생만큼이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이제는 '위기 후'(post crisis)에 대한 걱정이 위기 초반에 닥친 충격을 대체하는 분위기다. 금융회사의 연쇄파산을 막기 위해 시중에 쏟아부은 유동성이 '초(超·하이퍼)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례다. 성장률이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물가가 급등해 버리면 경제가 다시 타격을 받아 저성장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단기 부동자금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작 경제가 이 시나리오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또한 급속한 회복 없이 2~3년간 완만히 성장할 것이란 신중론이 맞을지도 현재로선 예측
봉하마을을 다녀왔다. 참여정부 마지막 절반을 청와대 출입기자로 지냈으니 도리였다. 봉하 가는 길은 멀었다. 기차 타는 시간만 3시간10여분이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진영공설운동장에 내려 또 빈소까지 30여분을 걸어야 했다. 빈소로 가는 길은 물을 필요도 없었다. 엄청난 인파에 묻혀 그저 앞사람만 따라가면 어느덧 조문하려는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줄에 다다랐다. 60여명씩 한꺼번에 조문을 하는데도 1시간 이상 서서 기다려야 했다. 짧은 조문을 끝내고 참여정부 사람들과 천막 안 돗자리에 앉았다. 먹먹한 마음에 하릴없이 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제 마지막으로 뵈었나요?" "실은 한달 이상 찾아 뵙지를 못했어요.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기자들이 봉하마을을 빙 둘러싸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하면 무슨 대책회의 한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고 하니 통 올 수가 있어야지요. 그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아, 생각난다. 지난 4월10일인가, 문재인 전 청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눈물이 나려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우리는 믿어요(we believe)'라는 동영상을 보면서 그랬다. 이 동영상에는 한 인디밴드 멤버가 작사·작곡한 4분13초 분량의 곡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함께 실렸다. 이 동영상이 감동적인 것은 그안에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우리 지도자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독재, 부패 등의 단어와 연결돼있다. 역사상의 인물에 대한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혹자는 우리나라엔 영웅이 만들어질 수 없는 풍토라고도 자책한다. 신이 아닌 사람이니 허물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나쁜 면보다는 좋은 면을 좀 더 기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영상을 만든 그 멤버는 그가 좋아했던 사람을, 그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모하고 있다. 그 속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편을 가르지도 않았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노 전 대통령을 다시
나눔은 아름답다. 그래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 대규모 감원 삭풍이 몰아치는데도 불구, 일자리 나누기에 나선 한국의 사례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국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핑크 슬리브’로 불리는 해고 통지서 달랑 한 장으로 직원을 내모는 서구식 관습의 잣대로 보면 인간적 체취마저 물씬 풍겨나는 정책이다. 더욱이 최근들어 세계 경제가 모처럼 깊은 침체의 심연에서 빠져나오는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며 ‘잡셰어링’으로 일컬어지는 이 정책은 다시 한번 빛을 발할 전망이다. 대대적 구조조정의 후폭풍은 늘상 이른 회복을 붙잡는 족쇄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원, 감축이 잇따르면 경기 회복의 동력이 될 소비는 줄기 마련이다. 이른바 케인즈의 ‘절약의 역설’이다. 또 기업들은 숙련 일손 부족으로 이전의 생산성을 복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다시 찾은 호황의 기회를 날릴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를 경험한 실리콘 밸리가 한 예이다. 이전의
초등학교 때를 벗지도 못했던 중학교 1학년 초 때다. 서점마다 여러 종류의 책을 한꺼번에 꽂아 놓은 아크릴 회전판이 있었는데, 수많은 책 가운데 '삼중당'(三中堂)이 발간한 소설책이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펄 벅이 쓴 '대지'(大地)였다. 이 책은 '대지'와 '아들들', '분열된 일가' 등 3권으로 이뤄져 있었다. 나는 당시 뭔가에 홀린 듯 이 장편소설에 빠져들었다. 밤을 새워가며 읽고, 수업시간에도 수학 선생님 몰래, 영어 선생님 몰래 읽다 책을 빼앗기기도 했다. 내가 읽은 '대지'는 영문학계의 거목인 고 장왕록 교수가 번역한 것이었다. 장 교수는 소설과 수필 등 펄 벅의 여러 저서를 번역할 뿐 아니라 지난 60년대 한국을 자주 찾은 그녀와 인터뷰 등을 통해 사적·공적으로 교류했다. 이렇게 최초의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펄 벅과 영문학자 장 교수는 '창작과 번역'이라는 문학의 한 공간에서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들에게는 문학 외에 이들의 인연과 삶을 묶어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얼마전 끝자리 번호가 '2020'인 휴대폰을 새로 장만했다. 1년여 진통을 거듭해온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였다. 2020년까지 산은을 글로벌 투자은행(CIB)업계 20위권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에서다. 산은이 이 비전을 달성하는 데는 민 행장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금융위원장도 '2020'을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산은 임직원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더라도 한동안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될 정부의 행보에 따라 2020년 산은의 모습은 지금의 구상에서 한참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목표로 삼은 상업은행 중심의 CIB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버텨낼 만큼 견고한 '성'이다. 산은으로서는 수신기반 확충과 기업금융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서, 그 역량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넘볼 수 있는 영역이다. 항간의 우려대로 '정부의 실패'가 나타난다면 산은이 글로벌 금융회사와 경쟁을 해보기는커녕 시중은행의 영역만 침범하는 정체 불명의
홍콩의 한 호텔에 투숙했던 관광객 수백여명이 며칠째 격리돼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외신, 그리고 국내에서 신종플루 1호 확진환자였던 A씨가 입원했다가 퇴원했던 군 격리병실 기사를 보면서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가 떠올랐다. 운전을 하던 한 운전자가 갑자기 앞이 안보이게 되고, 그와 접촉한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면서 이들이 격리수용되고, 급기야는 도시전체가 모두 눈먼자들의 세상이 되는 내용의 소설이다. 초기에는 눈이 먼 사람들이 한 건물에 격리수용되고 군인들이 이 시설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그 소설이 연상된 것 같다. 초기 격리수용소는 제법 관리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전염자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소요가 생기고, 수용소를 나오려는 사람에게는 발포명령이 내려진다. 짐승과 같이 끔찍했던 수용소생활에서 벗어나 그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도시 전체로 전염이 확산되고 나서다. 안과 밖의 상황이 전혀 다를 게 없어진 뒤다. 우리 앞에 닥친 신종플루는 다
국제 데스크를 맡고 있으면 울분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내 상황도 심상한데 나라밖에서 들려오는 이죽이는 소리들이 신경을 더 돋을 때가 많다. 뭐 이골이 난 필자 역시 그럴진대 정부 부처나 정책 담당자들의 심경은 어떨까 이해도 간다. 최근에는 국가 신용 등급 문제가 염장을 긁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8일 디폴트 위기에 놓인 동유럽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신용 등급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보다 깊은 수렁에 빠진 유럽으로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한때 '늙은 유럽대륙의 젊은 피'로 강소국의 대명사가 된 아일랜드도 이날 신용이 강등됐다. 지난달말 무디스, S&P에 이어 3대 국제신용평가사의 나머지 하나인 피치도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헌데 부여된 등급이 눈에 들어왔다. AA+ 로 한 단계 하향. 그렇다면 직전까지도 최고등급인 AAA를 유지하고 있던 셈이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동안 아일랜드의 위기 소식을 숱하게 접하고 전했던 당사자로서는 어안이 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