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위를 떨치던 한파가 아이티 강진이 터지자 신기하게도 싹 가셨다. 서로 상관이 없을 듯 싶지만 오묘한 자연 섭리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추위 참 강하고, 오래도 지속됐다. 생고생했다는 군시절에도 영하 20도 안팎의 날씨는 한해 3~4일정도 지나면 풀리곤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특히 새해 첫 출근날이던 4일 맛본 눈보라는 타지에서 경험한 '블리저드' 를 연상시켰다. 이렇게 긴 시간 지속된 강추위는 평생 첫 경험이었다.
그러니 '미니 빙하기(Mini Ice Age)' 논란까지 불거질 법도 했다.
독일 킬대학 모이브 라티프 교수 등이 주장한 이 학설에 따르면 해류의 변화로 지구가 온난화에 상관없이 20~30년간 빙하기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의 해류가 주요인이라는데 반대편에 놓인 한국과 중국 등도 된통 한파에 당하는 것은 좀 '억지' 이론처럼 들린다. 실제로 상온의 플로리다 오렌지 농장주들이 냉해를 입는 동안 같은 미국의 태평양 연안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였다. 원래 추워야 할 알래스카와 모스크바도 따뜻했다면 빙하기 도래설은 다소 격한 주장으로 보인다.
물론 한냉으로 순환하는 해류 변화가 이상 기후를 유발한다는 점은 수긍이 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은 지구 온난화로 떨어져 나가는 북극 유빙에 의해 더 차거워진 한류가 깊숙한 심해로 가라앉아 통상적인 한냉류 순환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고 경고했다. 심화되는 온난화로 유빙은 더 늘고 이로 인한 이상 기후 발생 빈도 역시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또 한가지 그럴듯한 가설도 나왔다. 지난해 세계 농작물 작황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엘니뇨 현상과 제트기류의 변화이다. 북극 한파를 가둬 두는 제트기류에 '구멍'이 나 저위도로 흘러든 찬 기운이 엘니뇨로 습도를 많이 품은 따뜻한 공기와 부딪혀 추위와 함께 많은 눈을 뿌렸다 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필자는 민항기 조종사인 친지에게 문의도 해봤다. 미주 노선 운항시 제트기류가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말을 얼핏 들었던 것이 생각난 때문이다. 그의 답변은 '전혀 이상 없었다'였다.
독자들의 PICK!
이상 한파에 난무한 이론 가운데는 시베리아에서 발견되는 맴머드 미라에서 유추된 '극 점프' 론도 있다. 23.5도 기울어져 자전하는 지구 지축이 흔들리며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한때 열대지방인 곳도 한 순간에 극지방으로 변할 수 있다.
이도, 저도 맞지 않자 아예 지구의 자정 노력으로 간주하는 이들도 나왔다. 온난화 더위를 참지 못한 지구가 스스로 열을 식히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후학도, 지질학도 전혀 근접 못한 몸이 여러 설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지구를 `하나의 유기 생명체`로 보는 마지막 대목이 가장 가슴에 와 닿을 뿐이다.
우리 생명의 땅인 지구는 분명 화가 나 있을 것이다. 곳곳에서 자행되는 환경 파괴와 개발을 빌미로 한 오염 배출로 정상적 흐름에 이상이 생기고 균형이 깨졌을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그것이 해류이든, 기류이든 지각 변동이든 원활한 이동이 막힐 경우 엄청난 에너지는 쌓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파괴력을 더한 에너지는 약한 곳을 골라 반드시 터지고 만다. 동맥경화에 의한 뇌졸중과 다름없다.
내 억지 주장을 마저 펼치자면 (수많은 희생이 따른 아이티에 비유하는 것이 죄송하지만) 아이티 강진은 축적된 `지구의 분노`가 표출된 결과이다. 덕분에 구멍난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맹위를 떨치던 찬 바람도 한번에 꺼졌다.
버블은 반드시 터진다는 진리를 이제 지구마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