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민자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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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 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에 '996' 바람이 불고 있다. '워라밸'을 포기한 고강도 근로문화가 확산하면서다. 인공지능(AI)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출세와 부에 대한 스타트업계의 열망이 변화를 이끌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996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근로문화를 일컫는다. 2010년대 중국에서 알리바바, 화웨이, 바이트댄스 같은 기업들이 급속한 성장을 위해 고강도 근무를 요구하면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996을 두고 '현대판 노예'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반발이 커지자 2021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72시간 근무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실리콘밸리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중국이 996을 채택할 때 실리콘밸리는 무제한 유급휴가, 금요일 단축근무, 재택근무 같은 복리후생을 제공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게 미국 매체들의 지적이다. 과거와 달리 996 문화가 실리콘밸
"AI(인공지능)를 믿고 맡겼는데,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서 시간이 더 걸렸다." 최근 AI를 사용하는 기업 사무실에서 흔히 들리는 푸념이다. 업무 혁신과 생산성 제고를 기대했던 AI 사용이 오히려 현장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 '워크슬롭'(Workslop·업무 쓰레기)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겉으론 완성도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쓸모없는 저품질의 AI 생성물을 'AI 슬롭'으로 부르는데, 업무 환경에서는 이를 '워크슬롭'이라고 한다. 핵심 내용이 빠지고 부정확한 내용이 가득한 AI 결과물을 다시 수정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 반복돼 시간 절감 효과가 사라지고 근로자들이 이중 부담을 겪게 되는 현상이다. ━비용 늘리고 조직 신뢰 무너뜨리는 '워크슬롭'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 스탠퍼드대 소셜미디어 연구소, 베터업랩스(BetterUp Labs)가 공동으로 미국 내 정규직 1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수년 동안 소셜미디어를 지배했던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가 흔들리고 있다. 도전장을 던진 건 피곤한 모습을 강조한 '타이어드 걸(tired girl)'이다. 클린걸은 정돈되고 건강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매끄러운 피부와 자연스러운 '완벽함'을 지향한다. 타이어드 걸은 반대다. 아이라인은 번졌고 다크서클은 붉게 내려왔다. 입술은 생기와 거리가 멀다. 밤을 샌 듯 지쳐보이지만 그게 바로 포인트다. 소셜미디어엔 지쳐보이는 메이크업을 안내하는 튜토리얼(지침)이 잇따른다. 전체적인 모습은 어수선하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CNN은 이 트렌드의 대표 인물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의 웬즈데이 애덤스를 꼽았다. 팀 버튼이 연출한 이 시리즈에서 웬즈데이 역할을 맡은 제나 오르테가는 번진 눈매를 연출하며 음울하고 피곤한 매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가수 빌리 아일리시 역시 오랫동안 다크서클, 번진 아이라인, 있는 그대로의 잡티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인물이다. 웬즈
이달 들어 젠지(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더 그레이트 락인(The Great Lock-In)'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여행, 외출 등 외부 방해 요소를 스스로 차단한 채 특정 목표나 활동에 몰두하는 자기 계발 방식이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새해까지 기다리지 않고, 올해가 가기 전에 특정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가상승, 취업난 등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불안한 젊은 세대가 안정을 위해 자신을 강제로 억압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며 번아웃(탈진) 같은 역효과 발생을 우려한다. ━게임에서 일상으로 번진 '락인'━'락인'이라는 단어는 비디오 게임에서 유래했다. 게임 사용자가 캐릭터를 선택한 뒤 그 캐릭터로 모든 단계를 통과해 퀘스트를 완수하는 과정을 뜻한다. 젠지 등 젊은 층 사이에서 '락인'은 일정한 루틴에 자신을 고정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자기 계발 방식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운동, 공부 등을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결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앱 구독,
DJ와 댄스 플로어, 신나는 EDM이 밤늦은 클럽에서 햇살 좋은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에스프레소 머신 옆에 자리 잡은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커피나 말차 라떼 한 잔을 들고 몸을 흔든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커피 레이브'(coffee rave) 얘기다. 레이브는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한 열광적인 클럽 파티를 의미한다. 최근엔 이 레이브 문화가 술과 클럽 대신 커피와 카페 등으로 장소와 형식을 변형해 새로운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 '쌩얼'로 한 손에 커피를 든 사람들이 환한 대낮 카페에 모여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니, 언뜻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커피 레이브는 레이브 문화에서 술을 뺀 나머지 긍정적인 요소, 즉 음악과 사회적 교류, 뜨거운 에너지를 젠지(Generation Z, 1990년대 중후반~2010년 정도 태어난 Z세대) 성향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낮의 파티는 예상치 못한 소비나 숙취로 인한 후회를 남기지
20년 전인 2005년 여름, 중국 칭다오의 해변에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얼굴 전체를 가리고 눈과 코, 입만 뚫린 독특한 마스크를 쓴 여성들이 바닷속을 헤엄쳤다. 자외선과 해파리의 공격으로부터 피부를 지켜주는 '페이스키니'(Facekini)였다. 얼굴(Face)과 비키니(Bikini)의 합성어로 불리는 이 마스크는 착용 모습이 '범죄자 같다'는 조롱에도 불티나게 팔렸고, 글로벌 패션 중심지인 이탈리아 등 유럽까지 진출했다. 서방 언론은 페이스키니를 여름철 이색 패션으로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계속된 폭염으로 인한 자외선 노출 문제로 페이스키니가 다시 주목받고 있고, 기후변화 위기 시대에 페이스키니가 새로운 패션 문화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자외선·해파리 피하려다 밀라노 패션위크까지 진출 ━'페이스키니'는 남편과 함께 수영용품을 판매하던 전직 회계사 장스판의 손에서 탄생했다. 당시 장스판은 해변을 찾은 손님들에게 어떤 물건을 팔지 고심하던 중 자외선과
넷플릭스는 2013년부터 수백편의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지만 대중문화 흐름을 뒤흔들 정도로 화제를 모은 적은 좀처럼 없었다. 역사가 짧은 만큼 '겨울왕국'이나 '바비'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아이콘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넷플릭스의 공동 창립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은 CEO(최고경영자)였던 2021년 한 인터뷰에서 "가족 콘텐츠 분야에서 디즈니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숙원이 4년 만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북미를 중심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끌면서다.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인기 캐릭터인 스티치가 사자보이즈의 소다팝에 맞춰 춤을 추는 소셜미디어 영상은 자못 상징적이다. ━"K팝? 악령? 제목 극복하니 12번 보게 되더라"━"일단 제목부터 보세요. 악령 사냥꾼이라고요? 더구나 K팝이라고요? 이게 뭔가 싶었죠." 케데헌은 제목부터 미국인들에게 쉽게 가닿을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5명의 아이를 키
전 세계가 중국 완구업체 팝마트(Pop Mart)의 '작은 괴물' 라부부(Labubu) 매력에 반응하고 있다. 라부부 인기 제품은 출시 즉시 완판되고, 리셀(재판매) 시장에서는 정가 대비 수십 배 오른 가격에서 거래되는 등 자본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과열된 인기만큼 라부부 열풍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인기 배경에는 사회적인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 룽(Kasing Lung)의 그림책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캐릭터 중 하나로, 큰 귀와 눈 그리고 뾰족한 이빨 등으로 다소 괴기스러운 모습을 지닌다. 2015년 처음 등장한 라부부는 당초 수집가들에게만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4월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리사가 소셜미디어(SNS) 라부부 키링이 달린 가방과 라부부 인형 사진을 올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SNS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가방에 라부부 키링을 매달고 인증사진을
#미국 오리건주에 사는 나리타 나렛(25)은 최근 자정 무렵 핸드폰 알림을 받았다. 기다리던 제품이 재고가 들어왔단 소식이었다. 남은 시간은 단 몇 분. 서둘러야 했다. 결제 버튼을 눌렀다. 마침내 화면에 뜬 '결제 완료' 문구. 세 번의 시도 만에 얻은 귀한 성공이었다. 나렛이 산 건 한정판 운동화도, 희귀 피규어도 아니었다. 일본에서 온 말차 세 통이었다. 나렛은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며 "완전 라부부 수준"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미국 뉴욕시의 고급 주거지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사는 엠마(12)는 학교가 끝나면 일주일에 한두 번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블랭크 스트릿 커피다. 엠마는 부모님 카드를 빌려 이곳에서 산 7달러(약 9600원)짜리 아이스 말차 음료를 들어 보이며 "처음엔 안 좋아했는데 이제는 좋다"면서 "예전에는 여기가 뭔지 몰랐는데 틱톡에서 보고 알았다. 유행이 됐다. 고등학생들이 많이 주문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때 아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