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에서는 '입은 티 나는' 속옷이 유행하고 있다. 엉덩이를 부각시키는 팬티, 니플(유두)이 튀어나온 것처럼 디자인된 브라가 겉옷의 실루엣을 과감히 뚫고 나온다. 방송인으로 시작해 이제는 사업가로 성공한 킴 카다시안이 만든 속옷 브랜드 '스킴스(SKIMS)'가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킴 카다시안은 2000년대 초반, 패리스 힐튼의 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로 방송가에 얼굴을 알렸다. 당시 '마른 금발'의 힐튼 옆에 육감적인 검은 머리 친구로 유명해지면서, 카다시안은 자신의 이름을 건 리얼리티 TV쇼로 독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부터 카다시안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누드사진이나 몸매를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코르셋 사진을 공개하고, 자신의 상반신을 석고로 본뜬 향수병을 판매하는 등 '성 상품화'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그럴때 마다 카다시안은 "나는 내 몸매와 섹시함에서 힘을 얻는다"며 "다른 사람들이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아쳤다.


카다시안의 이런 자신감은 속옷 브랜드 탄생으로 이어졌다. 2019년 카다시안은 사업가 젠스 그레데와 스킴스를 설립했다. 체형을 정리해 주는 보정 속옷과 이너웨어 라인을 중심으로 출발해 애슬레저·라운지웨어 등으로 품목을 확장했다. 카다시안은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를 맡아 제품 디자인과 브랜드 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스킴스는 '모든 여자의 몸을 위한 브랜드'라는 콘셉트로 시작해 다양한 인종과 체형이 구매할 수 있는 속옷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속옷은 그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여성의 몸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사이즈는 XXS부터 4XL까지 9종류에 달하고 색상도 밝은 베이지부터 짙은 갈색까지 피부톤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6~7종류씩 나온다.

스킴스는 먼저 카다시안처럼 가슴과 엉덩이 굴곡이 두드러져 보이는 보정 속옷 라인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카다시안은 "병원에 갈 필요 없다. 스킴스에서 '꿈에 그리던 풍만한 곡선을 완성하는 원스톱 쇼핑'을 하면 된다"고 홍보했다. 카다시안의 마케팅에 대해 미국 현지 언론은 "사람들이 오젬픽을 맞으며 체중 감량에 나서면서도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에 대한 욕망은 남아 있다"며 "매년 성형 시술과 가슴·엉덩이 보형물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형 수술할 준비가 안 되었거나 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스킴스의 '쉐이프 웨어'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
2023년 스킴스가 선보인 '니플 브라'는 다시금 시장을 놀래켰다. 브라의 겉면 디자인에 니플 자국을 아예 넣었다. 브라를 입었는데 '노브라' 효과가 나는 셈이다. 카다시안은 이 브라를 소개하면서 그저 노출이 목적이 아니라는 '영리한' 마케팅을 함께 내놨다. 유방 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생존자를 비롯해 자신의 가슴에 자신이 없던 여성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올 상반기 나온 '니플 피어싱' 브라는 한술 더 뜬다. 양쪽 니플에 피어싱을 한 듯한 효과를 주는 디자인인데, 피어싱 부분은 나일론 코팅으로 만들어져 탈부착이 가능하다. 스킴스는 이 제품에 대해 "고통이 두려워 니플 피어싱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플 피어싱은 미국 팝스타 리한나, 모델 벨라 하디드 등이 공식석상에서 당당히 공개하면서 한때 유행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스킴스가 출시한 '궁극의 숲(얼티밋 부시)'라는 별칭의 끈 팬티는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래켰다. 얇고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끈 팬티의 앞부분엔 12가지 색상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털'이 붙어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스킴스의 철학(?)을 담아 곱슬과 직모 등 다양한 털을 고를 수도 있다. 인조 음모 장식이 부착된 이 끈 팬티는 1개에 32달러(약 4만원)에 판매됐는데 전세계 매장과 온라인에서 '완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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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시안은 "요즘 여성들은 평생 레이저 제모를 해왔고,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상황"이라며 "이제 (이 팬티로)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의 패션 브랜드 전략가 아멜리아 워드는 "카다시안 가족은 언제나 논란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성장시켜 왔다"며 "대중이 욕하면서도 클릭하게 만드는 힘이 바로 스킴스의 마케팅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CNN도 카다시안의 이런 행보는 페미니스트적인 행보라기보다, 체모를 포함한 여성의 신체를 드러내는 상품화가 얼마나 수익성이 높은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스킴스는 이제 속옷 브랜드가 아닌 일상복 브랜드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제니, 에스파의 닝닝과 카리나가 입은 보디 슈트로 유명해졌다. 스킴스는 라운지웨어뿐만 아니라 수영복, 드레스, 남성복에 이어 나이키와의 협업 라인 '나이키스킴스' 라인까지 론칭했다. 주로 스포츠 브라나 레깅스, 요가나 러닝웨어 등에 집중해 룰루레몬이나 알로와 같은 선두 브랜드를 뒤쫓겠다는 목표다.
스킴스는 자본시장에서도 '대박'이 났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킴스는 골드만삭스 대체투자 부문과 BDT·MSD 파트너스 계열 펀드 등으로부터 2억25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받기로 했다. 투자를 받은 후 스킴스의 기업가치는 50억달러에 이른다. 또다른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스시크릿(약 28억6000만달러)과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약 19억8000만달러)를 합한 규모를 넘어선다. 스킴스는 올해 순매출을 10억달러로 예상한다. 현재 미국 내 18개 직영점과 멕시코 프랜차이즈 등 총 20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회사는 온라인 비중이 높았던 기존 사업 구조를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말에는 서울 성수동과 더 현대 서울에 팝업 매장도 열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