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금속 다이아몬드는 '희소성의 상징'이었지만 이 공식을 무너뜨린 세대가 등장했다. 바로 세계 소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젠지(1995년 이후 출생자, Generation Z)와 알파(2010년대~2020년대 출생자) 세대다. 이들은 광산에서 채굴된 '천연 다이아몬드' 대신 실험실에서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인공 다이아몬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 이하 랩 다이아몬드)'를 선호한다. 두 다이아몬드의 반짝임은 같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 광채의 출처보다 그 안에 담긴 가치관과 윤리성에 주목하며 랩 다이아몬드를 선택하고 있다.
랩 다이아몬드는 고온·고압 또는 화학 기상 증착 기술을 통해 생산되는 합성 다이아몬드다. 물리적·화학적 특성은 천연 다이아몬드와 동일하지만, 채굴 과정이 필요 없어 환경 파괴나 인권 문제와 거리가 멀다. 과거에는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저렴한 가격에 초점에 맞춰진 '값싼 대체재'로 취급됐지만, 현재는 첨단 기술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윤리적 가치를 상징하는 새로운 럭셔리로 인식된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랩그로운러브(labgrownlove), #랩그로운주얼리(labgrownjewelry)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랩 다이아몬드 제품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넘쳐난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내 반지는 지구를 해치지 않는다"라는 글을 공유하며 랩 다이아몬드 열풍을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랩 다이아몬드의 인기의 큰 이유는 가격이다. 천연 다이아몬드 대비 30~70% 저렴하면서도 국제 감정서가 동일하게 발급된다. 1캐럿 기준 천연 다이아몬드는 평균 6000달러(약 850만원) 수준이지만, 같은 등급의 랩 다이아몬드는 약 2500달러(354만원)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외신들 사이에선 현재의 랩 다이아몬드 열풍을 단순히 가격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젠지 소비자들이 윤리적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것"을 그 이유라고 짚었다.
독자들의 PICK!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는 "랩 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전통 다이아몬드의 그림자가 아닌 윤리적 가치와 기술 혁신이 결합한 신 럭셔리 귀금속"이라고 평가했다. 채굴형 다이아몬드 산업이 오랫동안 안고 온 노동 착취·탄소 배출 논란은 젊은 세대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반면 랩 다이아몬드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생산 과정과 '탄소 중립' 인증을 통해 깨끗한 보석으로 자리 잡으며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세계 다이아몬드 협회(WDC)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랩 다이아몬드의 점유율은 약 12%에 달했고, 미국·한국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현재 글로벌 랩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약 240억달러(34조128억원)로 연평균 성장률은 15% 이상이다.

랩 다이아몬드의 인기는 전통 다이아몬드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블룸버그 다이아몬드 가격 지수(Diamond Standard Index Price)에 따르면 3년 사이 다이아몬드 가격은 절반 정도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랩 다이아몬드 인기가 귀금속 산업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모간스탠리는 "올해 귀금속 시장의 20% 이상이 랩 다이아몬드로 대체될 것"이라며 "전통 귀금속 업체들이 가격 경쟁이 아닌 브랜드 스토리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귀금속 업체인 판도라는 천연 다이아몬드 판매를 중단하고 "앞으로 모든 다이아몬드 제품을 랩 다이아몬드 생산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티파니는 랩 다이아몬드 라인을 시험적으로 도입했다. 한때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의 70%를 장악했던 영국 다이아몬드 가공업체 드비어스는 지난해 2차례 가격 인하에도 천연 다이아몬드 판매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드비어스는 랩 다이아몬드 브랜드 '라이트박스'(Lightbox)를 출시했다.
이런 현상은 경제학적으로 '윤리 프리미엄'의 구조를 뒤집는 것이다. 과거 '윤리적 상품이 비싸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품이 오히려 합리적이고 접근할 수 있는 가격으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젠지 세대는 가격이 아닌 가치에 투자한다. 그들에게 럭셔리는 과시가 아니라 공감의 대상"이라며 "'가성비'가 아닌 '가치비(Value for Meaning)'라는 새로운 소비 개념이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가격이 아닌 가치로 상품을 평가하는 '가치 기반 시장(value-based market)'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