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 뵐 수 있을까요? (May I meet you?)"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이 젊은이들에게 제안한 데이트 신청 멘트가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뜨거운 유행어로 부상했다. 이 짧은 문장은 온라인에서 즉각 논쟁을 촉발하는가 하면 각종 밈과 패러디로 이어지며 격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발단은 애크먼이 지난 주말 올린 게시물이다. 애크먼은 15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음 세대의 행복과 인구 감소 문제를 걱정하는 한 중년 기혼 남성"으로서 연애하지 않는 젊은 세대에게 느끼는 안타까움을 털어놨다. 그는 "젊은 남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또래 여성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온라인 문화가 낯선 사람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능력을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크먼은 자신이 젊었을 때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썼던 한 문장을 소개하겠다며 "만나 뵐 수 있을까요?"였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물어봐서 "거절당한 적은 거의 없었다"며 "올바른 문장 구조와 공손함이 효과를 낸 것 같다"며 젊은이들에게 이 문장을 써볼 것을 권했다.


온라인에선 곧바로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는 이 문장을 "정중하다", "알파남답다"고 좋게 평가했지만 "딱딱하고 촌스럽다", "잘도 통하겠다"며 조롱도 쏟아졌다. 경제학자인 타일러 코웬은 "설령 이 멘트가 효과가 없더라도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 정도 출생자: 인터넷이 대중화 된 이후 출생) 남성들이 여성을 만나는 것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데엔 도움이 된다"고 애크먼을 옹호했다.
실패 경험담도 속출했다. 한 X 이용자는 "어젯밤 술집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 이 말을 써먹었다가 웃음거리가 돼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면서 "다시는 빌 애크먼의 조언을 듣지 않을 거다. 베이비붐 세대의 조언은 다신 안 듣는다. 이거 2025년엔 절대 안 먹힌다"고 씁쓸해했다.
사실 애크먼이 이 멘트로 데이트에 성공한 건 그가 가진 막대한 재력과 190㎝가 넘는 키 같은 배경이 깔려있단 해석이 많다.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 '누가 그 말을 하느냐'가 더 중요한 냉정한 현실을 무시한 조언이란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에선 애크먼이 가진 자신감에 대한 동경과 그의 구식 접근법이 현실에서 통할 수 있을지 모른단 기대감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사회학자 제스 카비노는 애크먼의 조언이 이토록 큰 반향을 낳은 이유는 단순한 개인의 연애 팁을 넘어 디지털화된 현대 사회에서 Z세대가 겪는 대면 소통의 어려움, 거절에 대한 두려움, 관계 형성 방식의 변화라는 문화적 문제 의식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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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비노는 미국 경제매체 포천을 통해 애크먼의 조언은 젊은이들이 연결에 대한 욕구와 다가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느끼는 고독감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앱, 다이렉트메시지(DM), 알고리즘이 큐레이션한 공간을 통해 이성과의 만남을 시도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위험이 통제되는 온라인에선 거절을 당해도 당혹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반면 대면 소통은 다르다.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건 Z세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다. 팬데믹 기간 대면 소통이 급감하고 사회적 고립을 겪으면서 대면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카비노는 "애크먼은 사람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건드렸다"며 "다가가고 싶지만 그 첫걸음이 얼마나 불확실한지에 대한 불안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대면 접근은 낯설고, 그만큼 실패의 감정적 비용이 크다"며 "거절이 눈앞에서 일어날 뿐 아니라 이유도 모호하다. 타이밍 문제였는지, 상대가 이미 짝이 있는 건지, 그저 관심이 없었던 건지 알 수 없다. 그 모호함이 두려움을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미투 운동 후 젊은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에서 상당한 불안을 안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카비노는 이 문장 자체를 두고는 지나치게 격식을 갖춰 부담스럽다면서 과도한 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되려 "잠깐 얘기할 수 있을까?" 정도의 메시지가 훨씬 자연스럽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