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끝나기 전, 나를 억압한다"…젠지들 꽂힌 '락인' 챌린지 [트민자]

"올해 끝나기 전, 나를 억압한다"…젠지들 꽂힌 '락인' 챌린지 [트민자]

정혜인 기자
2025.09.21 08:02
[편집자주] 트민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사진=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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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젠지(Z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더 그레이트 락인(The Great Lock-In)'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여행, 외출 등 외부 방해 요소를 스스로 차단한 채 특정 목표나 활동에 몰두하는 자기 계발 방식이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새해까지 기다리지 않고, 올해가 가기 전에 특정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가상승, 취업난 등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불안한 젊은 세대가 안정을 위해 자신을 강제로 억압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며 번아웃(탈진) 같은 역효과 발생을 우려한다.

게임에서 일상으로 번진 '락인'

'락인'이라는 단어는 비디오 게임에서 유래했다. 게임 사용자가 캐릭터를 선택한 뒤 그 캐릭터로 모든 단계를 통과해 퀘스트를 완수하는 과정을 뜻한다.

젠지 등 젊은 층 사이에서 '락인'은 일정한 루틴에 자신을 고정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자기 계발 방식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운동, 공부 등을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결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앱 구독, SNS 공유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목표 달성에 나서는 것이다. 의지력에 의존한 자기 계발 방식과 달리 환경과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틱톡에는 '더 그레이트 락인'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해 달성할 특정 목표 리스트와 이를 실천하는 영상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한 틱톡 이용자는 하루에 1만보 이상 걷기, 물 2~3리터 마시기, 오전 6시 기상, 매주 운동 4~5회·사우나 1회 등 개인 목표를 공유하고, 이를 수행하는 영상을 올렸다.

/사진=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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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크리에이터 케이디 클렌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그레이트 락인'은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목표 달성) 추진력이 쉽게 사라지는데, '락인'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작은 약속부터 지켜가며 자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새로운 습관이 자리 잡는 데 평균 66일이 걸린다. 각자의 행동에 따라 18일에서 254일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양하지만, 보통 3~4개월은 충분한 변화를 만들면서도 (새로운 목표 달성) 동기를 유지할 수 있는 적절한 기간"이라며 '더 그레이트 락인'의 효과를 높게 평가했다.

"불안한 젠지들, 안정 위해 '억압' 선택"
/영상=틱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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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일부는 '더 그레이트 락인'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 주목하며 번아웃 등의 부작용 발생을 경고한다. 컬럼비아 경영대의 줄리엣 한 박사는 최근 포브스 기고문에서 "'그레이트 락인'은 연말까지 달성할 특정 목표에 몰입하도록 자신을 집중시키는 챌린지"라고 표현하며 "사람들이 이런 챌린지에 열광하는 것은 올해의 극심한 변동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의 불확실성, AI(인공지능)로 인한 고용시장 변화, 지정학적 혼란이 모두에게 새로운 수준의 무력감을 줬다"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특정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은 자신감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포춘인텔리전스의 닉 리히텐베르크 에디터는 "젠지 절반 가까이가 이미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는 직장에서 해고 위험이나 사회적 소외를 피하고자 '태스크 마스킹'(task masking, 항상 바쁜 척하는 것)에 몰두하는 등 왜곡된 자기 관리 모습도 보인다"며 "(더 그레이트 락인 방식이) 진정한 안정보다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고착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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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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