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케이스스터디
녹색전환·탄소배출 저감은 거대한 과제이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데에서부터 구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머니투데이가 탄소배출 저감과 에너지전환을 향해 가는 '현재 진행형' 사례들을 매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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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치솟던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옥정호수스포츠센터 주차장. 이곳을 찾은 차량들은 야외 빈자리 대신 '차양막' 아래부터 차례로 들어섰다.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 이 차양막의 정체는 바로 태양광 패널이다. 해가 강한 날에는 차양막이 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림막 역할도 한다. ━무더위 속 그늘이자 발전소, 1석2조━ 이곳은 경기도의 '기후안심 그늘 프로젝트'가 구현된 현장이다. 이름 그대로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적응, 주민 생활 편익을 함께 겨냥한 사업이다. 주차장, 체육시설, 공공청사, 자전거길 같은 생활권 공간에 태양광 비가림막·차양막을 설치해 이용자들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공공시설에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한다. 경기도 12개 시·군에서 22개 사업이 총 8. 7메가와트(MW) 규모로 추진된다.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 202억원을 투입한다. 양주시 옥정동에 위치한 옥정호수스포츠센터 주차장 태양광은 이 경기도 사업 중 가장 먼저 완성된 사례다.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3억5600만원을 투입해 설치 용량 약 120킬로와트(kW) 규모의 주차장 태양광을 설치했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요구가 확산되며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둔 국내 중소·중견 협력사에게도 온실가스 감축은 미룰 수 없는 숙제가 됐다. 광주광역시(이하 광주시)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이 아닌 지역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탄소 감축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한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광주시는 온실가스 배출 규모 상 배출권거래제 규제 대상이 아닌 중소·중견기업들이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권 모의거래까지 경험하도록 설계한 '기업탄소액션'을 2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전국 지자체 최초의 기업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부른다. ━ 사각지대 놓인 중소기업, 탄소 시장 '예행연습' ━기업탄소액션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중소기업들에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돕는 광주시의 제도다. 사업 기간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총 7년이다. 참여 대상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나 목표관리제 대상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이며, 올해 기준 32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세계자연기금(WWF)의 기후변화 대응 평가에서 한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글로벌 본선에 진출하고, 글로벌 기후에너지시장협약(GCoM) 최고등급을 2년 연속 받은 전라남도 여수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 국가산단을 품은 산업도시가 국내 기후변화 대응 선도 도시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지역 구성원들이 10년 넘게 이어온 '기후변화대응 민관산학 협의체'가 있다. 지난 17일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에 위치한 여수시 탄소중립센터에서 협의체 이행평가 실무를 총괄해 온 문영수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와 여수시 기후생태과의 한성진 COP33 유치팀장을 만나 협의체의 운영 방식과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을 들었다. ━시행착오 거치며 찾은 답은 '자율성'━여수시 기후변화대응 민관산학 협의체의 모체는 2013년 민·관·산·학이 함께 수립한 '온실가스 자율저감 지역행동계획'이다. 탄소 감축 사업이 계획대로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그 결과를 다음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꾸려진 조직이다. 2023년 '기후변화대응 민관산학 협의체'로 개편됐다.
실내 어린이 암벽 체험 코스, 긴 미끄럼틀 '어드벤처 슬라이드', 탁 트인 통창 너머로 시원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와 카페. 영락없는 복합 문화공간 같은 이 공간의 정체는 하루 200톤의 생활 쓰레기를 태우는 '쓰레기 소각장'이다. ━폐기물 처리시설로 나들이…전망대·놀이시설 '인기' ━2025년 12월 준공식을 마친 충청남도 서산시 양대동의 '서산시 광역 자원회수시설'은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정면으로 깨뜨리고 있다. 서산·당진시에서 발생하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장소인 동시에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자리매김 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찾은 이곳은 평일 오후임에도 가족·친구들과 삼삼오오 전망대와 체험시설을 둘러보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7세·4세 두 자녀와 함께 전망대를 찾은 서산시민 박소리씨(33세)는 "SNS에서 보고 알게 돼 처음 오게 됐다"며 "입장료와 음료값도 저렴한 데다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함께 시간 보내기에 매우 좋다"고 만족해했다.
지난달 28일 찾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주택단지. 멀리서 보면 일반 아파트 보다 높이가 다소 낮은 주택단지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남다른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붕과 북측을 제외한 3면 외벽에 태양광 패널이 부착된 이곳은 지난 2017년 11월 완공된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주택 실증단지 '노원 에너지제로 주택(EZ House)'이다. 노원구가 2012년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후 국토교통부 연구개발 공모사업을 통해 노원구·서울시·명지대 산학협력단 컨소시엄 주도로 진행됐다. KCC건설 등이 참여해 단지 건설로 이어졌다. 난방, 냉방, 온수, 환기, 조명 등 5대 에너지 기준 연간 1차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량의 합이 '제로'가 되는 주택단지 구현이 실증의 목표였다. 단지 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단지 운영을 담당하는 노원환경재단의 장하경 환경사업부장은 "단지 안에서 화석연료를 전혀 태우지 않고,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보온병' 같은 주택단지━핵심은 에너지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꽉 막아주는 이른바 '패시브(Passive)' 설계에 있다.
30℃ 넘는 무더위가 5월부터 찾아오며 올해도 '현실이 된 기후위기'가 일상을 타격했다. 폭염·열대야·극한 강수 등 기후변화로 초래된 위기가 건강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위험의 크기와 빈도 역시 해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이상기후 늘며 폭염→건강 피해 급증━정부가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의 참여로 파악한 온열질환자의 수는 지난해 4460명으로 이 조사가 시작된 2011년 443명에서 10배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로 파악 된 환자 수 보다 실제 온열질환자 수가 상당히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기후재해가 모두에게 고르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재해를 대응하는 데 고려해야 할 중요한 특성이다. 기후재해 피해는 날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작업 환경에 있거나 고령층에게 더 크게 집중된다. 온열질환자 중 30%가 65세 이상이었고, 발생 위치로 보면 실외 작업장(32. 1%)이나 논밭(12. 2%) 등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가 선보인 '기후보험'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의 새로운 정책 모델로 주목받는다.
지난 19일 경상북도 포항시 옛 도심인 남구 효자동 한 길목에 이르자 지금은 멈춰 선 철길 위에 '포항 철길숲'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옛 포항역을 오가던 동해남부선 구간이 10여 년 전 폐선된 후 남겨진 철길 쪽으로 걸음을 조금 옮기자 이내 아스팔트 열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숲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례적으로 무더운 5월 날씨를 기록했던 이날, 숲 안으로 발을 들이자 30℃에 육박하던 대기 온도가 한층 가라앉고 대기의 질 역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한층 청량해졌다. 이날 오전 철길숲에서 만난 시민들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숲 인근에 거주하는 최희재씨(65)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이 길을 찾아 한 시간씩 운동 삼아 걷는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도 이 숲길이 주는 행복감과 쾌적함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고 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 채수철씨(62) 역시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집 앞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모른다"며 "아침, 저녁으로 매일 두번씩 거르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찾아간 강원도 삼척시 교동의 한 한적한 주택가. 겉보기에는 깔끔하게 지어진 평범한 타운하우스 단지처럼 보이지만 이곳의 실체는 조금 특별하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고, 남는 전기는 수소로 저장했다가 다시 전기로 쓰면서 냉난방에는 지열과 연료전지 폐열을 활용하는 '통합 수소 시범단지'이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햇빛 전기로 그린수소 만든다━더욱 특별한 건 단지 실험공간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삼척시가 운영하는 이 수소타운은 2024년 9월부터 삼척시청 소속 여자 핸드볼팀 선수들의 실제 보금자리가 됐다. 현재 선수 10여명이 한 주택당 4명씩, '1인 1실' 기숙사 형태로 거주하며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이 적용된 주거단지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타운하우스 내 주택 한 곳은 삼척시 홍보용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돼 외부 방문객이나 시청 방문 손님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단지는 2024년 6월 인증과 시운전에 들어간 뒤 같은 해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본격적인 데이터 수집·실증 과정을 거쳤다.
대구광역시 군위군과 경상북도 의성군 경계에 위치한 매봉산 능선을 따라 대형 풍력터빈 15기가 돌아간다. 이곳은 지난해 말 상업운전을 시작한 75MW(메가와트) 규모의 '풍백풍력 발전단지'다. 산세가 깊은 이 지역은 풍속이 양호한 데다 지형 영향으로 바람의 흐름 변화가 커 육상풍력 발전에 적합한 입지로 꼽힌다. 현재 이곳에서는 5MW급 터빈 15기를 통해 연간 약 13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이 생산된다. 4인 가구 기준 약 3만5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재생e '직거래'로 전환…발전공기업·삼성전자 '윈윈'━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한국서부발전·SK이터닉스·한화자산운용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풍백풍력발전'을 통해 삼성전자에 공급된다. 풍백풍력발전이 삼성전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SK이터닉스가 전력공급사업자 역할을 맡는 구조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발전 공기업이 참여한 육상풍력 사업 중 기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구조를 기업 RE100(재생전력 100%)용 직접 PPA 방식으로 전환한 첫 사례이자, 이 전환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자·수요자 모두 '윈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동해시 도심에서 차로 약 10분 떨어진 북평국가산업단지. 수십 년간 시멘트·금속 산업으로 대변됐던 '굴뚝 도시' 동해시의 경제를 뒷받침해 온 이곳에 전 세계 수소 산업 관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 있다. ━동해 실증단지, 전세계 수소 전문가들 연이어 방문━지난 3월 말 덴마크 녹색전환을 위한 민관협력 기관 '스테이트 오브 그린'과 덴마크 수전해 기술 기업 톱소 관계자들이 방문했고, 이 보다 앞서 최근 수년간 독일 수소 기술 기업, 불가리아 수소 협의체, 인도네시아 정부 대표단, 요르단 정부 관계자들, 유엔 CTCN(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 회원국 정부 관계자 그룹 등이 이 곳을 찾았다. 먼 이국땅의 전문가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 건 이 산단에 들어선 그린수소 실증단지다. 한국동서발전(이하 동서발전)이 산단 내 유휴부지를 지난 2017년 매입해 2020년부터 그린수소 연구개발(R&D) 실증 장소로 사용하기 시작하며 국내 그린수소 연구의 핵심 장소가 됐다. ━태양광으로 만든 그린수소, 더 안전한 생산 실증 ━지난달 13일 '동해 그린수소 실증단지'라고 적힌 입구를 통과하자 거대한 태양광 발전 단지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백석 체육센터 수영장은 난방비를 따로 내지 않는다. 인근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온 열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간 약 2억원의 난방비가 절감된다. 버려진 쓰레기가 주민 복지로 돌아오며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줄이는 구조다. 이렇게 쓰레기가 '돈'이 되고 있다. 단순히 태워 없애는게 아니라 금속, 가스까지 뽑아내며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수익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고양시 사례는 폐기물 자원순환을 가장 입체적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1700도 고온으로 녹여 '금속'을 캐다━지난 3일 찾은 고양환경에너지시설은 고양시 생활폐기물(종량제봉투에 담긴 폐기물)의 약 60%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에서 경남 양산과 함께 단 두 곳뿐인 '용융(Melting)' 방식 소각장을 운영 중이다. 용융이란 폐기물을 단순히 불에 태우는 일반 소각과 달리 1700℃ 이상의 초고온에서 폐기물을 완전히 녹여버리는 방식이다. 이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신호철 고양도시관리공사 환경에너지처장은 "투입된 쓰레기는 열분해 용융로에서 코크스, 석회석과 섞여 고온으로 녹는다"며 "이 과정에서 쓰레기 속에 포함된 금속 성분을 회수해 판매하는 것이 우리 시설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주민들이 3단계 사업은 언제 하느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 해발 약 1000m, 강원도 태백시 가덕산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17기의 풍력 터빈. 이 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는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이하 가덕산풍력발전)'의 한기덕 대표는 지난 1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덕산 풍력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이렇게 전했다. ━돈 되는 바람…주주들 원금회수·주민들은 채권수익━가덕산풍력발전은 한국동서발전·강원도·태백시·코오롱글로벌·지역 기업 동성 등 5개 주주사가 참여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2018년 착공해 두 단계에 걸쳐 총 64. 2메가와트(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운영 중이다. 2028년까지 약 100MW로 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며, 이르면 올해 말 3차 사업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기덕 대표는 "3단계 발전단지 건설과 함께 발전단지를 따라 트레킹 코스를 조성하는 등 관광단지 개발도 구상 중"이라며 "풍력발전을 관광 자원화해 관광객을 유입하고, 방문객들이 풍력발전기를 체험하며 풍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