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녀, 고대녀, 맨홀녀... "내일은 무슨녀?"

서강녀, 고대녀, 맨홀녀... "내일은 무슨녀?"

박종진 기자
2008.06.16 17:54
↑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고대녀 김지윤씨
↑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고대녀 김지윤씨

사흘이 멀다 하고 그녀들이 나타난다. 이른바 무슨무슨 '녀'다.

복당녀, 맨홀녀, 고대녀에 이어 지난 주말에는 서강대녀와 호통녀가 새로 나왔다. 심지어 관기(官妓)녀까지 있다.

폭발적 촛불시위 정국이 만들어낸 말들이다. 칭찬도 조롱도 다 담겼다. 대상도 '선거의 여인'이라는 특급 정치인부터 연예인, 심지어 이름없던 20살 남짓의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복당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가리킨다. 들끓는 민심 앞에 이렇다 할 역할은 하지 못하고 복당문제만 신경 썼다 해서 붙여졌다.

정치권의 무능을 비난하는 여론은 '스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에게도 '관기녀'라는 별명을 붙였다. 13일 정광용 박사모 대표가 나 의원이 충성의 대상을 자꾸 옮긴다며 '관기'라는 비유를 써 공격한 데서 유래됐다. 이름을 짓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여성비하적 표현으로 "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맨홀녀는 개그우먼 정선희다. 지난달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큰 일에 흥분하고 촛불집회 참여하는 사람 중에 맨홀 뚜껑 가져가는 사소한 범죄 저지르는 사람 있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낙점됐다. 정선희는 네티즌들의 항의를 견디다 못해 4개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하차했다.

고대녀 김지윤씨는 극찬을 받은 경우다. 지난 6일 한승수 총리와 대학생 간에 토론에서 조목조목 정부논리를 반박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김씨는 12일 MBC '100분토론'에서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얘기가 있다"고 하는 등 조리있는 말솜씨로 유명세를 탔다. '고려대녀'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고 네티즌들은 '김다르크', '호통녀' 등 다양한 애칭을 추가로 만들어줬다.

서강대녀 이모씨는 반대다. 김씨와 같은 날 '100분토론'에 시민논객으로 나왔다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촛불 문화제는 동의하지만 법을 어긴 불법집회는 안 된다"며 '합법성' 여부를 따지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어 자신이 활동하는 촛불시위 반대 카페를 계속 홍보하다가 진행자 손석희 교수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비난을 퍼부으며 '홍보녀', '카페녀'라고 조롱했다.

이처럼 줄여서 의미집약적 표현을 쓰는 것은 인터넷 문화의 특징이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같은 용어와 유사한 맥락이다.

촛불시위가 하나의 축제문화로 자리잡은 이유도 한 몫 한다. '닭장투어', '명박산성'에서 보듯 무거운 비장함보다는 발랄한 재치가 대세다. '유모차부대', '예비군부대', '넥타이부대' 등 참여자를 지칭하는 이름도 한둘이 아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촛불시위가 지속되면서 그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각종 '부대'들과 함께 무슨무슨 '녀'들도 각각이 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라고 진단했다.

끝에 '녀'를 붙이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고대녀 김씨에게 '~녀'가 아닌 다른 별명을 지어 주자고도 했다.

민 교수는 "굳이 끝에 '녀'를 달아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주목 받는 것과 연결된다"며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남성 중심적인 시각이 이름 짓기 안에 들어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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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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