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그동안 구두로 이뤄졌던 검찰 수사브리핑을 '서면브리핑' 형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고의적으로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을 받으며 책임론으로 몸살을 앓았던 검찰이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모아 만들어낸 해결책이다.
하지만 수사브리핑 개선안을 보면 검찰 수사와 공보 편의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브리핑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것 같다.
개선안은 검찰의 필요에 따라 예외적으로 구두브리핑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그 기준이 모호해 악용의 우려도 나온다. 검찰이 필요한 경우에는 공익을 이유로 들어 수사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불리한 경우에는 보도자료만 내놓으며 정보를 쉽게 차단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브리핑은 주체와 형태, 횟수를 달리하면서도 명맥은 유지해왔다. 검찰청의 공보관 역할을 하는 대변인이나 차장검사가 '1일 1회' 브리핑을 했던 때도 있었고 일부 차장검사만 브리핑을 하던 때도 있었다. 부장검사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자들을 방에 불러 취재에 응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매일 오전에 실시했던 정례 브리핑이 한동안 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검사실 방문이 줄을 잇고 취재 전화가 빗발치자 결국 '티타임'이란 명목으로 브리핑은 부활했다.
수사브리핑은 검사와 기자가 공식적으로 만나는 자리다. 대형사건이 터지면 기자는 국민의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사 상황을 조목조목 확인한다. 부실수사나 과잉수사, 편파수사 등 공권력이 잘못 남용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반면 검찰은 수사에 방해를 받지 않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한 배경이나 진행 상황을 낱낱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수사브리핑은 긴장이 가장 팽팽한 시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검찰과 기자가 우리만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피의자를 보호하고 수사에 방해받지 않으려는 검찰과, 수사를 감시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려는 기자가 더욱 팽팽한 긴장을 유지할수록 서로 신뢰가 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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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브리핑을 없애는 것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논란이 돼 온 공보시스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처방이 될 수 없다. 일방의 편의에 치우친 서면브리핑 원칙보다는 검찰과 기자 사이의 건전한 역학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사공보제도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