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보다 뛰어난 법률서비스 서민에 제공"

"대형 로펌보다 뛰어난 법률서비스 서민에 제공"

류철호 기자, 배혜림
2009.11.09 08:47

[머투초대석]정홍원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법률구조공단에 소속된 모든 변호사들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해 대형 로펌보다 뛰어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해 제9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정홍원(65·사법시험 14회) 이사장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법률구조공단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가 무료이기 때문에 대형 로펌 등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이사장의 자존심과 신념은 남다르다.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로펌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생각으로 불철주야 뛰고 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달 전문 변호사 양성을 위한 교육기획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숨어있는 법률구조 대상자를 찾아내고 서비스 영역을 전국으로 넓히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정 이사장은 "공단의 도움으로 어려운 싸움에서 이긴 서민들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올 때 힘이 솟는다"며 "전 직원들이 일심동체가 돼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 절반을 남겨 둔 정 이사장에게 공단의 나아갈 방향과 국민의 준법의식 제고를 위한 공단의 역할 등을 들어봤다.

-지난주 법률구조공단은 첫 국제행사인 '2009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법률구조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법률구조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제도 운영 실적이나 효율 측면에서 오히려 앞서 있다. 일본의 경우 2004년 우리 공단을 벤치마킹해 법률구조 제도를 정비했다. 다만 법률구조 제도가 가장 발달돼 있다고 하는 영국의 경우 이 분야에 매년 2조 원 이상의 예산을 들이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5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전 국민의 절반에게 법률구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위해 예산 확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공단 소속 변호사들의 1인당 담당사건 수가 320건이나 됐다. 공단의 업무량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인력난이 심각한 것 같은데.

▶변호사 증원은 가장 절실한 현안이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인력난 문제를 지적받았다. 올해의 경우 8명을 충원해 현재 변호사 수가 50명인데 아직도 정원 75명 대비 66.6%에 불과한 수준이다. 재정적 지원을 늘릴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할 계획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서민들의 고통이 심한데 공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산하는 기업체가 늘면서 최근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법률구조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소외 국민들의 개인회생·파산 법률구조 신청도 대폭 증가했다. 공단은 금융소외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지난 5월 개인회생·파산 종합지원센터를 확장 이전하고 신용회복, 취업지원, 재무설계 등과 연계한 경제회생 종합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확장 이전 이후 5개월 동안 1만2923건의 법률상담과 2603건의 법률구조를 실시했다.

-소속 변호사와 직원 전문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성과가 있었는지.

▶국민들에게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들을 권위 있는 법률전문가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속 변호사와 직원에 대한 교육기획안을 지난달 완성했다. 변호사에게 의료·환경·조세 등 분야를 선택하게 하고 연수를 실시, 로펌 변호사에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또 분야별 전문 상담원도 육성하기로 했다.

-숨어있는 법률구조 대상자를 찾아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지난 7월 전국 15개 지역에 공단 지소를 개소한 후 3개월째인 9월 말까지 법률상담 2만3124건, 소송구조 307건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 앞으로 '찾아가는 법률구조 서비스'를 위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2개 지소를 추가로 설치해나갈 계획이다.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상담을 제공하고 민사소송을 대리하는 등 실질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권익보호와 복지증진을 위해 필수적이다. 점차 공단을 찾아오는 지역민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명박 정부는 '법질서 확립'을 당부하고 있다. 국민의 준법의식 제고를 위해 공단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앞으로 다문화가정과 국내 거주 북한이탈 주민을 대상으로 법률제도와 질서, 자유민주주의 등을 교육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이들이 우리 법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자체 법문화교육센터를 만들어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고 준법 계몽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120만명 시대다. 공단의 법률구조제도를 이용하는 외국인 현황은 어떤가.

▶공단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무료 법률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해마다 평균 60~70명의 외국인이 법률구조공단을 이용하고 있다. 2003년부터는 체불임금 근로자, 가정폭력·성폭력으로 인한 외국인 피해여성, 기타 생활이 어렵고 법을 몰라 스스로 법적 수단을 강구하지 못하는 외국인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취임 이래 '봉사'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법률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공단의 비전을 세우는 등 많은 활동을 벌였지만 무엇보다 직원들의 진심어린 법률구조활동으로 감사편지를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최근에는 사망한 아들의 명예를 회복한 한 장애우의 아버지로부터 "주변 사람들이 소송에서 이기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싸움이었지만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승소했다"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받았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모든 직원들이 자긍심과 열의를 갖고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남은 1년 반의 임기 동안 공단 발전을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크게 세 가지 계획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서비스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둘째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변호사와 직원의 능력개발에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마지막은 친절도를 향상시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법률구조공단을 한 가족처럼 편안하게 여기고 거리낌 없이 찾아와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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