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인텐시브한(격렬한) 간담회는 처음입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지난 4일 머니투데이 주최 증권사 교육담당 애널리스트와의 사교육비 간담회를 앞두고 한 말이다. 머니투데이가 처음 애널 간담회를 제안했을 때 교과부 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교과부 차관이 애널들을 만난 전례가 없고 간담회 주제가 민감해 불필요한 오해와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같은 우려는 애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사교육업체의 실적을 분석하고 주가를 전망하는 애널이 정부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걱정이었다. 일부 애널은 시장과 관련된 얘기만 하겠다고 먼저 선을 긋기도 했다. 양측의 우려 때문이었는지 간담회 시작 무렵만 해도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돌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 차관은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정부 정책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던 애널들도 이 차관으로부터 정책 취지와 추진경과, 전망 등을 듣고 난 뒤 이해도가 크게 달라졌다. 간담회가 끝난 뒤에는 이 차관도, 애널들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는 이헌재 씨를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했다. 이유인 즉 시장이 이헌재 씨를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락한 정부 정책 신뢰도를 회복하려면 시장이 신뢰하는 인물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정책은 경제정책과 달라 자본시장의 신뢰 여부를 정책 추진의 척도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비를 잡겠다면서 사교육업체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배척만 하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MB정부에서도 사교육업체는 무찔러야 할 적으로만 취급되고 있다. 사교육비 줄이기가 지상과제이니 일견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사교육업체 모두가 적은 아니다. 걔중에는 취약한 공교육을 보완하는 보석 같은 존재도 있다. 사실 사교육 문제는 관련업계 인사들이 원인부터 처방까지 가장 잘 안다. 인식과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그들로부터 현장에 착근한 신선한 해결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
교과부 장관과 사교육업체 대표들의 간담회를 상상해 본다. 실무진이 입을 딱 벌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나쁘기만 한 소통이 있던가. 공식적으로 어려우면 비공식적으로라도 귀를 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