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 제사, 예배 또는 설교를 방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검찰이 지난 5월29일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른 민주당 백원우 의원에게 적용한 '형법 158조'다. 검찰은 "백 의원이 난동을 부려 장례식을 방해했다"며 이 법조항을 적용, 백 의원을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백 의원에게 적용된 장례식방해죄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해당 조항으로 처벌된 경우가 단 2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생소한 법으로 공교롭게도 1987년 5공화국 당시 검찰이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의 사인 규명에 나선 고 노 전대통령을 구속하면서 적용한 죄목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검찰의 일처리를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구석이 많다. 검찰은 백 의원의 행위로 영결식이 중단된 것도 아니고 문상객들에게 심각한 누를 끼쳤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그의 행위를 범죄로 치부했다.
특히 과거 고 노 전대통령 수사 때 이른바 '나쁜 빨대' 논란을 불러일으킨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아량을 베푼 검찰이 주군을 떠나보낸 울분에 고함 한번 지른 것을 두고 장례식을 방해했다며 처벌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물론 백 의원의 행동이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또 검찰의 항변대로 수사기관은 고발이 들어오면 사실관계를 밝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굳이 생소한 법조항을 끄집어내 형사처벌까지 해야 하는 범죄인지는 의문이 간다. 무엇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이 잦아들지 않은 시점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잣대를 들이대 처벌했다는 점은 뭔가 개운치 않다.
백 의원은 검찰의 약식기소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끝까지 잘잘못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왜 쓴웃음을 짓는지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부디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오를 돌아보고 어느 상황에서든 불편부당한 자세를 유지해 '정치검찰'이란 오명을 떨쳐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