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칼럼]한국이 저탄소사회로 가려면

2009년, 정부 정책과 마스터플랜의 키워드는 단연 '저탄소 녹색성장'이었다. 그간 환경과 녹색을 얘기했던 환경부의 정체성과 자리가 위협 받는단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정부 부처와 시장이 녹색 열풍으로 가득 찼던 한 해였다. 주식시장에선 녹색붐이 조기과열 상태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섣부른 기우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하튼 경인년을 시작하는 지금,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녹색성장의 실체를 이제는 구호와 정책 청사진에서만이 아닌 몸으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화하는 것이다. 온 국민이 녹색성장을 질감 있게 느끼고 만질 수 있는 현실로 하나씩 하나씩 전환시켜 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톰크루즈가 미식축구 선수의 스포츠 에이전트 역으로 열연했던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중 쿼터백은 그의 매니저였던 톰 크루즈에게 크게 소리 높여 "Show me the money(돈을 보여줘)"라고 외친다. 자신의 에이전트가 되려면 그럴싸한 '말'이 아니라 물증 즉 돈으로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녹색성장의 미래는 단순히 돈으로만 치부될 수 있는 값싼 경제적 목표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환경과 경제가 함께 공존하고 번영하는 지향점을 바로 '지금 여기서' 현실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우리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명품국가로 가는 길목에 꼭 필요한 몇가지 핵심동력이 있다.
첫째는 사람과 문화의 그린화(greening people & culture)다. 정부가 제아무리 날고기더라도 바로 우리 자신, 국민들이 그 가치를 의식으로, 몸으로 생활로 체화하지 못한다면 녹색성장의 꿈은 요원할 것이다. 그래서 아직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환경부의 ‘그린스타트’를 비롯한 녹색생활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기업의 그린화(greening company)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실 기업만큼 정보와 지식, 사람, 자본을 가진 곳이 어디 있는가? 기업들이 '녹색화장발' 대신 기업의 내실을 녹색으로 갖춘다면 즉 비즈니스 전 과정을 친환경 관점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높여간다면 '녹색과 경제'는 함께 갈 수 있다.
오랜 준비와 투자 끝에 미래 자동차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토요타가 그러했다. 석유를 팔아 장사하던 BP(British Petroleum)는 자사의 브랜드를 ‘석유를 넘어(Beyond Petroleum)’로 내걸고 석유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시장의 룰이 녹색경쟁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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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금융의 그린화(greening finance)이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금융시장의 변화야말로 녹색산업을 육성하는 필수조건일 것이다. 사실 국내 금융기관들이 지구를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독수리오형제도 아닌 마당에, 금융시장의 그린화를 유도하고 녹색시장에 자본이 효과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이면서 고도의 정책아이디어들이 필요한 대목이다.
작년에 녹색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실을 보기에는 초기단계다.
최근에 출범한 다양한 탄소펀드나 녹색성장 펀드상황을 살펴보면,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미래가치 예측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투자대상이 성장단계에 있는 기업으로 한정돼 진행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즉 녹색기술을 개발한 초기 벤처와 중소기업보다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소수 기업에만 녹색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초기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그 혜택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올 한해 '한국호'의 행보가 저탄소사회로 가는 구체적인 물증을 하나하나씩 발견해가는 우직한 호시우보(虎視牛步)이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