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권 위에 공권력?

[기자수첩]인권 위에 공권력?

류철호 기자
2010.02.05 10:07

'광우병 사태'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재작년 초여름. 인터넷방송국 기자 A씨는 경찰의 시위진압 과정을 취재하다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내린 결론은 A씨의 기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A씨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관련자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하고 불기소했다. 공권력의 중요성에 무게를 둔 판단이었다. A씨는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공권력 앞에서 A씨의 항변은 '허공 속의 메아리'일 뿐이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비슷한 사례에 대한 기존의 처분을 볼 때 그리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검찰이 그동안 촛불시위 당시 과잉진압과 관련된 고소·고발건에 대해 "증거가 없다"거나 "관련자들의 소재나 인적을 파악할 수 없다"며 무혐의와 기소중지 처분으로 일관한 점을 감안하면 예상됐던 결과다.

막상 기소가 되더라도 억울함을 풀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도 많다. 경찰관들이 시위진압 과정에서 생수병을 손에 들고 시위에 참가한 앳된 여대생을 군홧발로 폭행해 공분을 샀던 '서울대 여대생 폭행사건'의 당사자인 이모씨도 억울함을 풀기 위해 2년 가까이 고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표현일 수 있겠지만 이씨와 비슷한 피해를 입고 국가에 억울함을 호소한 이들의 주장이 대부분 묵살당한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싸워볼 기회라도 얻은 이씨는 '행운아'다.

물론 검찰 주장대로 공권력이 바로서야 국가기강이 확립되고 국민들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또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법치국가에서는 공권력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공권력이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질서 유지와 공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공권력이 내린 판단은 늘 명쾌하고 합리적이어야만 한다. 공권력이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얼마 전 검찰총장이 한 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부드럽고 친근한 검찰이 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의 말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공권력이 새 옷을 입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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