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화문광장, 그 자리매김

[기고]광화문광장, 그 자리매김

여혜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2010.02.26 11:33

유럽의 도시와 광장문화 전문가인 프랑코 만쿠조의 주장대로 모든 광장은 역사와 개성이 있다. 그렇다. 모든 광장은 특별하고 유일해서 다른 광장과 완전히 똑같을 수 없다. 아고라(Agora)와 포룸(Forum)을 광장의 원형으로 둔 광장의 역사가 있는가 하면 국군의날 퍼레이드, 월드컵의 붉은 물결, 촛불추모제의 술렁임으로 기억되는 광장의 역사도 있다.

그렇다면 개방한 지 6개월 만에 갑론을박의 중심에 선 서울 광화문광장은 우리에게 어떤 공간인가. 우선 짚어야 할 점은 광화문광장을 광장으로 봐야할 것인지, 거리로 봐야할 것인 지다. 광화문광장은 형태적으로 도시 조직과 밀착되지 않은 축형 광장이지만 기능적인 면에선 전정광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적 개념의 '길'과 '마당'의 결합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광화문광장은 역사와 차량에 묻혔던 장소를 시민의 공간으로 조성했다는 교두보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광장을 개장한 지 6개월 만에 1000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다녀가고, 주요 언론사들이 광화문광장 관련 기사를 주요 뉴스로 다룬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광화문광장 논란의 쟁점인 이용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광화문광장은 비워야 할까, 채워야 할까. 광화문광장 개장 이후 1일 평균 방문객수 4만7000명, 행사는 1.8회에 달한다.

이처럼 폭발적인 광장 채움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활동과 공공영역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양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공간으로서의 광장은 비움과 채움을 넘나드는 소프트웨어, 이를 담은 하드웨어의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광장 비움의 목적은 유연한 채움인 셈이다.

광화문광장의 역사와 상징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은 600년 도읍지와 대한민국 근대화의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자 세계에서 단 1개뿐인 우리의 광장이어서다. 서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가대표 광장'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담고 있어야 한다. 사회통합의 장, 시민여가의 장, 문화소통의 장이라는 정체성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광화문광장의 행사는 투명한 잣대로 제한하고, 시민들의 보행기능은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광화문광장 행사의 경우 정체성에 걸맞는 품격있는 행사인지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시민 휴식·여가의 중심인 서울광장, 미래지향·생태관광 중심인 청계광장과 다른 범국민적 기념행사가 적합하다.

광화문광장에서 경복궁,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이나 역사적 랜드마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행사 또는 광복절 기념식 등 국격에 걸맞는 행사 등이 해당된다. 광화문광장이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보기술(IT)쇼, e-게임 등 국제 행사나 CNN, BBC, NHK 등 국제 뉴스미디어의 서울특파원 리포팅 장소 등으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광화문광장 보행기능 문제는 차도 중앙에 위치한 특성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전환하면 해결된다. 단기적으론 차 없는 광장을 확대 실시하고 중장기적으로 세종로, 사직로 구간을 보행중심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렇게 되면 현재 폭 34m인 광장은 폭 100m로 확장해 사용할 수 있다. 세종로 일대 역사유구를 지속적으로 복원해 전시, 역사성과 상징성을 강조해야 한다.

또 광장 주변의 역사적 장소, 관광·쇼핑지역 등과 연계되는 보행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작대로, 육조거리의 중심이었던 광화문광장을 결절점으로 인왕·북한산-경복궁·광화문-광장·세종로-청계천-시청·서울광장-숭례문 등 시내 보행밀집지역을 연계하면 그 자체가 역사를 담은 보행네트워크다.

광화문광장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분석이 한국의 광장문화를 뿌리 내리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광화문광장을 국가대표 광장으로 만드는 작업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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