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사에 휘말려 법원에 온 사람이 '판사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무엇보다도 '억울한 판결'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앞설 것이다. 또 유무죄 혹은 승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법에 대한 신뢰를 쌓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원에서는 동일한 유형의 사건을 두고 판사마다 다른 판결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판사는 법원 조직의 일부라기보다는 각각 개별 조직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는 사건에 대해 판결이 엇갈리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그래서 엇갈린 판결은 뉴스의 '단골 메뉴'다.
법원이 최근 교사·공무원 시국선언 사건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놔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이후, 판결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단독판사 대신 판사 3~4명이 함께 심리하도록 하는 '재정합의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실제로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일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로 기소된 사건 등 4건을 재정합의부에 배당했다. 통상 법정 형량이 징역 또는 금고 1년 미만의 형에 해당하는 사건은 1명의 판사가 재판을 하는 단독재판부가 맡지만, 이번에는 합의부에 넘기도록 한 것이다.
재정합의부 활성화가 '독단적 판결' 논란을 줄이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법원은 '선례나 판례가 없는 사건', '동일 유형의 사건이 여러 재판부에 흩어져 통일적이고 시범적인 처리가 필요한 사건', '성격상 합의체 심판이 적절한 사건' 등 추상적이고 주관적으로 규정된 재정합의 선정기준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재정합의 사건을 선정하는 기준과 절차가 투명하지 못하다면 또 다른 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부장판사와 경력이 비교적 낮은 배석판사로 이뤄진 합의부 구성을 비슷한 경력의 법관으로 바꿔 대등한 관계에서 합의를 도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