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에는 청송교도소에서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있는 A씨가 손수 또박또박 글씨를 써서 보낸 소장이 도착했다. 감호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이었다. 교도소에 갇힌 몸이지만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행사하고 싶다는 절절한 마음이 배어났다.
현행법은 사형·무기수에 대해서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박탈하고 유기수에 대해서는 형집행이 종료될 때까지 선거권을 정지시키고 있다. A씨는 성폭력죄로 법원에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징역형을 마쳤지만 현재 감호자 신분으로 선거권이 없다.
교정시설 수용자의 선거권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조항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다. 사회질서를 파괴한 사람에 대해서는 선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는 헌법의 취지는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지 제한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맞섰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B씨가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자는 선거권이 없다'고 규정한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5명으로 과반수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헌 결정을 위한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내려진 합헌 결론이었다.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재소자의 선거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에서 최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는 필리핀 사상 처음으로 재소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가 외국의 입법 사례를 검토해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몇 년째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수형자는 신체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제한받는다. 하지만 그 외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 경미한 범죄로 단기 자유형을 선고받은 사람에게까지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 처벌이다. 범죄의 경중을 따져 선거권을 박탈하는 범죄 유형과 권리의 범위를 정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