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그랜저 검사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배경을 집중 추궁하면서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사건 처리를 청탁해주는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중앙지검 정모 전 부장검사 뿐 아니라 사건을 청탁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당시 담당 검사 또한 같은 승용차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랜저 받은 검사 또 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고 "녹취록에는(사건을 청탁한 S건설)김모 대표가 정 전 부장검사에게 회색 그랜저를 전달한 다음날 도모 검사에게 똑같은 가격의 검정색 그랜저를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도 검사는 정 전 부장검사의 대학후배로 사건 처리를 부탁받고 S건설과 분쟁 중이던 D건설 관계자들을 기소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녹취록에는 그랜저를 제공한 S건설 직원들의 휴대전화기 통화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지난해 6월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녹취록에는 △정 전 부장검사와 도 검사, 김 대표가 함께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고 △이들의 통화 내역을 서울중앙지검이 확보·분석했으며 △정 전 부장검사가 당초 서울지검으로 발령받을 예정이었으나 검찰 내부에서 통화 내역이 밝혀지면서 전주로 좌천됐다는 내용과 △조만간 계좌추적이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녹취록에도 (관련 의혹이)나오고 영수증도 있다"며 "반드시 특임검사에게 재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준규 검찰총장은 "담당 검사가 그랜저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대검 감찰본부가 사건 처리의 적정성 유무를 검토를 하고 있는 만큼 감찰본부 의견을 받은 다음에 특임검사 임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도 "국민들이 이 사건을 어떤 감정으로 바라볼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검찰총장이 포청천의 자세로 이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도 "설령 무혐의 처분한 그랜저 대금 변제와 관련해 돈을 갚았다 하더라도 이는 '대검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라며 "감찰과 징계를 하지 않은 것은 대검 감찰부의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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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SSM법 저지위해 MB캠프 로비"
이날 국감에서는 특정업체가 기업형 수퍼마켓(SSM) 규제강화법의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 캠프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한 대형마트가 협력업체인 D모 건축사무소를 통해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 매월 상당액을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에쿠스 차량과 기사를 지원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도 "현 정부에서 일하는 L, S, W씨가 에쿠스 차량을 제공받았다"며 "상당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수사기획관 등에게 물어봤지만 모두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한다"며 "자료나 근거를 주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천신일, 피의자 신분 소환통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통보를 받은 사실도 이날 국감에서 처음 밝혀졌다. 김 총장은 "천 회장이 현재 피의자 신분이냐"는 민주당 박우순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며 "이미 소환을 통보했고 소재도 파악했다"고 말했다.
'부실 수사' 논란을 빚고 있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도 집중 거론됐다.
이춘석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은 "검찰이 청와대 관련 의혹을 덮으려 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김 총장은 "이미 증거가 인멸된 상태인데다 당사자들의 부인과 진술 거부로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며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억울하게 생각하지만 수사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해 사실상 수사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