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여름정국을 뜨겁게 달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청와대가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이 또다시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포폰 의혹' 등 청와대가 불법사찰 커넥션에 연루된 정황들을 줄줄이 제기하며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의혹의 당사자인 청와대와 부실수사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검찰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논란이 가중되자 "검찰이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새로운 증거가 나와야 수사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그동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실패한 수사'임을 시인해왔다.
그러나 재수사나 보강수사는 하지 않고 있다.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에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더 큰 불신을 초래할 뿐이다. 특히 검찰이 지금처럼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복지부동한다면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핵심은 '민간인 불법사찰'이란 불법행위가 아니다. 불법사찰 배경에 청와대가 있고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부 인사들이 개입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면 과연 그 어느 누가 지도자들과 국가를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 심각히 고민해볼 문제다.
불법의 고리가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은 훗날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검찰은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이번 사건 처리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검찰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원점에서부터 재수사해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는 것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도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고 이미 너무 많은 증거가 공개된 마당에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된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나 특검 도입을 요구하지만 검찰 스스로 신속한 재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속시원히 밝히고 부실수사의 멍에를 벗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검찰이 부디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 등을 돌린 민심을 되돌리고 실추된 명예를 되찾길 바란다.